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9년 1월 3일, 이탈리아 토리노의 포 강변 거리. 프리드리히 니체는 자신의 마지막 이성적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광기가 그를 삼키기 직전, 한 마부가 말을 채찍질하는 장면을 목격한 그는 말의 목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그 순간, 만약 누군가가 그에게 다가가 대화를 나누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초인을 꿈꾸던 철학자가 한 마리 말 앞에서 보여준 인간적 연민, 그 모순적 순간에 숨겨진 진실을 상상해본다.)
토리노의 1월은 차가웠다. 포 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거리를 휩쓸고 지나갔고, 니체는 검은 외투를 단단히 여미며 걸었다. 그의 머릿속은 온갖 생각들로 뒤엉켜 있었다. 『선악의 저편』을 출간한 지 3년, 『도덕의 계보』를 낸 지 1년이 지났지만 세상은 여전히 그의 사상을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너무 앞서 태어난 것일까?'
그때 앞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한 마부가 짐을 가득 실은 마차의 말을 채찍으로 때리고 있었다. 말은 지쳐서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는데, 마부는 계속해서 채찍을 휘둘렀다.
"이놈아! 빨리 가지 못해!"
니체의 발걸음이 멈췄다. 말의 눈에서 무언가를 보았다. 고통스러움도, 분노도 아닌, 그저 깊은 체념 같은 것이었다. 순간 그의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터져 나왔다.
"그만하시오!"
니체가 달려가 마부의 팔을 붙잡았다. 마부는 놀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뭐 하는 짓이오? 내 일에 끼어들지 마시오!"
하지만 니체는 마부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는 말의 목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그 순간, 군중 속에서 한 젊은 남자가 나타났다. 단정한 옷차림에 예리한 눈빛을 가진 그는 니체에게 다가갔다.
"선생님, 괜찮으신가요?"
니체가 눈물을 닦으며 고개를 들었다. "당신은 누구요?"
"저는 루 안드레아스-살로메의 친구입니다. 파울 레라고 합니다. 선생님의 저서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니체의 눈빛이 잠시 맑아졌다. "루? 루를 아는 사람이라고?"
"네. 그리고 지금 선생님이 왜 이렇게 하시는지도 조금은 이해할 것 같습니다."
마부는 중얼거리며 자리를 떠났고, 구경꾼들도 흩어졌다. 니체와 파울만이 말과 함께 남았다.
"이해한다고요?" 니체가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지금까지 신의 죽음을 선언하고, 힘에의 의지를 외치고, 초인이 되라고 말해왔는데, 지금 한 마리 말 때문에 울고 있는 내 모습을 이해한다는 건가요?"
파울이 차분히 말했다. "오히려 그래서 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신 초인이란 결국 인간성을 완전히 버린 존재가 아니라, 인간성을 끝까지 밀고 나간 존재가 아닐까요?"
"어떤 뜻인지 모르겠소."
"선생님이 『선악의 저편』에서 말씀하셨잖습니까. '괴물과 싸우는 자는 그 과정에서 자신이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그리고 '심연을 오래 들여다보는 자는 심연 또한 자신을 들여다본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니체가 말의 목을 쓰다듬으며 들었다.
"선생님은 지금까지 인간의 모든 약함과 위선을 비판해오셨습니다. 기독교 도덕을, 르상티망을, 군중의 노예도덕을 말입니다. 하지만 그 비판의 바탕에는 오히려 더 깊은 사랑이 있지 않았나요?"
"사랑이라고?"
"네. 인간에 대한 실망이 클수록, 그 이전의 기대와 사랑도 컸던 것 아니겠습니까? 선생님이 신의 죽음을 선언한 것도, 인간이 더 이상 의존할 대상 없이 스스로 서기를 바라셨기 때문이고요."
니체는 잠시 말없이 생각했다. 그의 눈에서 광기의 기운이 잠시 사라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연민을 약자의 감정이라고 했소. 강자는 연민을 느끼지 않는다고."
"그것도 맞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지금 선생님이 느끼시는 것은 약자의 연민이 아니라 강자의 연민이 아닐까요?"
"강자의 연민이라니?"
파울이 말 곁에 무릎을 꿇으며 설명했다. "약자의 연민은 자신의 고통을 다른 존재에게 투사하는 것입니다. '나도 저렇게 고통받으니까 저 존재가 불쌍하다'는 식이죠. 하지만 강자의 연민은 다릅니다."
"어떻게 다른가?"
"강자의 연민은 자신의 힘을 의식하기 때문에 생기는 책임감입니다. '나는 저보다 강하니까, 저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감이죠. 그래서 더 고귀한 것입니다."
니체의 눈에 새로운 빛이 떠올랐다. "계속 말해보시오."
"선생님이 지금까지 추구하신 초인은 결국 이런 존재가 아닐까요? 자신의 힘을 알기 때문에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 존재, 약한 것들을 짓밟지 않고 오히려 보호하는 존재 말입니다."
"하지만 나는 힘에의 의지를 말했소. 모든 존재는 더 많은 힘을 원한다고."
"그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그 힘이 어떤 방향으로 향하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약한 것을 짓밟기 위한 힘인가, 아니면 약한 것을 보호하기 위한 힘인가?"
니체가 말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눈에는 여전히 깊은 체념이 서려 있었다.
"이 말은... 이 말은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군요. 더 많은 힘도, 자유도, 심지어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조차도."
"그래서 더 숭고한 것 아닐까요?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짐을 지고 가는 존재."
"마치 인간처럼."
"네, 마치 인간처럼요. 그리고 선생님처럼."
니체가 파울을 바라보았다. "나는 지금까지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했소. 이성이 있고, 문화를 창조하고, 예술을 만들어내니까."
"그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인간에게는 동물에게 없는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무엇인가?"
"죄책감입니다. 다른 존재에게 해를 끼쳤을 때 느끼는 양심의 가책이죠. 이것이야말로 인간만이 가진 가장 고귀한 감정이 아닐까요?"
니체는 다시 말의 목을 쓰다듬었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은..."
"인간으로서의 가장 고귀한 순간입니다. 선생님은 지금까지 인간이 동물적 본능을 극복하고 더 높은 존재가 되기를 바라셨잖습니까. 그런데 그 '더 높은 존재'가 되는 순간이 바로 이런 순간이 아닐까요?"
"동물에게 연민을 느끼는 순간?"
"네. 자신보다 약한 존재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느끼는 순간 말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신적인 감정이죠."
니체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렇다면 신은 죽지 않았을 수도 있겠군요."
"어떤 의미에서요?"
"기독교의 신, 도덕의 신, 약자를 위로하는 신은 죽었을지 모르지만, 강자가 약자를 보호하려는 마음 속에서 새로운 신이 태어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니까요."
파울이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선생님이 찾으시던 새로운 가치는 이미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어디에?"
"지금 이 순간에. 한 마리 말을 위해 눈물 흘리는 선생님의 마음 속에 말입니다."
니체는 일어나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토리노의 겨울 하늘은 여전히 회색빛이었지만, 구름 사이로 희미한 햇살이 스며들고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인간이 신을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했소. 하지만 어쩌면 진정한 초인은 신보다 더 신적인 존재가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어떤 의미에서요?"
"신은 전지전능하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잖소. 하지만 인간은 약하고 유한하면서도 다른 존재를 위해 행동할 수 있어요. 이것이 더 위대한 것 아닐까요?"
그때 말이 천천히 일어났다. 마부가 돌아와서 다시 채찍을 들 것을 걱정했는데, 말은 스스로 일어나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저기 보세요." 파울이 말했다. "말도 선생님의 마음을 느꼈나 봅니다."
니체가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군요. 사랑은 전염되는 것 같아요."
두 사람은 말이 천천히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니체의 얼굴에서는 이전의 광기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파울, 당신 덕분에 깨달았소. 내가 찾던 초인은 결국 완전한 인간이었군요."
"완전한 인간이라니요?"
"자신의 힘을 알면서도 그 힘을 약한 것들을 위해 사용할 줄 아는 인간, 절망적인 현실을 보면서도 여전히 사랑할 줄 아는 인간 말입니다."
"그렇다면 선생님은 이미 초인이 되신 것 같습니다."
니체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이제 시작입니다. 진정한 철학은 이제부터 시작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의 예언은 빗나갔다. 그날 이후 니체는 급속히 정신적 붕괴를 맞았고, 더 이상 철학을 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토리노의 그 순간, 말의 목을 끌어안고 흘린 눈물은 그의 철학에 새로운 차원을 더했다. 힘에의 의지가 결국 사랑의 의지였으며, 초인이 되는 길이 결국 완전한 인간이 되는 길이었다는 것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그렇게 1889년 토리노의 추운 겨울날, 한 철학자는 자신의 마지막 이성적 순간에 가장 인간적인 진리를 발견했다. 신이 죽은 시대에 새로운 신성함의 가능성을, 허무주의 앞에서 새로운 사랑의 의미를 찾아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