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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의 도서관』,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 1899~1986]
아득한
곳으로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나선형 계단이 있는 도서관을 상상해 보자. 시대가 넘나들며, 다양한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이 도서관은, 온갖
암호와 수수께끼로 이루어진 무한 변용된 우주와 같다. 이는 ‘소설쓰는 철학자’,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창조한 도서관이다. 보르헤스만큼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환상성과 압축의 미학, 전설과 신화가 결합된 신비로움을 잘 보여주는 작가가 또 있을까? 영원, 무한, 반복, 미로 등의 이미지로
대표되는 그의 단편들은 포스트모너니즘과 해체주의 문학의 새 시대를 열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태어난 그는, 유전적 원인으로 30대 후반무렵 시력을 거의 상실했지만, 고도의 집중력과 기억력으로 믿지 못할만큼 방대한 양의 텍스트를 머리 속에 담고 있었다. 덕분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문학의 역사와 미지의 작가, 옛 도서의 다양한 구절들이 보르헤스의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소개된다.
완전히 독창적인 글은 없으며, 모방이 곧 창조이자, 읽히는 방식에 의해 전혀 새로운 작품이 된다는 것 - 불규칙적인 듯 하지만, 반복과
질서가 있음을 강조했던 보르헤스만의 경이로운 작품세계를 접해보자.
루이스 보르헤스 가르시다 마르케스 마누엘 푸익
ⓒ National Archieef Nederland
『백년동안의 고독』, 가르시아
마르케스[Gabriel Garcia Marquez, 1927~]
콜롬비아 저널리스트 출신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마콘도라는 가상의 마을을 배경으로 5대에 걸친 부엔디아 가문의 흥망성쇠를 그린 『백년동안의 고독』을 출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세계적인 작가이다.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문화를 신화적으로 구성하며 중남미의 정체성을 진지하게 탐구했던 그의 작품들은, 대중적 성공에 힘입어
‘마술적 리얼리즘’을 알리는데 크게 공헌하였다. 한번 잡으면 너무 재미있어 손을 놓치 않고 단숨에 읽게된다는 그의 책, 어떤 것이 현실이고,
어떤 것이 환상인지 구분할 수 없는 마르케스의 작품 세계가 궁금하지 않은가?
『거미여인의 키스』, 마누엘
푸익[Manuel Puig, 1932~1990]
영화를 통해 널리 화자되기 시작한 『거미여인의 키스』는 대중문화가
고급문화와의 위계질서를 허물고, 어떻게 예술적 차원으로 승화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소설이다. 70년대 출간된 가장 뛰어난 라틴 문학으로 꼽히는
이 책은, 정치범과 동성연애를 전면에 내세워 당시 아르헨티나의 정치, 사회적 문제에 주목하였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 <해피투게더>의
원작 『부에노스아이레스 사건』를 쓴 것으로도 유명한 마누엘 푸익은, 대중 음악, 영화 등 키치적인 팝문화를 주요소재로 택해 하위문화의 가능성을
활짝 열었던 작가이다. 오락성 속에서 소외된 자들에 대한 따스한 시선으로 진한 감동을 선사하는 푸익의 작품을 만나보자.
송병선(울산대 교수)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카로이 쿠에르보 연구소에서 석사 학위를, 콜롬비아의 하베리아나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베리아나 대학교와 콜롬비아 국립 대학교 전임교수를 역임했으며, 라틴 아메리카 문학에 대한 다수의 논문과 저서를 집필하였다. 현재 울산대학교 스페인중남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보르헤스, 마르케스, 바르가스 요사 등 대표적인 중남미 작가들의 작품을 대거 번역하여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