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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위기를 넘어선 대안, 절대 민주주의를 향하여
새천년 최고의 논정적 저작 『다중』- 제국과 다중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들
네그리와 하트의 『제국』이 현재의 세계 질서를 이해할 새로운 인식의 지도를 제시했고 실천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점은 이제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낡은 인식과 사유의 틀이 와해되는 정도가 컸던 만큼 그것은 수많은 논쟁을 불러왔다.
첫 번째 쟁점은 제국이 제국주의와 어떻게 다르며 현재의 세계질서가 과연 제국주의에서 제국으로의 이행이라 불릴 만한 변화를 겪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둘러싼 논쟁 과정에서 현재의 세계 질서를 다르게 해명하려는 다양한 저작들도 생산되었다.
데이비드 하비의 『신제국주의』, 제임스 페트라스의 『제국주의 없는 제국』,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미국의 세계제패전략』 등이 그것이다. 또 『제국이라는 유령』이라는 제목을 단 『제국』에 대한 비판글 모음도 출판되었다.
또 하나의 쟁점은 제국 속에서의 대안이자 제국에 대항하는 주체성인 다중이 노동계급, 민중, 대중 등과 같은 전통적 주체성들과 어떻게 다르며, 그 고유한 특질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이 문제를 둘러싼 논의는 파울로 비르노의 『다중』의 출간을 낳았고 프랑스에서 출간되는 저널 『다중
(Multitude)』은 이 문제를 여러 호에 걸쳐 꾸준히 탐구해 왔다. ‘다중과 비물질적 노동’을 주제로 한 국제 학술대회가 개최되기도 했다.
조정환 선생이 말하는 촛불과 다중
2008년 현재 『다중』은 학계와 시민사회, 민주주의 진영을 넘어 보수 진영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 전반에서 깊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것은 100일이 넘도록 거리를 뜨겁게 달군 ‘촛불 집회’의 영향 때문이다. 전반적인 사회운동의 침체 속에서 새롭게 등장한 이들 저항적 주체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조정환 선생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 국가에 저항하는 국민, 이것은 더 이상 국민이 아니며 자연상태의 존재인 다중이다. 지금의 봉기에서 다중이라는 새로운 정치적 주체가 명확하게 등장하고 있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아주머니들, 야자에서 도망나온 중고등학생들, 예비군복을 입은 민간인들, 민주노총의 조합원들, 대학생들, 회사원들, 실업자들, 농민들.... 등등. 주권에 대항해 저항하는 시민들, 국민들, 노동자들, 이들은 공통되기의 과정 속에 있는 특이성들로서의 다중이다."
- (조정환 “2008년 촛불봉기: 다중이 그려내는 새로운 유형의 혁명” 2008 맑스꼬뮤날레 워크샵 발표문 中에서 인용)
새로운 정쟁: 예외에서 규칙이자 항구적인 것으로
정치에서 전쟁은 주권체 간의 갈등으로 예외의 수단이었다. 또한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벌어진 제국주의 전쟁의 양상은 주권을 가진 국민 국가와 국가 간의 투쟁이었고 적에 대한 보편적 파괴를 목적으로 했다. 그리고 이들 전쟁의 정당성은 국민적 동의와 국제적 법 구조에 입각하여 진행되어 왔다.
오늘날 전쟁의 양상은 새롭게 변화했다. 정치에서 예외적인 수단이 항구적인 것으로 변화하면서 무한전쟁이라는 악몽으로 나타나고 있다. 영토 외부에 있는 적들과의 투쟁과 내부의 위험한 계급들간의 구분선이 사라지며, 위험한 계급 자체가 주권의 적으로 인식되게 되었다. 이러한 양상은 9/11 테러 이후 경향적으로 일반적인 형태가 되어 가고 있다.
또한 냉전 종식 후 가장 강력한 국가로서 미국의 부상은 미국 예외주의로 이어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 주권은 법 위에 선다는 관념이 발생한다. 즉 가장 강력한 자는 복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며, 이는 미국이 공화주의를 지향했던 유럽 주권의 부패로부터 예외라는 의미를 가진다.
"만약 우리가 무력을 사용해야 한다면 그 이유는 우리가 미국이기 때문이다."
-미국 前 국무장관 올브라이트
국민국가의 방어전과 대의권력에 기반한 근대성은 예방전과 삶권력에 기반한 탈근대성으로 전환되면서 전쟁은 지구 질서를 창조하는 적극적 매커니즘이 되었다. 네그리와 하트는 새로운 전쟁과 정치, 그리고 질서가 우리의 삶에 어떻게 개입하고 있는지, 여기에 저항하는 새로운 양상과 조건들은 무엇인지, 다중이 네트워크 투쟁을 발명하고 있는 제국의 시대에 주권은 대응은 무엇인지를 고찰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위기
근대 민주주의는 18세기에 제기되었던 만인의 지배를 봉쇄하면서 일자의 지배로 종속시킨 체제이다. 다중의 욕망은 대의 민주주의와 상대화를 통해서 완화되었다. 제국주의 시대에는 이러한 민주주의 기획이 유예되고, 축소되고, 억제되는 과정으로 점철되어 왔다.
제국의 시대 민주주의는 이전 시기보다 더욱 악화되고 있다. 항구적 전쟁 상태는 민주주의의 항구적 유예를 정당화 하는 구실로 이용된다. 또 대의의 불만, 권리와 정의의 불만, 경제적 불만, 삶정치적 불만들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불완전하고 일관되지 못한 개혁 제안들이 제출되는 가운데 전 지구적인 민주주의의 열망이 드러나고 있다.
18세기, 미완의 민주주의 기획
18세기 민주주의는 아직 민주주의의 개념이 부패하지 않았고, 민주주의가 전위의 지배가 아닌 모두의 지배가 이해되던 시기였다. 그러나 각종 회의론들은 규모의 문제, 문명 수준의 문제, 개인의 문제 등을 제기하며 불가능을 외쳐왔다.
그리고 오늘날 민주주의의 조건은 변화했다. 다중은 18세기의 선각자들이 지향했던 일자의 지배에 의한 다중의 복수성이 환원되는 것을 거부하고 있으며, 사회적인 것과 개인적인 것의 대립이 아닌, 특이성과 공통성의 상보성을 파악해야 한다. 또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정당화 했던 희소성과 사적소유의 논리가 비물질적 재화에 의해 침식당하고 있다.
선각자들이 무수한 회의론 속에서도 대의민주주의의라는 미완의 기획을 일궈냈다. 대의제가 근대 민주주의 위기의 극복방법이었다면, 이제 지구화 시대에 맞는 제도 형태와 실천의 창안을 통해 민주주의 개념의 재창안이 필요하다.
새로운 대안, 절대적 민주주의
네그리와 하트는 새로운 대안으로서 ‘절대적 민주주의’ 개념을 제안한다. 절대적 민주주의는 매일 저녁 회합하는 ‘직접 민주주의’가 아니다. 절대적 민주주의는 “사회적 생산의 동일한 소통적이고 협력적인 네트워크들 속에서 사회적 관계들을 협력적으로 창출하고 유지하는 정치적인 작업들”을 통해 작동한다.
절대적 민주주의를 향한 전략적 행보는 결코 쉽지 않다. 그것은 제국의 주권과 대칭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또 무력과 폭력을 주권적으로 활용하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민주적 활용으로 생산해내야 한다. 『다중』에서 네그리와 하트는 성경의 예를 들어 폭력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 암시하고 있다.
“파라오는 유대인들이 평화롭게 도망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10가지 재앙이 이집트에 퍼부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파라오는 그들을 떠나도록 허용한다. 아론은 추격하는 파라오의 군대에 맞서 후위 전투를 치른다. 결국 모세는 홍해를 갈라 파라오의 군대[병력]를 분쇄함으로써 엑소더스는 성공하게 된다.”
이 밖에도 새로운 무기의 실험, 새로운 과학, 사랑의 기획 등 제국의 주권에 대항하는 공통된 것의 살을 이루는 특이한 것들의 모임인 다중 앞에는 준비하고 실천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여전히 새로운 대안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네그리와 하트가 그들의 저작 『다중』을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아래와 같은 희망의 메시지가 아닐까? 조정환 선생과 함께 다중이 부르는 희망의 세레나데를 들어보자!
이 강좌는 네그리와 하트의 책 『다중』을 읽는 강좌이다. 이 책은 앞서 출간된 『제국』을 통해 몇 차례 언급된 다중의 개념을 본격적으로 구성하며, 전쟁 개념의 변화와, 새로운 절대 민주주의, 사랑의 실천적 가능성 등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강사인 조정환 선생은 오랜 기간 네그리의 이론을 연구해온 전문가로 아트앤스터디에서 『제국』 강좌를 진행한 바 있다. 때문에 이들의 이론을 잘 모르는 초심자라도 기본적인 개념 설명과 함께 진행되는 강좌를 통해서 전반적인 내용을 익히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조정환(인문학자, 다중지성의 정원 대표)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에서 일제하 프롤레타리아 문학을 연구했고, 1980년대 초부터 '민중미학연구회', '문학예술연구소'에서 민중미학을 공부하였다. 1989년에 월간 『노동해방문학』 창간에 참여하여 새로운 문학운동을 전개했으며, 국가보안법에 의해 수배령이 내려진 9년(1990~1999년) 동안 이원영이라는 필명으로 국제주의적 및 자율주의적 맑스주의와 관련된 10여 권의 책을 번역했다. 이후 다중네트워크(http://waam.net) 공동대표, 웹저널 『자율평론』(http://jayul.net) 상임, 도서출판 갈무리 공동대표, 다중지성의 정원(http://daziwon.net) 대표 및 상임강사로 활동하면서 여러 대학에서 한국근대비평사, 탈근대사회이론을 주제로 강의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