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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술은 무엇이며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나는가
역사는 늘 오늘 새롭게 재구성되는 어제인 동시에, 그 어제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을 말하는 작업이다. 예술의 역사도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현대 미술의 역사는 통상의 고전적인 미술사와는 경우가 많이 달라 보인다. 죽은 고전들의 목록으로 재구성되는 기존의 미술사와는 달리, 현대 미술의 역사는 현재의 이해와 너무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기점을 어떻게 잡느냐부터 전혀 다른 계보를 재구성할 수 있다. 그러니 물어 보자. 최근의 비평적 관점에서 새롭게 쓸 수 있는 현대 미술의 역사는 어떤 것이냐고. 여기 그 답이 있다.
그리고 우리와 무슨 관련이 있는가
이 강좌는 세잔느로부터 현대 미술의 기점을 잡아 그 방법(메소드)의 역동적인 전개를 축으로 현재까지의 미술사를 정리해 보려는 작업이다. 그렇지만 단순히 역사를 정리해서 재밌게 들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부분의 미술 이야기에서 간과되는 질문을 끝까지 함께 안고 간다. 그것은 ‘이 이야기들이 우리와 어떤 관련이 있는가’이다. 다시 말해 특정한 시대적 배경에서 특별한 개인들이 시도한 새로운 흐름이 한국이란 나라의 미술에는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 실질적인 연관관계와 의미를 놓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덕분에 우리는 강의를 들으며 종종 당시 만들어진 오해와 무지가 어떻게 현재까지 이어져 역사의 풍요로운 디테일들을 놓치게 되었는지 새로운 시야가 트이게 된다.
포스트모더니즘 이후, 미술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연속 강좌의 세 번째 시간은 현대 미술의 상황을 비평적으로 돌아보고 현재를 묻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 후반 이후 변화가 가속화되는 기술적 혁신의 시대가 찾아왔고 이러한 기술적 변화는 미술의 혁신과 새로운 가능성을 가져오는 동시에 기존의 관행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19세기의 산물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사진의 전통이 대표적이다. 뉴미디어의 출현은 새로운 도전으로 현대 미술을 추동한 중요한 동력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동력은 미술의 자기 비판이다. 기존의 관념을 벗어나거나 재인식함으로써 끊임없이 새로움을 창조해내는 메커니즘이 자기 비판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미술은 비평적 담론과 논쟁을 떠나서 말할 수 없다. 우리의 강좌가 ‘현재 미술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지난 수십 년의 미술계, 특히 한국 미술의 현상황을 진단하며 마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다. 현대 미술의 죽음을 선언하며 도래할 새로운 미술을 준비하는 강좌를 통해 우리도 함께 내일을 기다리는 사람이 되자.
임근준(미술•디자인 이론/역사 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