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론적 관점의 바울
오늘날 바울이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해석되는지, 새로운 바울 읽기에 도전할 수 있는 강의다. 바울의 생애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개괄하는 것을 시작으로 바울에 대한 인식의 다양한 토대를 살펴 본다. 유대 특수주의 대 기독교 보편주의라는 이분도식은 바울에 관한 전통적인 신학적 견해들이 기초하고 있는 인식의 토대이기도 하고, 현대 철학자들의 생각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이분법은 기독교 중심주의적 편견의 산물임이 현대의 바울 학계에 의해 입증되었다.
또한 바울이 로마제국의 시민이었다는 상식이 바울 이해의 기본적 전제의 하나이지만 실제로 바울이 로마 시민이었는지는 역사학적으로 의문스러운 가정이다. 더욱이 그러한 가정은 현대의 중산층 중심적이고 민중 혐오증적 편견을 반영한다. 이 가정을 뒤집어 바울을 유대인의 한 사람으로 이해하는 것은 최근 바울 연구의 핵심 논점의 하나다. 그것은 바울을 그리스도교의 창안자가 아니라 유대교의 개혁자로 보려는 견해와 연결된다. 그런데 이 논의는 바울 시대에 유대인이 누구인가에 관한 문제를 생략하고 있다. 그리고 현대의 유대인에 관한 통념을 바울과 동시대의 유대교에 덧씌우고 있다.
학계에 퍼진 미흡한 부분을 채워주는 민중신학의 바울 해석의 가장 큰 성과는 바울의 의인론을 그 시대의 인권 투쟁의 맥락에서 해석한 것이다. 바울의 의인론이 바울 식의 진지전임을 주목한 것처럼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묵시적 혁명가로서의 면모를 통해 그의 급진주의적 실천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민중주의자로서의 그의 꿈이었고 동시에 그의 실천이었다. 민중신학적 바울 읽기에 대한 한 연구가의 깊이 있는 탐험은 사도 바울의 현대적 의미를 묻는 귀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김진호(신학자, 제3시대 그리스도교 연구실장)
한신대학교 신학 대학원을 졸업한 뒤, 한백교회 담임목사로 재직하였으며, 20여년 간 제도권 신학에서 벗어난 신학의 방외자로서 재야 신학 연구를 계속해 왔다. 한국신학연구소 연구원, 계간 『당대비평』 편집주간을 역임하고, 현재 제3시대 그리스도교 연구소 연구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민중신학 및 ‘역사의 예수’에 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며 신학과 성서읽기에 관한 집필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