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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 '경쟁' 그리고 '개인주의'의 가속화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들 마음 속 풍경을 그리다.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은 갈수록 커지는 반면 그에 대한 뚜렷한 대안은 없는 듯 보인다. 불행에 대한 감각은 날로 날카로워지는데, 정작 그 해결에 대한 명쾌한 언어는 부재하는 현대 사회를 우리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분석해야 할까?
이러한 피할 수 없는 고민 앞에서 이스라엘의 철학자 아비샤이 마갈릿은 『품위 있는 사회』를 통해 현대 사회의 정의와 인간의 본성에 대해 성찰한다. 아비샤이 마갈릿은 모욕을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지 않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단호히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헤겔의 '주인-노예의 변증법'에서처럼 주인이 노예를 모욕하면서 느끼는 우월감은 주인 자신의 자가당착이다. 왜냐하면 노예를 모욕하기 위해 그는 노예를 자신과 같은 인간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방증하기 때문이다. 모욕의 대상은 반드시 타자를 나와 같은 인간으로 설정한다. 아비샤이 마갈릿이 말하는 '품위'란 바로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는 데 있다. '품위'는 단순히 인간을 인간답게 대한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모욕의 대상과 대상이 속한 이 세계에 대한 성찰이 함께 전제될 때 비로소 '품위'가 된다.
또한, 그는 이러한 원칙이 근대적 '시민'의 권리가 성립하는 주요한 원리로 보고 현대의 2등 시민과 같은 위치에 처한 사람들, 시민으로부터 쫓겨나 '비인간화' '신비화' 혹은 '동물화'를 겪고 사회의 사각지대로 내몰린 사람들을 돌아보자고 제안한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가치가 공정하고 효과적으로 분배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가치가 분배되는 방식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사람과 관계 맺기 위한 교육의 역할에 대해서도 성찰하고 있다.
타인에 대한 차별과 배제, 낙인과 모욕이 갈수록 자연스러운 인간의 풍경 하나쯤으로 생각되는 요즘, 이러한 아비샤이 마갈릿의 주장은 우리에게 여전히 강력한 반성을 불러온다. 김찬호 교수가 소개하는 아비샤이 마갈릿의 『품위 있는 사회』를 따라 우리는 개인이 겪는 모욕과 그러한 개인들이 관계하는 사회적 정의의 문제를 보다 깊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김찬호(사회학자, 성공회대 교양학부 초빙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동대학원에서 일본의 마을 만들기를 현장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에서 문화인류학과 교육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서울시대안교육센터 부센터장을 지낸 바 있고, 현재 교육센터 마음의 씨앗 부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