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트르는 20세기를 대표하는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문학가, 정치 활동가로, 실존주의 철학의 핵심 인물이다. 파리에서 태어나 엘리트 교육기관인 에콜 노르말 쉬페리외르를 졸업했으며,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 포로가 되었다가 탈출한 경험이 그의 철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학문적 성취 외에도 시몬 드 보부아르와의 평생에 걸친 지적, 감정적 동반자 관계로도 유명하며, 1964년 노벨문학상을 거부한 유일한 인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존재와 무의 철학
사르트르의 사상은 '실존(existence)', '본질(essence)', '자유(liberté)', '책임(responsabilité)', '앙가주망(engagement)' 등의 개념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의 대표작 『존재와 무(L'Être et le Néant)』에서 인간 존재를 '대자존재(pour-soi)'와 '즉자존재(en-soi)'로 구분하며, 인간은 본질이 미리 정해지지 않은 채 세상에 던져진 존재로 절대적 자유를 지닌다고 주장했다. 이 자유는 동시에 선택의 책임과 실존적 불안을 동반한다. 사르트르는 "실존이 본질에 선행한다"라는 명제를 통해 인간은 스스로 자신을 만들어가는 존재임을 강조했으며, 인간의 조건을 "유한한 자유"로 정의했다.
문학과 정치적 참여
사르트르는 철학적 사유를 소설, 희곡 등 문학작품을 통해 구체화했다. 『구토(La Nausée)』, 『벽(Le Mur)』과 같은 소설과 『파리의 닫힌 문(Huis Clos)』 같은 희곡은 실존주의 철학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데 기여했다. 그는 "지옥이란 타인이다(L'enfer c'est les autres)"라는 유명한 문구를 통해 인간관계의 본질적 갈등을 표현했다. 또한 사르트르는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식민지 해방운동, 68혁명, 반전운동 등 시대의 정치적 투쟁에 적극 참여했다. 『변증법적 이성 비판(Critique de la raison dialectique)』에서는 마르크스주의와 실존주의의 종합을 시도했으며, 『지식인을 위한 변명(Plaidoyer pour les intellectuels)』에서는 지식인의 정치적 앙가주망을 옹호했다. 사르트르의 철학과 문학, 그리고 정치적 실천은 20세기 사상사와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오늘날에도 자유와 책임, 진정성에 대한 그의 통찰은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