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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록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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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개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한국에서 폭풍적 반향을 일으켰다. 정의에 대한 관심은 현재 복지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되고 있다. 롤즈의 『정의론』이 출판된 1970년대는 전후 풍요사회를 이룩한 서구에서 복지국가 제도들이 확립되던 시기였다.
이 강의는 정의론을 단순히 정치철학의 텍스트로 다루지 않는다.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 또는 제2근대성에 대한 논의와 롤즈 이후의 정의론을 사회학적으로 연결한다. 정의에 관한 여러 논의가 어떤 사회적, 지적 배경 속에서 이루어졌는지를 중심으로 접근한다.
한국 사회는 1970~80년대 고도 산업화로 경제적 성과를 이뤘지만, 정치적·문화적으로 선진적 사회통합의 길은 요원하다. 현시점은 한국 사회에서 복지제도의 틀이 잡히는 대단히 민감한 시기다. 외국 복지제도의 형태나 역사만이 아니라, 복지제도의 정치철학적 원리인 정의론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의론의 이론적 발전은 서구 사회 복지제도의 위기와 관련된다. 롤즈 이후 10여 년이 경과한 뒤에야 공동체주의, 페미니즘 윤리, 다문화주의 등의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는 신자유주의 또는 세계화의 조건 속에서 복지국가가 도전받는 상황을 반영한다. 현 시점의 정의론은 더 이상 정상가족이나 국민국가 형태와 결합할 수 없다. 롤즈에 의해 재발견된 칸트의 실천윤리는 세계시민적 전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 강의특징
이 강의의 가장 큰 특징은 정의론을 사회학적으로 접근한다는 점이다. 홍찬숙 교수는 울리히 벡의 개인화 이론을 통해 현대사회를 분석하고, 그 맥락에서 정의론을 이해한다. 개인화는 disembedding(탈매장)과 reembedding(재매장)이라는 두 측면을 갖는다. 전통적 공동체에서 벗어나지만, 새로운 연대의 원리를 필요로 한다. 롤즈의 정의론은 바로 이 새로운 시민사회의 연대원리다.
급진화된 근대성에서 공리주의는 종말을 맞는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원리는 개인의 권리를 보장하지 못한다. 롤즈는 칸트의 실천윤리를 재발견하며, 사회계약으로서의 정의론을 제시한다. 원초적 입장에서 무지의 베일 뒤에 있는 이들이 합의할 수 있는 정의의 원칙. 이것이 롤즈의 혁명적 기여다.
그러나 롤즈의 정의론은 한계를 갖는다. 오킨의 페미니즘 비판은 롤즈가 가족의 문턱에서 멈췄음을 지적한다. 개인은 남성 가장을 의미하는가. 가족 내 성 불평등은 정의의 문제가 아닌가. 길리건의 배려 윤리는 정의와 배려라는 두 가지 도덕적 목소리를 제시한다.
월저의 공동체주의 비판은 롤즈가 국민국가의 문턱에서 멈췄음을 보여준다. 질서정연한 사회는 국민국가인가. 다문화사회에서 정의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이민자와 난민의 권리는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강의는 이러한 비판들을 통과하며 세계시민주의로 나아간다. 칸트의 영구평화론과 세계시민적 권리 개념이 재발견된다. 하버마스의 의사소통적 정의, 벤하비브의 타자의 권리가 논의된다. 가족과 국민국가의 문턱을 넘어서는 것이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한국 사회에 대한 분석이다. 자유주의와 개인주의 없는 근대화가 한국에 어떤 결과를 낳았는가. 집단주의와 가부장제가 여전히 강력한 상황에서 정의론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정수복의 『한국인의 문화적 문법』 같은 한국적 맥락을 다룬 저작들도 참조된다.
■ 추천대상
샌델의 책을 읽고 정의론에 흥미를 느꼈지만, 더 깊이 있는 이해를 원하는 분에게 최적이다. 샌델이 제시하지 못한 사회학적 맥락, 역사적 배경을 얻을 수 있다.
복지국가와 사회정의에 관심 있는 분, 한국 사회의 복지제도가 어떤 철학적 기초 위에 세워져야 하는지 고민하는 분에게 유익하다. 정의론이 단순히 추상적 철학이 아니라, 구체적인 복지정책의 원리임을 이해할 수 있다.
페미니즘, 다문화주의에 관심 있는 분에게도 추천한다. 롤즈의 정의론이 가족과 국민국가의 문턱에서 어떻게 한계를 드러내는지, 그 한계를 어떻게 넘어설 수 있는지를 배운다.
사회학, 정치학, 철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나 대학원생에게는 필수 강의다. 울리히 벡의 개인화 이론과 정의론을 연결하는 독창적 관점을 경험할 수 있다.
한국 사회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고민하는 시민에게도 의미 있다. 왜 우리 사회는 경제적으로 성장했지만 정치적·문화적으로 선진화되지 못했는가. 자유주의와 개인주의 없는 근대화의 문제는 무엇인가.
■ 수강팁
전체 8강 약 15시간 분량으로, 한 강의당 1시간 50분 내외다. 집중력을 요하는 내용이므로 주 2회 수강을 권한다.
순서대로 듣는 것을 강력히 권한다. 1강에서 급진화된 근대성과 공리주의 종말을 다루고, 2강에서 롤즈의 정의론을, 3~4강에서 페미니즘과 공동체주의 비판을, 5~8강에서 세계시민주의와 한국 사회 분석을 다룬다. 각 강의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강의록이 제공되므로 적극 활용하라. 철학적 개념과 사회학적 용어가 많이 등장하는데, 강의록을 참조하며 들으면 이해가 쉽다.
롤즈의 『정의론』을 미리 읽을 필요는 없다. 오히려 강의를 먼저 들은 후 원전을 읽는 것이 좋다. 강의가 롤즈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므로, 맹목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다.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었다면 비교하며 들으면 흥미롭다. 샌델이 공동체주의 관점에서 롤즈를 비판하는데, 이 강의는 더 나아가 페미니즘과 세계시민주의 관점까지 다룬다.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나 개인화 관련 저작을 읽으면 강의 이해에 도움이 된다. 홍찬숙 교수가 벡의 제자이자 번역자이므로, 벡의 사상을 한국적 맥락에서 어떻게 적용하는지 볼 수 있다.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은 "샌델의 책으로는 알 수 없었던 사회학적 배경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한다. 정의론이 왜 1970년대에 등장했는지, 복지국가와 어떤 관계인지 명확히 알게 됐다는 반응이다.
"롤즈의 정의론이 만능이 아님을 깨달았다"는 평도 많다. 페미니즘과 공동체주의의 비판을 통해, 롤즈가 가족과 국민국가의 문턱에서 멈췄음을 이해했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 분석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는 후기도 있다. 자유주의와 개인주의 없는 근대화가 어떤 문제를 낳았는지, 왜 우리는 경제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성숙한 시민사회를 이루지 못했는지 이해하게 됐다는 평가다.
일부는 "철학적·사회학적 개념이 어렵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홍찬숙 교수의 명쾌한 설명이 도움이 됐다"며, 끈기를 가지고 들을 것을 권한다.
"개인화 개념이 눈을 뜨게 했다"는 반응도 있다. 현대사회를 이해하는 새로운 프레임을 얻었다는 것이다. 탈매장과 재매장, 자유와 연대의 긴장을 이해하게 됐다.
"세계시민주의로 나아가는 전망이 희망적이었다"는 평도 있다. 국민국가의 한계를 넘어서는 정의론, 이민자와 난민의 권리를 포함하는 정의론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 마치며
정의란 무엇인가. 이 질문은 추상적 철학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구체적인 사회제도, 복지정책, 시민의 권리와 직결된 문제다. 롤즈의 정의론이 1970년대에 등장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전후 풍요사회에서 복지국가 제도가 확립되던 시기, 새로운 연대의 원리가 필요했다.
개인화는 현대사회의 핵심 현상이다. 전통적 공동체에서 벗어난 개인은 자유롭지만 동시에 고립된다. 탈매장과 재매장. 새로운 연대의 원리가 필요하다. 롤즈의 정의론은 바로 이 필요에 응답한다. 원초적 입장, 무지의 베일, 차등의 원칙. 이 개념들은 개인의 자유와 사회적 연대를 동시에 보장하는 원리를 제시한다.
그러나 롤즈는 한계를 갖는다. 가족 내 성 불평등은 정의의 문제가 아닌가. 이민자와 난민의 권리는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페미니즘과 공동체주의, 다문화주의의 비판은 롤즈의 한계를 드러낸다. 가족과 국민국가의 문턱을 넘어서야 한다.
칸트의 재발견은 여기서 중요하다. 롤즈가 재발견한 칸트의 실천윤리는, 다시 칸트의 세계시민주의로 이어진다. 영구평화론, 세계시민적 권리. 국민국가를 넘어선 정의의 원리. 하버마스의 의사소통적 정의, 벤하비브의 타자의 권리가 이 길을 연다.
한국 사회에 이 논의는 특히 중요하다. 자유주의와 개인주의 없는 근대화. 집단주의와 가부장제가 여전히 강력한 사회. 경제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정치적·문화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사회. 복지제도의 틀이 잡히는 이 민감한 시기에, 우리는 어떤 정의론을 필요로 하는가.
정의론은 단순히 철학적 논의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비전이다. 이 강의는 그 비전을 사회학적으로, 역사적으로, 비판적으로 탐구한다. 홍찬숙 교수와 함께 정의를 정의하는 이 여정에 동참하길 권한다.
홍찬숙(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책임연구원)
홍찬숙은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여성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8년 독일 뮌헨대학교 사회학과에서 울리히 벡 교수의 지도 하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책임연구원이며 서울대학교와 인천대학교에서 강의한다. 울리히 벡의 <세계화 시대의 권력과 대항권력>, <자기만의 신>(출간 예정)과 벡 부부의 공저 <장거리 사랑>(공역)을 번역했다. 저서는 <여성주의 고전을 읽는다>(공저), <독일통일과 여성>(공저) 가 있고, 울리히 벡의 개인화 테제에 대한 논문들을 발표했다.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에 서평 “샌델의 ‘정의’? 난 반댈세!”와 “위험, 피할 수 없는 유령의 오케스트라”를 발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