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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개요
시는 어렵다? 아니다. 해석보다 중요한 건 시를 읽은 후 내면에 그려진 풍경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이다. 시인 김진완은 말한다. "난해한 시를 대할 때 무의식 창고에 놓아둬 보지 뭐. 지금은 모르지만 나중에 뭐라도 되어서 나타나겠지!" 이 강좌는 시를 해석하기보다 느끼는 데 방점을 둔다.
호명, 기억, 가족, 죽음, 윤회. 다섯 개의 주제어로 연결된 시편들이 펼쳐진다. 김소월, 백석, 서정주 같은 익숙한 이름부터 하이쿠 시인 바쇼와 이사, 그리고 김진완이 개인적으로 기억하는 시인들까지. 매시간 20~30편의 시를 읽고, 그 시들이 호명하는 영화, 노래, 다큐멘터리를 함께 본다. 영화 <시>와 <내 사랑>, 노래 <옛 사랑>과 <개여울>, 기후 위기 영상과 쇠똥구리 다큐멘터리까지. 10시간 40분 동안 읽고 보고 듣고 느끼는 다채로운 여정이다.
■ 강의특징
이 강의의 가장 큰 특징은 시를 입체적으로 경험하게 한다는 점이다. 시만 읽는 것이 아니라 시와 공명하는 다른 예술을 함께 만난다. 이창동의 영화 <시>를 보며 시가 어떻게 살아나는지 생각하고, 이문세의 <옛 사랑>을 들으며 그리움의 정서를 느낀다. 쇠똥구리 영상을 보며 천상병의 시를 떠올리고, 인류와 기후위기 다큐멘터리를 보며 우리 시대의 시를 사유한다.
시인이기도 한 강사의 내밀한 독서 경험이 담겨 있다. 김진완은 자신의 마음에 있던 시편들과 문장들을 솔직하게 꺼내놓는다. 왜 이 시가 마음에 남았는지, 어떤 순간에 이 시가 떠올랐는지. 개인적 기억과 엮인 시 이야기는 추상적인 해설보다 훨씬 생생하게 다가온다. 허수경, 박용래, 김태정처럼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시인들을 소개하는 것도 강의의 매력이다.
시 창작 팁도 알차다. "시를 처음 쓴다면 자신의 이야기에서 출발하라", "어느 시인을 처음 접한다면 가장 짧은 시부터 읽어보라", "구체적인 일상어로 시를 만들고 상투적 관념어를 과감히 지워내라". 시를 쓰고 싶은 사람에게도, 그저 읽고 싶은 사람에게도 유용한 조언들이다.
■ 추천대상
시를 좋아하지만 어떻게 읽어야 할지 막연한 사람들에게 권한다. 시집을 사놓고도 첫 페이지만 읽다가 덮어버렸던 경험이 있다면, 이 강의가 좋은 안내자가 될 것이다. 해석의 부담에서 벗어나 그냥 느끼는 법을 배우면, 시 읽기가 훨씬 자유로워진다.
시를 쓰고 싶은 사람에게도 유익하다. 김진완 시인이 자신의 시를 직접 낭독하며 창작 과정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여러 차례 나온다. "사람도 나무처럼", "기찬 딸", "북어를 찢는 손이 있어" 같은 자작시를 통해 시가 어떻게 태어나는지 엿볼 수 있다.
영화, 음악, 문학을 횡단하며 사유하는 사람들에게도 추천한다. 이 강의는 장르의 경계를 넘나든다. 시를 읽다가 영화를 보고, 영화를 보다가 노래를 듣고, 노래를 듣다가 다시 시로 돌아온다. 예술이 서로 어떻게 공명하는지 경험하고 싶다면 제격이다.
■ 수강팁
강의에서 언급되는 시들을 미리 찾아 읽을 필요는 없다. 김진완 시인이 직접 낭독하거나 화면에 띄워주기 때문이다. 다만 특별히 마음에 드는 시가 있다면 메모해두고 나중에 시집을 찾아보는 것을 권한다. 허수경, 박용래, 김태정 같은 시인의 시집은 구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강의를 들으며 자신만의 시 노트를 만들어보자. 마음에 와닿는 구절을 적고, 그때 떠오른 자신의 기억이나 감정을 함께 적는다. 김진완이 말했듯 "작품을 감상하는 건 시인 내면에 흐르는 강물에 손을 넣어 물을 떠 마시는 일"이다. 강의를 통해 시인의 강물에 손을 넣었다면, 그 물로 자신만의 샘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여유롭게 들을 것을 권한다. 10시간 40분이지만 급하게 들을 강의가 아니다. 한 강씩 천천히, 시가 마음에 스며들 시간을 주면서 듣는다. 강의 중간에 나오는 영화나 노래도 건너뛰지 말고 끝까지 보고 듣자. 그것들이 모두 시를 입체적으로 느끼게 하는 요소들이다.
■ 마치며
"시가 겨냥하는 것은 당신이고 당신의 삶이다." 김진완 시인의 말이다. 시는 해석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동반자다. 슬플 때, 그리울 때, 외로울 때, 기쁠 때. 시는 우리 곁에 있으며 우리의 감정에 이름을 붙여준다.
이 강의에서 만나는 시편들은 김진완의 내면에 흐르던 강물이다. 우리는 그 강물에 손을 넣어 물을 떠 마신다. 그리고 그 물은 우리 안에서 각자의 강물이 된다. 같은 시를 읽어도 각자 다르게 느끼고, 다른 장면을 떠올리고, 다른 기억과 연결된다. 그것이 시의 힘이다.
호명, 기억, 가족, 죽음, 윤회. 이 다섯 개의 단어는 결국 우리 삶 전체를 관통한다. 10시간 40분의 여정을 마칠 때쯤, 당신의 무의식 창고에는 수많은 시편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을 것이다. 그것들은 언젠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떠오르며 당신을 위로하고, 흔들고, 깨우게 될 것이다.
김진완(시인, 수유너머104 회원)
[창작과 비평]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기찬 딸》, 《모른다》가 있고, 창작동화 《아버지의 국밥》, 《마법 우산과 소년》, 《홈런왕과 대머리 슈퍼맨》, 그림동화 《난 외계인이야》, 《기찬 딸》, 《칫쳇호수》, 《혼잣말하는 아이》등이 있다. 동화 《기찬 딸》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