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한국에서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삼풍백화점이 가라앉았다. 졸속 산업화가 낳은 위험 상황이 연이어 터지던 그 시절,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가 한국에 소개되었다. 벡이 말하는 위험사회는 핵·생물학·화학 산업의 위험을 의미했지만, 한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드러난 위험들과 비교되면서 '합리성의 완성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졌다.
벡은 포스트 모더니즘 현상을 '탈근대성'이 아니라 '근대성에 대한 근대성의 도전'으로 파악한다. 근대성이 구축한 제도들이 해체되는 징후는 근대성의 자기부정이 아니라 자기혁신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강의는 벡의 핵심 개념인 위험사회, 개인화 테제, 하위정치, 세계시민정치화를 체계적으로 탐구하며, '반쪽 근대'가 생산한 부작용이 어떻게 '제2근대성'을 위한 정치적 자원이 되는지 밝힌다.
■ 강의특징
홍찬숙 교수는 독일 뮌헨대학교에서 울리히 벡의 지도 하에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벡의 여러 저서를 번역한 국내 최고의 벡 전문가다. 이 강의는 국내에서 울리히 벡을 심도 있게 다루는 유일한 강좌로, 벡의 사유 전체를 8강에 걸쳐 체계적으로 조망한다.
1강에서는 포스트 모더니즘을 사회학적으로 바라보며 근대성, 성찰적 근대성, 위험사회의 핵심 개념을 설명한다. 2-3강에서는 개인화 테제를 다룬다. 계급과 신분을 넘어 개인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이 느끼는 불안, 그리고 그 불안이 어떻게 저항을 불러오는지 분석한다. 특히 3강에서는 사랑, 결혼, 가족 구성을 통해 젠더 개인화가 저출산과 생식의 산업화로 이어지는 과정을 추적한다.
4강에서는 위험사회에서 과학과 정치의 관계, 그리고 '하위정치'라는 새로운 시민적 저항 형태를 다룬다. 5-6강에서는 세계화 시대의 정치경제학과 세계시민주의를 조명한다. 이념대립체제에서 인권체제로의 전환, 세계위험공동체의 비전을 제시한다. 7강에서는 기후변화와 돌봄체인 같은 세계불평등의 구조화 문제를 다루며 일국적 가족에서 세계가족으로의 전환을 논한다. 8강에서는 종교의 개인화가 어떻게 세계시민주의로 연결되는지 탐구한다.
■ 추천대상
현대 사회의 불안과 위험을 이론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취업난, 집값 상승, 미세먼지, 기후변화 등 막연하게 느끼던 불안이 사회학적으로 어떻게 설명되는지 궁금한 독자, 포스트 모더니즘과 근대성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싶은 독자, 개인화 현상과 세계화의 정치적 의미를 탐구하고 싶은 독자에게 적합하다.
사회학이나 정치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위험을 고민하는 이들, 전지구적 문제에 대한 시민적 대응을 모색하는 활동가들에게도 유익할 것이다.
■ 수강팁
벡의 이론은 개념이 복잡하고 방대하다. '성찰적 현대화', '역근대성', '하위정치' 같은 핵심 개념들을 강의록에 정리하며 듣기를 권한다. 전체 강의가 13시간에 가까워 긴 편이지만, 설명 속도가 빠른 편이므로 집중해서 들어야 한다.
사회학이나 철학 배경지식이 부족하다면 1강을 여러 번 반복해서 듣는 것을 추천한다. 근대성과 성찰적 근대성의 개념을 확실히 이해해야 이후 강의 내용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각 강의에서 다루는 주제들이 결국 '개인화에서 세계시민정치화로'의 큰 흐름 속에 있음을 염두에 두고 들으면 전체 구조가 보인다.
■ 수강후기에서
한 수강생은 "울리히 벡 사유의 핵심을 꿰뚫는 명강의"라며 "벡의 핵심 개념인 개인화 테제가 세계시민정치화로 어떻게 변모하는지 그 이론적 궤적을 너무나 명쾌하게 짚어준다"고 평했다. 또 다른 수강생은 "'이념이 아니라 불안이 저항을 불러온다'는 벡의 통찰이 이 시대의 한국 사회를 정확히 관통한다"며 "막연하게 느끼던 불안이 사회적 위험의 심리화된 형태라는 점을 깨닫고 답답했던 가슴이 풀렸다"고 말했다.
"포스트 모더니즘 현상을 탈근대성이 아니라 근대성의 자기혁신으로 파악하는 벡의 시각을 배운 것이 가장 큰 수확"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반면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지만 여전히 어렵다"는 솔직한 후기와 함께 "8강으로 벡의 복잡한 사유 전체를 다루다 보니 후반부로 갈수록 압축적으로 진행되는 느낌"이라는 아쉬움도 있었다.
■ 마치며
우리는 위험사회에 살고 있다. 미세먼지, 기후변화, 인공지능, 팬데믹. 전지구적 위험이 일상화된 시대다. 벡은 이러한 위험이 단순한 재난이 아니라 '반쪽 근대'가 생산한 부작용이며, 동시에 '제2근대성'으로 나아가기 위한 정치적 자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근대성의 자기혁신을 이끄는 정치적 주체는 인간이 아니라 위험 그 자체다. 위험은 TV와 대중매체를 통해 불안이라는 심리화된 형태로 개인들에게 전달되고, 개인들은 하위정치를 통해 새로운 시민적 저항을 만들어낸다. 이것이 세계시민정치화로 나아가는 벡의 비전이다.
이 강의는 절망적인 현실을 비판적으로 보되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학자의 역할을 보여준다. 울리히 벡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이 강의가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강사소개
홍찬숙(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책임연구원) 홍찬숙은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여성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8년 독일 뮌헨대학교 사회학과에서 울리히 벡 교수의 지도 하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책임연구원이며 서울대학교와 인천대학교에서 강의한다. 울리히 벡의 <세계화 시대의 권력과 대항권력>, <자기만의 신>(출간 예정)과 벡 부부의 공저 <장거리 사랑>(공역)을 번역했다. 저서는 <여성주의 고전을 읽는다>(공저), <독일통일과 여성>(공저) 가 있고, 울리히 벡의 개인화 테제에 대한 논문들을 발표했다.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에 서평 “샌델의 ‘정의’? 난 반댈세!”와 “위험, 피할 수 없는 유령의 오케스트라”를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