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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개요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우리 삶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AI가 일자리를 대체하고, 로봇이 인간의 영역을 침범하며, 가상현실이 현실과 뒤섞이는 시대. 우리는 전통적인 인간상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 앞에 서 있다. 이 강좌는 포스트인문학 시대를 준비하는 여섯 가지 키워드를 통해 미래의 인간됨을 탐색한다.
테크노페미니즘, 로봇권, 블록체인, 난민, 로지스틱스, 아바타. 언뜻 연결고리가 보이지 않는 이 키워드들은 사실 하나의 핵심 질문으로 수렴된다. 우리는 누구를 '우리'로 포섭하고 누구를 배제할 것인가. 여성, 로봇, 난민, 가상의 존재들. 이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가 우리 미래를 유토피아로 만들지 디스토피아로 만들지 결정할 것이다.
각 강의는 해당 이슈가 실제 여러 나라에서 어떻게 진행되고 논의되는지 구체적 사례와 함께 이론적 배경을 꼼꼼하게 제시한다. 수유너머를 중심으로 한 신진 연구자 6명이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현장감 있는 분석을 펼친다.
■ 강의특징
이 강좌의 가장 큰 특징은 미래를 말하면서도 현재의 문제에 천착한다는 점이다. 로봇권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산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현실이며, 난민 문제는 최근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예멘 난민 사태를 직접 다룬다. 테크노페미니즘 역시 도나 해러웨이가 1985년에 선언했지만 여전히 과학기술 분야에 젠더 불평등이 존재하는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각 강의는 단순한 기술 소개나 현상 나열에 그치지 않고 철학적 사유의 깊이를 더한다. 블록체인을 '완전한 기계의 발명'으로 읽어내고, 로지스틱스 이면의 인간 통제 메커니즘을 폭로하며, 아바타를 통해 실존의 문제를 재고한다. 레비나스의 무한책임 윤리, 데리다의 무조건적 환대, 푸코의 권력론 등 현대 철학의 핵심 개념들이 현실 문제와 만나며 생생한 의미를 획득한다.
여섯 명의 강사는 각기 다른 배경을 가졌지만 공통점이 있다. 모두 현장에서 연구하는 젊은 학자들이라는 점이다. 변호사로 활동하며 장애인과 홈리스의 정치에 관여하는 김도희, 대안교육을 꿈꾸는 교사 박소라, 물리학과 수학을 공부한 철학도 김충한 등 이들의 다층적 경험은 강의에 현실감과 설득력을 부여한다.
■ 추천대상
AI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는 직장인, 특히 기술 관련 업종에 종사하면서 인문학적 통찰이 필요한 이들에게 적합하다.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창의적으로 해석하고 싶은 기획자, 마케터, 콘텐츠 제작자들에게도 유용한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이다.
인문학을 전공했지만 현대 과학기술과의 접점을 찾지 못해 고민하는 대학원생이나 연구자들에게도 권한다. 전통 인문학의 고루한 의제로 회귀하지 않으면서도 철학적 깊이를 유지하는 방법론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페미니즘, 난민, 환경 문제 등 사회적 이슈에 관심 있는 시민활동가나 교육자들에게도 추천한다. 각 이슈를 기술철학적 관점에서 새롭게 조망함으로써 실천적 상상력을 확장할 수 있다.
무엇보다 현재를 살아가며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한 강좌다.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는 결국 지금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 수강팁
강의 전체를 순서대로 들을 필요는 없다. 관심 있는 주제부터 선택해서 들어도 각 강의가 독립적으로 완결성을 갖추고 있어 이해하는 데 문제없다. 다만 전체를 듣고 나면 여섯 개의 키워드가 하나의 메시지로 수렴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강의에서 다루는 개념들이 낯설 수 있다. 레비나스, 데리다, 푸코 등 현대 철학자들의 이름이 등장하고, 블록체인이나 로지스틱스 같은 기술 용어도 나온다. 하지만 강사들이 구체적 사례를 들어 설명하기 때문에 철학이나 기술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어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다. 이해가 어려운 부분은 일단 넘어가고 전체 맥락을 파악한 후 다시 들으면 명확해진다.
각 강의가 다루는 사례와 이론을 메모하면서 듣기를 권한다. 강의록이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복습을 위해서는 자신만의 노트가 필요하다. 특히 각 강의에서 제시하는 구체적 사례들은 관련 분야 종사자나 연구자들에게 직접적으로 활용 가능한 정보다.
강의를 들은 후 각자의 일상이나 업무 현장에서 비슷한 이슈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테크노페미니즘을 들었다면 내가 사용하는 기술 제품이나 서비스에 젠더 편향이 있는지, 로지스틱스를 들었다면 내가 주문한 택배가 어떤 시스템을 통해 배송되는지 관찰해보라.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은 무엇보다 젊은 연구자들의 신선하고 세련된 시각을 높이 평가했다. "창의적 고민이 돋보이는 강의", "현재와 미래를 잇는 강의"라는 평가가 이를 뒷받침한다. 영화 <바이센테니얼맨>을 떠올리며 인간과 로봇의 경계가 무너지는 시대를 성찰한 수강생도 있었다.
다만 강의록이 제공되지 않는 점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내용이 워낙 방대하고 새로운 개념들이 많아 복습이 필수인데 동영상으로만 확인할 수 있어 학습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고퀄리티 강의인 만큼 강의록 서비스가 보완되면 좋겠다는 의견이다.
개별 강의에 대한 반응도 다채롭다. 테크노페미니즘 강의는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서는 명쾌한 설명"이, 블록체인 강의는 "기술을 넘어 철학적 사유로 확장하는 통찰"이, 난민 강의는 "무조건적 환대가 가능한가라는 윤리적 난제"가 인상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섯 개의 주제가 일관되지 않아 보이지만 결국 "다양성의 포섭과 배제가 미래를 결정한다"는 하나의 메시지로 수렴된다는 통찰도 있었다. 이는 강좌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을 정확히 포착한 평가다.
■ 마치며
우리는 과도기에 살고 있다. 휴머니즘, 기계론적 세계관, 원본의 아우라 같은 전통적 가치들은 여전히 상징적 힘을 발휘하지만, 동시에 그 한계를 드러낸다. 미래의 인간은 이런 키워드 밖에서 등장할지도 모른다.
이 강좌가 제시하는 여섯 가지 키워드는 새로운 인간됨을 실험하는 영토다. 테크노페미니즘은 젠더 이분법을 넘어서는 세계관을, 로봇권은 인간 중심주의를 넘어서는 윤리를, 블록체인은 중앙집중을 넘어서는 공유경제를 제시한다. 난민 문제는 우리와 타자의 경계를, 로지스틱스는 속도와 효율 이면의 통제를, 아바타는 현실과 가상의 구분을 질문한다.
이 질문들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질문하지 않으면 미래는 우리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만들어버릴 것이다. 이 강좌는 미래를 예측하는 게 아니라 미래를 만들어갈 사유의 도구를 제공한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헤쳐 나갈 창조적 사고가 필요한 시대, 이 강좌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오영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융합교양학교 초빙교수)
한양대학교 국문과에서 현대시, 그 중에서도 김수영에 집중해 공부했다. 문학과 문화를 오고가며 강의와 글쓰기를 이어가고 있으며, 언어와 신체, 기술과 결합한 새로운 신체성의 문제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양대학교 에리카 한국언어문학과 겸임교수이자 수유너머 파랑연구원. 그리고 문화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팽목항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함께 썼고, 「거울신경세포와 서정의 원리」, 「김수영과 월트 휘트먼 비교연구」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