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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쇼츠_타임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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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흐름과 차이의 사유:2500년을 뛰어넘은 변화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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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들뢰즈와 헤라클레이토스 가상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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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강가에서 만난 두 사상가. 한쪽에는 긴 머리에 안경을 쓴 현대적 모습의 들뢰즈가, 다른 한쪽에는 수염이 풍성한 고대 그리스 복장의 헤라클레이토스가 앉아 있다. 강물은 끊임없이 흐르고 있다.)
헤라클레이토스: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네. 이 강을 보게. 끊임없이 변화하고 흐르지. 이것이 내가 말한 '판타 레이(πάντα ῥεῖ)', 모든 것은 흐른다는 원리일세.
들뢰즈: 흥미롭군요. 당신의 사상은 제가 2천 년 후에 발전시킨 '차이와 반복'의 개념과 맞닿아 있어요. 우리는 항상 차이를 생성하면서 존재하죠. 동일성이 아닌 차이가 근본적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생각은 일치합니다.
헤라클레이토스: 자네의 '차이'라는 개념이 궁금하군. 내게는 모든 것이 '로고스(λόγος)'의 지배 아래 대립과 조화를 이루며 변화하는 것이네. 불은 물로, 물은 흙으로 변하지만, 그 변화 속에서도 우주적 질서가 있지.
들뢰즈: 제게 차이는 단순한 대립이 아닙니다. 헤겔이 말하는 변증법적 대립과는 다르죠. 저는 긍정적 차이, 즉 순수한 생성으로서의 차이를 말합니다. 당신이 말한 로고스는 제게는 일종의 '내재면(plan d'immanence)'과 비슷할 수 있겠네요.
헤라클레이토스: 내재면이라... 어려운 말을 쓰는군. 나는 더 단순하게 표현하네. 모든 것은 불과 같이 변화하지만, 그 변화에는 법칙이 있다고.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해서 나를 '어두운 자(ho skoteinos)'라 불렀지.
들뢰즈: 저도 마찬가지로 이해받기 어려웠죠. 차이의 철학은 동일성에 길들여진 사람들에게는 어둡게 느껴지니까요. 그런데 당신이 말한 대립물의 일치라는 개념은 흥미롭습니다. "위로 가는 길과 아래로 가는 길은 같다"라고 하셨죠?
헤라클레이토스: 그렇네. 대립은 표면적으로만 대립일 뿐, 깊이 들어가면 하나의 과정이지. 낮과 밤, 삶과 죽음, 이것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네. 자네의 철학에서는 이런 대립을 어떻게 보는가?
들뢰즈: 저는 대립보다는 '차이의 반복'에 주목합니다. 매 순간 반복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항상 새로운 차이가 생성되죠. 니체의 '영원회귀' 개념을 재해석해서, 동일한 것의 회귀가 아닌 차이 자체의 회귀를 말했습니다.
헤라클레이토스: 흥미롭군. 나 역시 변화 속에서도 어떤 패턴이 있다고 봤네. 자네는 현대인이니 묻겠는데, 내 사상이 후대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들뢰즈: 당신은 서양 철학의 중요한 기원이 되셨죠. 니체가 당신을 높이 평가했고, 하이데거도 당신의 '로고스' 개념에 주목했습니다. 저 역시 당신처럼 존재를 고정된 것이 아닌 '생성'으로 보는 시각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어요.
헤라클레이토스: 자네와 나는 시대를 초월해 같은 강물을 보고 있는 것 같군. 다만 표현방식이 다를 뿐이지.
들뢰즈: 맞습니다. 우리는 모두 철학의 강물에 발을 담그고 있지요. 다만 제가 보기에 그 강물은 단순히 흐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형태로 '차이화(différenciation)'되고 있습니다.
헤라클레이토스: 결국 우리 모두 변화의 철학자로군. 내가 불을 근원적 원리로 본 것처럼, 자네는 차이를 근원적 원리로 보는 것 같네.
들뢰즈: 그렇습니다. 우리의 만남 자체가 시공간을 초월한 철학적 '사건(événement)'이라 할 수 있겠네요. 영원한 흐름 속에서 만난 두 사상가의 대화처럼요.
헤라클레이토스: 그렇다면 우리의 대화도 하나의 흐름 속에 있는 것이군. 한 번 나눈 이 대화는 다시는 같은 모습으로 반복될 수 없겠지.
들뢰즈: 정확합니다. 하지만 그 차이 속에서도 어떤 강도와 역량이 계속 변주되며 지속될 것입니다. 우리가 나눈 이 사유의 리듬은 새로운 차이들을 낳으며 계속 흘러갈 테니까요.
헤라클레이토스: 마치 이 강물처럼 말이지. 물은 흘러가지만 강은 남는다. 우리의 철학도 그런 것 같군. 형태는 바뀌어도 사유의 본질은 계속 이어져 나간다네.
들뢰즈: 아름다운 표현이군요. 결국 철학이란 '생각하기의 이미지'를 끊임없이 갱신하는 작업이니까요. 당신이 2500년 전에 던진 물음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새로운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처럼요.
(두 철학자는 잠시 강물을 바라보며 침묵했다. 어둠 속에서도 물결은 끊임없이 일렁이고 있었다. 시간을 초월한 사유의 만남이 또 다른 흐름을 만들어내며, 미래의 철학자들에게 전해질 것만 같았다.)
© 2025 아트앤스터디 + claude.ai, CC BY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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