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개요
라캉의 『세미나 11: 정신분석의 네 가지 근본 개념』은 1964년, 그가 국제정신분석학회로부터 파문당한 직후 고등사범학교에서 진행한 강의를 담고 있다. 이 세미나는 라캉이 기존 정신분석학계의 경직된 체계에 맞서 자신의 이론을 전면적으로 재정립한 결정적 저작이다. 본 강좌는 세미나 11의 이론적 핵심을 세밀하게 해부하면서, 무의식의 구조가 어떻게 시각 영역으로 확장되는지를 탐구한다.
라캉은 세미나 11에서 무의식, 반복, 전이, 충동이라는 네 가지 근본 개념을 재해석하며, 특히 '응시(gaze)'라는 개념을 통해 욕망의 구조를 시각 예술과 연결시킨다. 우리가 그림을 볼 때, 사실은 그림이 우리를 보고 있다는 라캉의 역설적 명제는 회화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가능케 한다. 이 강좌는 라캉이 직접 언급한 르네상스 회화에서부터 21세기 현대 작가들의 실험적 작품에 이르기까지, 응시 이론의 미학적 확장 가능성을 함께 탐색한다.
■ 강의특징
이 강좌의 가장 큰 특징은 라캉의 원문을 한 줄 한 줄 짚어가며 정밀하게 독해한다는 점이다. 백상현 강사는 세미나 11의 난해한 문장들을 풀어내면서도, 데카르트와 프로이트의 주체 개념 비교, 투케와 오토마톤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적 개념의 정신분석학적 전유, 시니피앙의 그물망 속에서 출현하는 주체의 분열 등 핵심 이론들을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또한 이론을 현실과 연결시키는 구체적 사례가 풍부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공황장애와 조현병을 투케(우발적 마주침)의 사례로 설명하고, 데이트 폭력을 트라우마와 운명 신경증의 맥락에서 분석하며, SNS 시대의 자기 인식을 필터링된 이미지와의 동일시로 해석하는 등 라캉 이론이 단순히 추상적 사유가 아니라 우리 삶과 직접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회화 분석에서는 홀바인의 <대사들>에 나타난 왜상(anamorphosis), 다 빈치의 <모나리자>에서 포착되는 미묘한 응시, 현대 사진작가 신디 셔먼의 자기재현, 스기모토 히로시의 빛과 시간 탐구 등 다양한 시각 자료를 활용한다. 고야와 오즈 야스지로의 작품, 영화 <매트릭스>, 안도 다다오의 건축까지 동서양을 넘나드는 예술 사례들이 라캉 이론의 렌즈를 통해 새롭게 조명된다.
■ 추천대상
이 강좌는 무엇보다 라캉의 정신분석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권한다. 라캉의 저작을 독학으로 읽어보았지만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웠던 사람, 세미나 11의 핵심 개념들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 이 강좌는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다만 프로이트의 기본 개념(무의식, 억압, 전이, 충동 등)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더욱 수월하게 따라갈 수 있다.
현대미술이나 시각 이론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도 이 강좌는 필수적이다. 응시, 스크린, 왜상 등 라캉의 시각 이론은 현대 미술 비평에서 빈번하게 활용되는 개념이지만, 그 정확한 의미와 맥락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이 강좌를 통해 이론의 원천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으며, 회화, 사진, 영화, 건축 등 다양한 장르에 응용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또한 임상 심리학이나 상담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도 유익하다. 트라우마, 반복 강박, 운명 신경증 등의 개념이 실제 임상 사례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철학, 문학, 문화 연구 등 인문학 전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라캉이라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의 핵심 이론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 수강팁
라캉 세미나 11의 원문을 미리 읽어보고 강의를 듣는다면 이해도가 크게 높아진다. 물론 원문 자체가 난해하지만, 강의와 병행하면서 읽으면 문장의 의미가 훨씬 선명하게 다가온다. 자크 라캉의 『정신분석의 네 가지 근본 개념』(새물결, 민승기 외 역) 또는 프랑스어 원문 『Le Séminaire, livre XI』를 곁에 두고 참조하면 좋다.
강의록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각 강의마다 제공되는 강의록에는 핵심 개념과 구조가 정리되어 있어, 강의를 들으면서 동시에 참고하거나 복습할 때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시니피앙, 대타자, 대상a, 중핵의 외밀성 같은 생소한 용어들은 강의록에 메모를 하면서 자신만의 이해 체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한 강의가 약 2시간 정도로 길기 때문에, 한 번에 다 듣기보다는 교시별로 나누어 들으면서 중간중간 일시정지하고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1회독에서는 전체 흐름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2회독에서 세부 내용을 깊이 이해하는 방식을 권한다. 실제로 여러 수강생들이 2회독 이후 개념들 간의 연결고리가 보이기 시작했다고 후기를 남겼다.
백상현 강사의 저서인 『라캉 미술관의 유령들』(책세상, 2014), 『속지 않는 자들이 방황한다』(위고, 2017) 등을 함께 읽으면 강의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책들은 라캉 이론을 미학과 일상의 영역으로 확장한 것으로, 강의에서 다룬 개념들이 어떻게 응용되는지를 보여준다.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의 반응은 대체로 "어렵지만 끝까지 들을 만한 가치가 있다"는 평가로 수렴된다. 한 수강생은 "작년부터 라캉 책을 독학으로 읽어왔는데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더라. 그러다 이 강의를 듣고 맥락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고, 또 다른 수강생은 "투케와 오토마톤 개념 설명할 때 현대 공황장애 사례까지 연결해주셔서 이론이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걸 체감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미술 전공자들의 반응도 인상적이다. "라캉 이론으로 그림 보는 게 신선했다. 르네상스 회화의 원근법을 응시 개념으로 설명하는 부분, 신디 셔먼 사진 작품 분석이 특히 좋았다"는 평이 있었고, "대학원에서 현대미술 이론 전공하는데 논문 쓰면서 응시 개념 써야 하는데 이 강의가 큰 도움이 됐다"는 후기도 있었다.
물론 난이도에 대한 언급도 많다. "정신분석 입문자에게는 벅차다", "5강부터 버거웠다"는 솔직한 고백도 있지만, 대부분 "친절하게 설명하려는 노력이 느껴진다", "구체적 사례들이 도움이 됐다"고 평가한다. 특히 홀바인의 <대사들> 그림 분석, 불타는 아이의 꿈 해석, 오즈 야스지로 영화 언급 등 구체적 사례가 이해에 결정적 도움을 주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 마치며
라캉의 세미나 11은 정신분석학 역사에서 하나의 전환점을 이룬 저작이다. 자아심리학으로 경직되어가던 정신분석학에 맞서, 라캉은 주체의 분열과 욕망의 윤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가 파문이라는 개인적 위기를 사상적 도약의 계기로 전환시킨 방식 자체가 이미 정신분석학적이다. 억압된 것은 회귀하고, 반복 속에서 새로운 의미가 출현하기 때문이다.
이 강좌는 단순히 라캉 이론을 학습하는 것을 넘어서, 우리 자신의 욕망 구조를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이미지들을 소비하지만, 정작 그 이미지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는 자각하지 못한다. 라캉이 말했듯 "나는 그림 앞에서 나 자신을 내려놓는다." 응시의 효과를 이해한다는 것은 곧 타자의 욕망 속에서 구성되는 나 자신의 불안정성을 인정하는 일이다.
백상현 강사는 난해한 이론을 최대한 구체적 사례로 풀어내면서도, 라캉 사유의 급진성을 희석시키지 않는다. 르네상스 회화에서 현대 사진까지, 데카르트에서 메를로퐁티까지, 프로이트의 임상 사례에서 현대인의 정신병리까지 종횡무진하는 이 강좌는 라캉 이론이 지닌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8강으로 구성된 이 강좌를 통해 라캉의 세계로 들어서는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