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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수사술
말을 잘하는 기술, 수사술은 우리가 언어를 사용하고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기 시작한 것만큼 오래된 기술이라 볼 수 있다. 시켈리아에서 이론으로서 탄생한 수사술은 소피스트들의 등장과 더불어 고대 그리스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들에게서 수사술은 사람들을 지배할 수 있는 기술, 약한 것을 강한 것으로 만드는 기술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펼치는 수사술에는 강자의 권리에 굴복하고 기만과 오도를 일삼는 수단이란 평가가 붙어 다녔다.
플라톤은 소피스트들의 수사술을 아첨술로 폄하하면서도 앎에 근거한 수사술을 요구하며, 진정한 연설가는 여러 가치들에 대한 앎을 지닌 철학자여야 한다고 역설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소피스트들 등이 세운 이전의 이론들이 청중의 감정과 같은 외적인 문제에 너무 공을 들였다고 비판하고, 연설의 논증적인, 형식적인 요소를 강조하며 『수사학』을 저술한다.
수사술의 성격
수사술은 어떤 주제에 관해서든 논할 수 있다. 그것은 변증술과 마찬가지로 특정 학문의 지식을 전제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흔히 갖는 생각, 즉 통념들에 의거하는 논증들을 다룬다. 그러기에 수사술은 과학적인 증명과 관련된 학문이 아니다. 연설을 통해 사람들을 설득하였다면, 그 결과는 지식의 습득이 아니라 틀릴 수도 있고 맞을 수도 있는 믿음이 산출되는 것이다.
『수사학』의 구성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 1권에서 수사술을 가능한 설득수단을 얻어내는 능력으로 규정한다. 그리고 연설을 세 가지, 즉 미래의 일에 대한 정치적 조언, 현재의 미덕(또는 악덕)에 대한 찬양(또는 비난),과거 행위에 대한 변호로, 다시 말해, 정치연설, 찬양연설, 법정연설로 나누어 상술한다. 이러한 연설들의 목적은 설득이다. 이 목적을 위한 청중의 심리(감정과 성격) 분석과 논증에 대한 연구, 그리고 연설문의 문체와 배치에 대한 논의가 2권과 3권으로 이어진다.
김진성(철학, 정암학당 연구원)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독일 함부르크 대학 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서양고대철학을 주요 주제로 삼아, 성신여대와 정암학당, 철학아카데미 등에서 연구와 강의를 계속해 왔다. 현재, 정암학당 연구원으로 『자연학』을 비롯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술을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