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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록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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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개요
문학 텍스트를 역사와 심리학과 신학적 상상력의 차원에서 분석하며, '문학 속에 숨은 신'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루시앙 골드만의 '숨은 신'에 이은 또 다른 '숨은 신', 즉 텍스트 안에 감춰진 절대자의 형상을 탐구한다.
'숨은 신'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인간을 억누르는 무의식과 거대한 초자아, 상업주의로 변형된 상품신, 민주주의를 가장한 파시즘, 극단적 종교주의, 그리고 벤야민의 메시아주의적 의미로서 일시적 순간에 나타나는 존재까지. 이 강좌는 이러한 '숨은 신' 개념을 중심으로 고전부터 현대까지의 작품을 분석한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로부터의 수기』와 『죄와 벌』, 톨스토이의 『참회록』과 『부활』, 윤동주 시, 엔도 슈사쿠의 『침묵』, 이청준의 『벌레 이야기』와 이창동의 <밀양>,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들을 횡단하며, 시와 소설과 영화와 성경 속에 깃든 '숨은 신'을 해부한다.
■ 강의특징
플라톤의 동굴 비유에서 '숨은 신'은 벽에 비친 그림자, 즉 인간 욕망의 투영이자 허상이다. 루카치에게 신은 비극을 구경하는 관객일 뿐 인간사에 개입하지 않는 존재다. 루시앙 골드만에게 신은 부재하며 입을 다물고 있기에 인간은 독백할 수밖에 없다. 문학이란 바로 이러한 독백의 목소리다.
강의는 각 작품에 숨어 있는 '신'의 구체적 형상을 드러낸다. 도스토예프스키에게 '숨은 신'은 무의식이다. 인간이 윤리적으로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죄와 벌』의 폭력을 통해 조명한다. 톨스토이와 윤동주의 '숨은 신'은 낮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민중성을 담지한다. 엔도 슈사쿠의 『침묵』 속 '숨은 신'은 인간의 본질적 아픔과 함께한다.
이청준의 『벌레 이야기』와 이창동의 <밀양>에서는 서로 다른 '숨은 신'이 대결한다. 죄인이 스스로 신을 만들고 자신에게 용서를 내리는 값싼 은총과, 진정한 희망으로서의 은총이 충돌한다. 공지영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자살 기도자와 사형수의 만남을 통해 사랑과 죽음이라는 '숨은 신'을 뒤엉키게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에 등장하는 미국이라는 '숨은 신'을 분석하며, 옴 진리교나 천황제 등 일본 사회의 무의식을 파악한다.
■ 추천대상
문학을 단순히 미적 대상이 아닌 실존적 물음의 장으로 삼고 싶은 이들에게 권한다. 종교인뿐만 아니라 무신론자까지도, 문학 속에 숨은 다양한 신에 대해 사유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적합하다.
도스토예프스키나 톨스토이 같은 러시아 문학, 윤동주나 이청준 같은 한국 문학, 엔도 슈사쿠나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일본 문학을 깊이 있게 읽고 싶은 이들에게 좋다. 문학 전공자뿐 아니라 신학, 철학, 심리학에 관심 있는 이들도 흥미로운 관점을 얻을 것이다.
영화 <밀양>의 신학적 메시지가 궁금했던 이들, 무라카미 하루키의 시뮬라크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싶은 이들, 문학 작품 속 종교적 상징을 해석하고 싶은 이들에게 권한다.
■ 수강팁
각 강에서 다루는 작품을 미리 읽을 필요는 없다. 강의 내에서 상세하게 설명하므로, 오히려 강의를 듣고 나서 작품을 읽는 것도 효과적이다. 강의가 작품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숨은 신'이라는 개념을 머릿속에 명확히 정리하고 들어라. 플라톤, 루카치, 루시앙 골드만이 말하는 '숨은 신'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이후 각 작품에서 '숨은 신'이 어떤 구체적 형태로 나타나는지 추적하라.
8개 강좌가 독립적이면서도 연결되어 있다. 순서대로 들어도 좋고, 관심 있는 작가나 작품부터 골라 들어도 무방하다. 다만 1-2강의 도스토예프스키에서 '숨은 신'의 기본 개념이 제시되므로, 처음 듣는다면 1강부터 시작하는 것을 권한다.
강의를 들으며 자신이 읽었던 다른 문학 작품들에도 어떤 '숨은 신'이 있었는지 생각해보라. 김응교 교수의 분석 방법을 자신의 독서 경험에 적용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은 "문학 작품을 읽는 눈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한다. 이제 작품을 읽을 때 표면적 서사뿐 아니라,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존재론적 물음을 의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나 톨스토이를 여러 번 읽었지만, 이렇게 깊이 이해한 적은 처음이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무의식과 초자아라는 심리학적 관점이 러시아 문학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반응이다.
"윤동주 시를 디아스포라와 팔복의 관점에서 읽는 것이 신선했다"는 의견도 있다. 익숙한 작품을 낯설게 읽는 경험, 그리고 그 낯섦 속에서 더 깊은 의미를 발견하는 기쁨을 맛보았다는 것이다.
영화 <밀양>을 다시 보게 되었다는 수강생도 많다. "값싼 은총과 진정한 희망의 대비가 영화를 이해하는 열쇠였다"는 반응이다.
■ 마치며
문학 작품에 숨어 있는 신은 텍스트 속 '그늘'이다. 이 그늘 속에서 보고 듣고 사유하는 것, 발터 벤야민이 말한 '깊은 심심함'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이 강의의 목표다.
루시앙 골드만이 말했듯, 신이 부재하고 입을 다물고 있기에 인간은 독백한다. 문학이란 그 독백의 목소리다. 이 강의가 여러분으로 하여금 문학 속 독백에 귀 기울이고, 그 안에 숨은 신의 형상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동서양의 위대한 작품들이 던지는 실존적 물음 앞에서, 여러분 자신의 '숨은 신'을 마주하는 용기를 얻기를 바란다.
김응교(시인, 문학평론가, 숙명여대 교수)
연세대 신학과 졸업, 연세대 국문과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7년 『분단시대』에 시를 발표하고, 1990년 『한길문학』 신인상을 받았다. 1991년 「풍자시, 약자의 리얼리즘」을 『실천문학』에 발표하면서 평론 활동도 시작했다. 1996년 도쿄외국어대학을 거쳐, 도쿄대학원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했고, 1998년 와세다대학 객원교수로 임용되어 10년간 강의했다. 2012년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기초교양대학 교수로 있으며, 페이스북과 트위터(@Sinenmul)로 세상과 소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