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는 성이 억압된 시대였을까. 푸코는 이 질문을 통해 성현상과 성담론의 변화를 추적한다. 그럼으로써 지식의 고고학에서 권력의 계보학으로 이행하며 생명관리권력을 중심으로 주체와 지식, 권력과 저항이라는 문제를 깊이 사유한다. 『성의 역사』 연작의 출발점.
성의 역사?
푸코는 1976년 『성의 역사』 제1권 ‘지식의 의지’와 제2권 ‘쾌락의 활용’을 출간한다. 원래 계획에는 6권으로 기획되었지만, 푸코는 사망 직전인 1984년 제3권 ‘자기 배려’를 출간하고 제4권인 ‘육체의 고백’은 사후 출판 금지의 유언 때문에 묻혀 있다 유족의 결정에 의해 2018년 출간되었다.
영어권에서 『성의 역사』 제1권은 ‘서론’이라는 부제와 함께 출간되었는데, 이 때문에 가장 많이 집어든 (그리고 좌절한) 푸코 입문 경로가 되었다는 얘기도 있다. 푸코의 이 연작은 『지식의 고고학』에서 짧게 언급한 것처럼 주체, 권력, 지식과 담론의 문제를 ‘성’이라는 주제로 관통함으로써 푸코 사상의 기념비적인 (미완의) 저술이었다.
억압가설
푸코는 제1권에서 그가 ‘억압가설’이라고 부르는 것, 즉 근대에 이르러 노동력의 보존을 위해 성적 억압이 이루어졌다는 가설을 화두로 삼아 근대 서유럽에서 성에 대한 담론이 어떻게 변모했는지를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인간과학으로서의 성과학이 어떻게 새로운 범주와 분류를 만들어냈는지, 목숨을 지배하던 법적이고 주권적인 권력이 어떻게 신체와 인구, 성을 규율하고 관리하는 생명관리권력으로 변모했는지 그 과정을 탐구한다. 그럼으로써 그가 계속 콜레쥬 드 프랑스 강연과 이후의 저술에서 탐구할 통치성, 생명관리정치, 파레시아, 자기의 테크놀로지와 윤리 등의 주제의 출발점이 마련된다.
푸코 사유의 대장정
심세광 선생이 진행하는 푸코 사유의 대장정은 2023년 『성의 역사』 연작 전체를 읽는 것으로 시작한다. 번역의 오류나 오해를 짚어주는 세심함과 중요 주제를 더 파고들어 소개하는 깊이, 그리고 다른 저작들을 환기하는 연결이라는 측면에서 강독이라는 ‘함께 읽기’가 가지는 힘은 여전히 계속될 것이다. 사후에도 점점 더 커지는 사유의 거인 푸코의 궤적을 따라가며 현재 우리의 것으로 만드는 철학의 함께 걷기로 초대하는 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