슬라보예 지젝은 '동유럽의 기적'에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철학자'로 불리게 되었다. 그가 위험한 이유는 단순하다. 자기 시대에 대한 개념적 파악이라는 철학의 임무에 가장 충실하기 때문이다.
본 강의는 지젝을 처음 접하는 이들을 위한 입문 과정이다.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과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을 주교재로 삼아, 9.11 이후의 세계, 생명정치 시대의 삶, 정치와 공동선, 그리고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까지 지젝 철학의 핵심을 5강에 걸쳐 다룬다.
■ 강의특징
이 강의는 지젝이라는 '특급 도우미'를 사유의 길잡이로 삼는다. 로쟈는 지젝의 애독자이자 소위 '지젝 전도사'로서, 복잡한 철학적 개념들을 일상의 비근한 예시로 풀어낸다.
강의는 지젝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가 라캉의 정신분석학을 어떻게 정치철학으로 전환시켰는지 보여준다. "대타자는 없다"는 라캉의 명제가 현실 정치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데올로기와 냉소주의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생명관리권력은 무엇인지 구체적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특히 강의록이 충실하여 강의를 듣고 강의록을 정독하면 지젝의 주장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관타나모 수용소, 애플과 폭스콘, 부시와 빈 라덴처럼 현실의 문제들을 철학적으로 사유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 추천대상
우리가 당면한 현실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야겠다는 경각심을 가진 이들에게 권한다. 지젝의 이름만 들어봤을 뿐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는 이들, 지젝의 책이 너무 어려워 가이드가 필요한 이들에게 적합하다.
라캉의 정신분석학에 대한 기초 지식이 있으면 더욱 좋다. 실재, 상징계, 환상 같은 개념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므로, 라캉 입문 강의를 먼저 듣고 오면 이해가 한결 수월하다.
자본주의 경쟁체제에서 그냥 살아남을 자신이 있는 이들보다는, 변화를 시도함으로써 더 나은 실패를 선택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강의는 의미가 있다.
■ 수강팁
5강 10시간 분량이라 부담 없이 완강할 수 있다. 전체 흐름을 먼저 파악한 후, 관심 가는 강의를 다시 들으며 강의록을 정독하는 방식을 추천한다.
강의와 병행하여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을 읽으면 학습 효과가 배가된다. 책만 읽을 때는 어렵게 느껴지던 내용도 강의를 통해 전체 맥락을 이해하고 나면 훨씬 명확해진다.
지젝의 핵심 저서인 『이데올로기의 숭고한 대상』이나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이 강의 이후에 도전하는 것이 좋다. 또한 아트앤스터디에서 제공하는 지젝 방한 강연 영상을 함께 보면 지젝의 실제 목소리와 강렬한 화법을 경험할 수 있다.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은 "지젝 입문용으로 딱"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지젝이 누구인지, 왜 중요한지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9.11 이후 세계를 이해하게 됐다", "생명정치 개념이 명확해졌다"는 반응이 많았다. 부시와 빈 라덴을 같은 맥락에서 보는 관점이 충격적이었고, 호모 사케르와 관타나모 수용소 사례가 생명정치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이었다는 평이다.
"공산주의 재평가"와 "자유를 향한 공동투쟁" 부분에서 감동을 받았다는 후기도 눈에 띈다. 불가능해 보이는 변혁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가 힘이 되었다는 것이다.
다만 라캉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으면 다소 어려울 수 있다는 조언도 있었다. 5강으로는 지젝의 방대한 사유를 모두 다루기에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입문 강의로서는 충분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 마치며
지젝은 비극적 미래를 그려내는 것으로 위험한 철학자가 되었지만, 역설적으로 그는 낙관주의자다. 자본주의 체제가 지속되면 비극은 피할 수 없지만, 희박하나마 희망은 남아있다고 말한다.
이 강의는 지젝이라는 길잡이에게로 안내하는 가이드다. 로쟈는 '지젝 존'에 안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골치 아픈 철학을 알아서 무엇 하느냐고 생각한다면 이 강의는 필요 없다. 하지만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변화의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면, 지금이야말로 지젝을 배워야 할 때다.
'자유를 향한 공동투쟁'의 길에 동행해보기를 권한다.
강사소개
이현우(서평가)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푸슈킨과 레르몬토프의 비교시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에 서평과 칼럼을 연재해 왔으며, 특히 ‘로쟈’라는 필명으로 블로그 ‘로쟈의 저공비행’(http://blog.aladin.co.kr/mramor)을 운영하면서 인터넷 서평꾼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림대학교 연구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대학 안팎에서 러시아문학과 인문학을 주제로 활발히 글을 쓰고 강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