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아도르노는 ‘항공모함’과 같다. 철학이라는 이론적 몸통을 기반으로 사회학, 문학, 미학·예술, 음악 등과 같은 개별 학문을 넘나들며 전방위적 사유를 전개했다. 학제 간 결합을 통해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 아도르노의 ‘비판’은 인식대상에 대한 다층적, 다차원적 인식을 도출해내며 오늘날의 병리 현상을 진단하는 데 유효한 틀거리가 된다. 이성의 타락이 정점을 찍었던 나치의 전체주의 체제를 목도하고 '도구적 이성'이라는 개념으로 서구 문명사를 재구성한 아도르노의 통찰은, 현재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원시제전에서 시작된 문명의 타락사
아도르노 모든 사유의 공통분모는 사회다. 아도르노는 평생 사회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성적인 사회의 이성적인 구축이 어떻게 가능할 것인지를 골몰하는 데 일생을 바쳤다. 그에게 있어 사회는 원시제전으로부터 비롯된다. 타락사, 병리사, 퇴행의 역사인 서구 문명사에서 원시제전은 사회의 출발, 권력(관계)의 출발, 부자유한 노동에 출발하게 한 동시에 예술의 출발도 가능하게 했다. 아도르노의 역사철학을 공부하는 본 강좌에서는 원시제전 이후 인간 역사에서 계몽의 자기파괴 과정을 살피고, 자연지배의 변증법과 계몽과 신화의 변증법을 이해하는 데 목표를 둔다.
비판 철학과 변증법적 비판이론
아도르노 철학은 비판 철학이다. 그의 철학적 목적 역시 비판에 있다. 그는 극단적인 비관주의자였지만, 궁극적으로는 화해를 통한 행복에 도달하기 위해 비판을 수행했다. 이러한 아도르노 사유의 궤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변증법적 비판이론을 꼼꼼히 따라가야 한다. 본 강좌는 이를 위해 1~3강에서 아도르노의 삶과 저작, 사상과 학제 간 연구를 개관하고, 4~6강에서는 역사철학을 다룬다. 이어지는 두 번째 강좌에서는 인식론·사회이론·미학·예술이론을 본격적으로 탐구하며, 두 강좌를 함께 수강하면 아도르노 사상의 큰 그림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문병호(철학자)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아도르노 철학에 대한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대학원과 고려대, 성균관대, 서울여대에서 강의하였으며 광주여자대학교 교수와 연세대학교 인문한국(HK) 교수로 일했다. 현재는 대안연구공동체 교수로 활동하면서 아도르노 저작의 번역에 참여하고 있으며, 사회비판과 관련된 연구 및 저서 집필을 병행하고 있다. 저서로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의 『계몽의 변증법』 읽기』, 『서정시와 문명비판』, 『비판과 화해』, 『문화산업시대의 문화예술교육』, 『왜 우리에게 불의와 불행은 반복되는가?』 등이 있고 주요 역서로 아도르노의 『신음악의 철학』공역 , 『미학 강의 I』, 『사회학 강의』 등이 있다. 공동저서 『정보혁명』, 역서 『사회학 논문집 I』, 『베토벤. 음악의 철학』(공역)이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