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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는 중세를 대체하는 문명이다. 기독교에서 고전으로, 신에게서 인간으로, 교권에서 세속 권력으로 관심을 돌림으로써 중세와 단절했지만, 과거와의 연속성 역시 지녔던 시대이기도 했다. 이 양면성 속에서 인류는 인간을 탐구하고자 하는 다양한 시도를 했는데, 건축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이러한 르네상스 시대엔 건축이 상업, 산업에 종속되는 단점도 생겨났지만, 비로소 직업적인 독립성을 갖게 됨으로써 ‘건축가들의 이름’을 통해 건축사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건축가들을 통해 본 서구 근대 건축사
초기 르네상스: 르네상스 건축 양식의 기초를 닦은 브루넬레스키[Brunelleschi, 1377~1446)]가 중세적 연속성을 간직하고 있다면, 이를 확장한 알베르티[Alberti,1404~1472)]는 로마 고전주의의 부활을 꿈꿨던 인물이다.
성기 르네상스: 브라만테[Bramante]가 중앙 집중형 구조와 고전주의를 특징으로 성기 르네상스의 문을 연
이후, 제자 라파엘[Raphael]은 이를 확장하여 하이(high) 르네상스의 꽃을 피웠다. 그는 단명했지만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와 함께 르네상스 예술의 3대 거장 중 한 명이 되어, 압축공간과 회화장식주의를 잘 보여주는 여러 중요 건축물을
남겼다.
사실 브루넬레스키부터 라파엘에 이르는 르네상스 건축가들은 저마다 건축 양식과 스타일은 달랐지만, 거시적 문명 차원의 통합이라는
하나의 목적 아래 있었다.
16세기 매너리즘: 고전주의를 일으킨 성기 르네상스와 달리, 매너리즘은 반 고전주의를 표방한다. 때문에 이들의 반항과 일탈적 면모는 몇 백 년간 저평가 받아 왔는데, 20세기 후반부터 매너리즘이 창조적인 생명력을 보여준 독자적인 양식이라는 긍정적인 해석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선구자 페루치[Perussi]와 완성자 줄리아 로마노[Giulio Romano]의 작품을 살펴보면 이 양식의 특징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고전주의에 집중함으로써 성기 르네상스와 매너리즘을 결합했던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Michelangelo]가 존재한다.
16세기 베니스 건축: 석공출신의 산미켈리[Sanmicheli], 로마 정통 고전주의를 구사한 산소비노Sansovino], 16세기 르네상스 건축을 종합하고, 완성한 팔라디오[Palladio,1508~1580)]는 베니스에서 활동했던 3인의 건축가들로서 건축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17세기 바로크 양식: 르네상스가 정사각형, 수평선 등 안정된 조형질서를 추구했다면, 17세기에 시작한 바로크는 수직의 활성화된 에너지를 추구한다. 베르니니[Bernini], 보로미니[Borrmini], 코르토나[Cortona] 3인을 통해 초기 바로크 양식의 특징을, 또한 구아리니[Guarini] ,주바라[Juvarra], 비토네[Vittone]의 건축물을 통해 삐에드몽과 폰타나 지역에서 발생한 후기 바로크의 변화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 16세기 매너리즘을 유지하되 바로크 영향 역시 받은 바로크 매너리즘이 위치한다.
건축가-자신의 시대를 이해하고, 새 시대의 이상을 보여주는 사람
건축물들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건축현상과 역사발전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다. 또한, 건축가는 단지 건물 설계 전문가를 넘어서, 자기 시대를 제대로 이해하고 건축을 통해 새 시대의 이상을 보여주는 사람이다. 때문에 이 강좌는 서구 초기 근대 건축사의 대표적인 건축가들의 작품과 특징을 개괄해 보는 동안, 인문학적 소양이 넓어지는 신비로운 체험을 선사할 것이다.
임석재(건축가, 이화여대 교수)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 대학 건축학과 대학원에서 석사를, 펜실베이니아 대학 건축학과 대학원에서 건축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1994년 이화여자대학교 건축학과를 신설, 1호 교수로 부임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국 최고의 건축사학자인 그의 전공분야는 20세기 서양 근현대 건축사 및 이론, 서양 건축사, 건축설계, 의장론 등으로,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총 36여 권에 달하는 건축관련 저서를 시리즈로 출간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