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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아도르노 - 『미니마 모랄리아』 혹은 상처로 숨쉬는 법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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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근현대철학아도르노 - 『미니마 모랄리아』 혹은 상처로 숨쉬는 법 Ⅱ

강좌정보
『미니마 모랄리아(한 줌의 도덕)』는 미국 망명 시절 아도르노가 집필한 아포리즘 모음집이다. 모두 153개의 단장들로 구성된 이 책 속에서 아도르노는 차가운 메두사의 시선으로 당대 미국 소시민 사회와 독일 파시즘 사회의 구석구석을 응시한다.

아도르노에게도 사유는 관통이고 굴착이고 천공이고 무엇보다 버티기였다. 절망적인 시대의 상황과 맞서고자 하는 사유는 언제나 가망 없는 딜레마와 더불어 천공의 여행을 시작한다. 하나는 불가능성 앞에서의 절망이고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켜져야 하는 가능성에의 책임이다.

풀릴 수 없는 문제 앞에서 그러나 풀어야 하는 책임을 포기하지 않기 - 이것이 아도르노에게는 "절망적인 상황 앞에서 사유의 책임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철학"이 맞서야 하는 운명이었고 그래서 아도르노의 사유 역시 시멘트 바닥을 천공하는 지렁이의 사유였다.

그러나 아도르노에게는 '부정 변증법'적인 희망이 있었다. 그 희망은 
"가능성을 위해서 스스로의 불가능성을 껴안는" 용기 속에서만 눈뜨는 희망이었고 그 용기를 아도르노는 '버티기(Standhalten)'라고 불렀다. 

버티기, 불가능성 앞에서 물러나지 않기, 무슨 일이 있어도 가능성을 짜내기 위해서 논리적 구축(Begriffliche Konstruktion)을 포기하지 않기, 어두운 밤하늘에 제멋대로 흩어진 별들 사이에 끝없이 선을 그어 별자리를 찾아내듯 현실 속에 파편처럼 흩어진 사실들을 조합하고 허물고 또 조합하기를 멈추지 않기... 그 지루하고 집요한 반복의 버티기, 지렁이의 가엾고도 헛된 천공... 그러나 아도르노에게는 믿음이 있었다.

그 버티기의 헛된 노동 끝에서 갑자기, 예기치 않게, 그러나 뉴튼의 무르익은 사과처럼, 그러니까 필연적인 우연처럼, 불가능성 속으로 '마주 들어서는 것 (Das Hinzutretende)'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 불가능성 속에서 가능성은 깨어날 것이다, 흩어진 별들 사이에서 떠오르는 별자리처럼, 시멘트 바닥 밑에서 떠오르는 서늘한 습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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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마 모랄리아』-아도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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