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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개요
심청전을 읽으며 '효녀 심청'의 이야기만 보았는가? 콩쥐팥쥐전에서 착한 콩쥐의 해피엔딩만 기억하는가? 이 강좌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한국 고전 소설을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읽어내는 실험적 강의다.
이진경 교수와 함께 구운몽, 금오신화, 심청전, 콩쥐팥쥐전, 흥부전 등 대표적인 한국 고전 소설들을 내재적 독해 방법으로 재해석한다. 작가의 의도나 시대적 배경, 도덕적 교훈을 찾아내는 기존의 독서법을 벗어나, 작품 그 자체에 내재된 요소들만으로 텍스트를 읽어낸다. 그 과정에서 현대 철학의 개념들이 적극 동원되며,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고전 소설의 숨겨진 이면이 드러난다.
■ 강의특징
이 강좌의 가장 큰 특징은 반(反)인륜적 읽기를 시도한다는 점이다. 인륜이 곧 천륜이었던 조선시대 작품들을 정반대 방향에서 읽는다. 심청의 인당수 투신은 과연 효도인가, 아니면 과잉 효도인가? 이런 파격적 질문을 던지며 효라는 단일한 프레임을 해체한다.
작품을 구성하는 다양한 성분들이 어떻게 만나고 충돌하며 멀어지고 가까워지는지, 그에 따라 각 성분의 위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새로운 의미가 생성되는지를 치밀하게 추적한다. 콩쥐팥쥐전과 신데렐라를 비교하면서, 콩쥐를 돕는 검은 소와 두꺼비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협력자라는 점을 발견한다. 이처럼 텍스트 안에서 작동하는 미세한 차이들을 포착해낸다.
■ 추천대상
기존의 교훈적 고전 읽기에 지친 독자, 고전 소설을 새롭게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적합하다. 대학에서 문학이나 철학을 전공했지만 고전 소설은 낯설게 느껴지는 이들, 또는 인문학적 사유를 확장하고 싶은 일반 독자에게도 권한다.
특히 들뢰즈, 푸코 등 현대 철학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그 개념들을 구체적 텍스트에 어떻게 적용하는지 궁금했던 사람들에게 유익하다. 철학 개념이 추상적 이론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심청전이나 흥부전 같은 친숙한 이야기 속에서 생생하게 작동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수강팁
강의를 듣기 전에 다루는 고전 소설의 줄거리를 미리 한 번 읽어두면 좋다. 내용을 알고 있어야 기존 해석과 새로운 해석의 차이를 명확히 느낄 수 있다.
철학 개념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강사가 작품 분석을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므로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개념에 집착하기보다는 '이런 식으로도 읽을 수 있구나'라는 열린 자세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강좌의 내용은 『파격의 고전』(글항아리, 2016)으로 출간되었으므로, 강의와 함께 책을 병행하면 이해가 깊어진다. 강의록은 별도로 제공되지 않는다.
■ 마치며
고전은 낡은 것이 아니라 매번 새롭게 읽힐 수 있는 살아있는 텍스트다. 이 강좌는 한국 고전 소설이라는 익숙한 대상을 통해 사유의 전복을 경험하게 한다. 심청이, 콩쥐, 홍길동 같은 인물들이 전혀 다른 얼굴로 다가올 것이다. 고전 읽기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싶다면 주저 없이 시작하기 바란다.
이진경(사회학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