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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개요
타자의 철학으로 잘 알려진 레비나스의 삶과 그의 철학을 다룬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포로가 되어 전쟁의 참상을 목도한 레비나스는 극단적 폭력의 원인을 '존재' 중심이었던 서양 사유 전통에서 찾는다. 그리고 이를 폐기하고 '존재자' 중심의 새로운 윤리 철학을 전개한다.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존재자'들은 각각 이질성을 지닌다. 하지만 소외와 배제의 폭력적 행위가 아닌 환대와 돌봄, 배려의 윤리적 행위를 실천할 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구원받을 수 있다. 레비나스의 고통 속 삶의 길을 함께 하면서, 우리 삶 속의 고통 또한 구원받을 수 있는 새로운 길의 윤리를 체험한다.
1906년 리투아니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레비나스는 네 가지 문화를 토대로 독특한 철학을 펼친다. 유대인의 성서적 가르침, 리투아니아의 문학적 상상력, 독일의 학문적 초월성, 프랑스의 구체적 행위에 대한 관심이 그것이다.
■ 강의특징
이 강의의 핵심은 '존재'에서 '존재자'로의 전환을 이해하는 것이다. '존재' 중심의 철학 속에 내재하는 '동일성'의 논리가 차이의 배제를 낳고, 그 결과 극단적 폭력을 일으켰다. 레비나스는 이러한 사유 방식을 극히 비판한다. 대신 존재하는 모든 존재자의 차이를 환대하고 돌보는 책임을 우리 자신에게 부과하는 새로운 윤리를 주창한다.
레비나스 철학에서 '타자'란 나를 자신의 유한한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 살게 하는 존재이자 신비함을 간직한 영원한 미지의 존재다. 서로 다른 차이를 가진 타자들은 영원한 신비감을 갖는 동시에 자신의 삶의 권리와 책임을 다하는 주체다. 우리는 타자와 마주할 때 매우 조심스럽게 다가갈 수밖에 없으며, 그를 소유할 수도 침범할 수도 없는 존엄성을 느낀다.
결국 우리는 타자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가 원하는 일에 응하며 타자를 자신보다 우월한 존재로 여기는 환대의 윤리를 실천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레비나스는 타자에 대한 환대에 있어서 우리 모두는 무한 책임을 지닌다고 말한다. 이것이 곧 온전한 주체로서의 존재를 의미하며, 동시에 이전까지의 '존재' 중심 사유가 회피했던 무책임한 존재로부터의 반성과 탈피를 의미한다.
타자의 '얼굴'은 레비나스 철학의 핵심 개념이다. 얼굴은 단순한 외양이 아니라 타자의 무한성과 취약성이 동시에 드러나는 장소다. 타자의 얼굴 앞에서 우리는 "죽이지 말라"는 윤리적 명령을 듣는다.
■ 추천대상
현대 사회의 차별과 소외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국경의 벽이 낮아지고 경제적 불평등이 심해지면서 지금 이 시대는 다양한 갈등과 분쟁, 차별과 폭력이 난무한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다문화 가정, 이주 노동자, 북한 이탈 주민 등 이전에 없었던 차이를 가진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새로운 사회에 직면했다.
디아스포라 유대인으로서 늘 차이와 차별을 겪어야 했고, 나치 포로수용소에서 극단적 폭력과 죽음을 목격했던 레비나스의 새로운 윤리는 차별과 소외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좋은 해답이 된다.
현상학이나 윤리철학에 관심 있는 독자, 특히 후설이나 하이데거를 공부했지만 레비나스는 생소한 사람들에게 유익하다. 사회복지, 인권, 상담 등 타자와의 관계가 중요한 분야 종사자들에게도 권한다.
레비나스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을 위해 박남희 교수는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철학을 풀어낸다.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 수강팁
레비나스 철학은 추상적이고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다. '존재와 존재자', '타자', '얼굴', '무한 책임' 같은 개념들이 생소하지만, 강사가 구체적 예시를 들어 설명하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후설의 현상학이나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대한 기초 지식이 있으면 도움이 되지만, 필수는 아니다. 강의에서 필요한 부분을 설명하기 때문이다.
레비나스의 대표작 『전체성과 무한』은 매우 어려운 책이므로 강의를 먼저 듣고 접근하는 것을 추천한다. 박남희 교수의 저서 『레비나스, 그는 누구인가: 모든 것은 윤리의 문제이다』를 함께 읽으면 이해가 깊어진다.
강의를 들으면서 자신의 삶에서 만나는 타자들을 떠올려보자. 다문화 가정 이웃, 장애인, 노숙인, 이주노동자 등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타자들에게 어떻게 환대의 윤리를 실천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면 실질적 도움이 된다.
■ 마치며
"모든 것은 윤리의 문제이다." 레비나스의 핵심 메시지다. 존재론이 아닌 윤리가 제일철학이다. 타자의 얼굴 앞에서 우리는 무한 책임을 진다. 이것이 바로 인간다움의 시작이다.
배려와 사랑의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새로운 삶의 방식. 레비나스는 포로수용소라는 극한 상황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는 윤리를 사유했다. 그의 철학은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지금 이 시대를 횡단하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환대의 윤리와 우리들의 책임, 타자를 대하는 주체적 존재자로서의 우리를 발견하자.
박남희(연세대 철학연구소 전임 연구원)
연세대 철학과에서 가다머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세종대와 그리스도 대학교 등에서 여성학을 강의해왔다. 현재 연세대학교 철학연구소 전임 연구원이자 철학 아카데미 상임워원, 성프린시스 대학 철학 교수, 서울대학교 평생교육원 철학 교수로 활발하게 중이다. 또한 한국해석학회 부회장과 철학상담치료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희망네트워크 아동 청소년 철학 교실 주임 교수를 맡아 오랫동안 어린이와 청소년의 철학 교육을 위해 애써왔다. 현재 한국해석학회 부회장과 철학상담치료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세기의 철학자들은 무엇을 묻고 어떻게 답했는가』, 『처음 읽는 독일 현대철학』(공저), 『종교와 철학 사이』(공저), 옮긴 책으로 『과학 시대의 이성』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