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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은 아름답다.
불안하고 우울할 때, 우연히 듣게 된 클래식 선율에 마음의 평정을 되찾고 감동의 눈물을 흘려 본 적 있는가? 어원적으로 '세대를 초월하여 전승 되는 위대한 작품'을 뜻하는 '클래식'은, 그 형식상의 완벽함과 견고함으로 인해 몇백 년 이상 널리 애호 받아 왔다. 그러나 단순히 아름다운 음악이라는 점은, 그토록 오랫동안, 또한 그토록 열렬히 클래식에 지속된 인류의 애정을 충분히 설명해 주지는 못한다. 게다가 우리는 클래식 음악에 심취한 나머지, 때때로 무언가 내부에서 역류하는 듯한 뜨거운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는가?
과거로부터 나를 경유한 후 다시 나의 후대에 까지 유전되는 어떤 인자가 내 피 속에 도사리고 있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 - 사실 우리가 클래식을 사랑하는 이유는 이렇듯 좀 더 깊은 곳에 있다. 이 강좌는 그 실체를 확인해 보고자 한다.
클래식은 역사다.
'클래식'은 역사다. 혹은 시대가 압축되어 있는 '역사의 장'이다. 클래식을 듣는다는 것은 그 음악이 입체적으로 펼쳐내고 있는 '시공간을 넘어선 환영, 혹은 비밀'을 경험하는 것이다. 갖가지 악기들이 어우러진 조화로움 속에는 당대의 가치관과 풍토, 열망, 문화, 그리고 그에 치열하게 반응했던 음악가의 희열과 고뇌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즉, 우리는 클래식을 통해 단순한 음악이 아닌, '시대'를 듣는다.
▶ 클래식의 모든 언어를 종합한 완성자이자 최고 수준의 연주자인 동시에, 중세에서 근대로 이행하는 시대의 사상과 열정을 담아냈던 음악가 바흐
▶ 시민들이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풍요, 자신들을 위한 예술을 요구했던 혁명의 시대 한 복판에 존재했던 모차르트, 그리고 파리를 발화점으로 한 혁명의 열기가 점차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던 시기, 개인적 고통뿐만 아니라 시대적 '고뇌'를 넘나들며 자유롭고 열정적인 '환희'의 세계를 간절히 호소했던 베토벤
▶ 1815년의 '빈 체제' 성립으로 파리, 빈, 드레스덴 같은 주요 도시마다 억압과 권태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던 암울한 시대를 살다 간 슈베르트
▶ 비스마르크가 북독일 전역을 통합하면서 강력한 남진 정책을 시도하던 제국의 시대, 정치적 혼돈에 대응했던 브람스와 바그너
▶ 민족주의 작품들은 오선지에 쓴 독립선언문과 같은 것! 보편의 언어를 특수라는 그릇에 어떻게 담아낼지 고민했던 차이코프스키
▶ 제국끼리의 혈투를 앞둔 위기를 예고하듯 유럽 곳곳에서 생겨난 혁신적인 문화예술 '아르누보'의 대표적 예술가 말러와 클림트
▶ 두 차례 전쟁을 치르는 동안 '인간성'에 대한 깊은 회의에 사로잡힌 전후 유럽에서 음악가들은 어떤 '파괴'의 양식을 선택했던가?
▶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를 바탕으로 권위적 관료주의와 개인 감성의 획일화가 나타난 현대 사회 - 이념, 인종, 종교 상 갈등으로 지구 전역이 화약고가 되었으며 핵, 식량, 생태 등의 문제까지 파생된 이 시대의 음악은 과연 어떤 식으로 존재하는가?
클래식에 내재한 부조화, 불협화음, 혹은 충돌의 비틀거림
문학, 그림, 연극 등은 전위적인 예술로 인정받아 왔지만, 유독 클래식만큼은 한가로운 귀족들을 위한 사치스런 교양, 혹은 관습적인 취미생활 정도로 치부되어 왔다. 물론 이는 클래식이라는 장르가 추구하는 '엄격하고도 완벽한 음악적 형식'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별다른 성찰 없이 시류에 편승해 온 음악은 아무리 견고한 체계를 이루어 아름다운 선율을 표방한다 해도 결코 불멸하지 못한다. 즉, 오랫동안 사랑 받아 온 클래식 명곡들엔 형식미를 넘어선 부조화와 불협화음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10년 이상 클래식 강좌를 진행해 온 정윤수 문화평론가는 익히 잘 알려진 음악가와 그들의 클래식 명곡에 감추어진 이러한 '충돌의 비틀거림'에 주목하여, 그것을 당대의 문학, 미술, 건축, 경제, 정치 등을 망라한 총체적인 문화 속에서 이해해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할 것이다. 자, 이 강좌를 통해 '시대'가 아우성치고 있는 클래식이라는 위대한 텍스트를 함께 보고 듣고 느껴보지 않겠는가?
정윤수(문화평론가, 성공회대 교수)
성공회대학교 사회학과 대학원에서 문화사회학을 전공했다. 문화비평지 [계간 리뷰]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하였으며,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의 논설위원 및 문화스포츠 담당 편집위원(2003년), 인문예술단체 풀로엮은집의 사무국장(2005년), 서울시 문화정책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축구 칼럼니스트이자 문화평론가인 그는, 경향신문, 동아일보, 한겨레신문, [씨네21], [월간 음악] 등에 오랫동안 클래식을 포함한 인문 예술 전반에 걸쳐 비평과 칼럼을 써왔다. 성공회대학교 및 여러 기관,교육 단체에서 10년 이상 클래식 강좌를 진행해왔으며 현재 성공회대학교 문화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