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개요
"당신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회의 테이블에서, 가족 대화에서, SNS 댓글란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설득하고 설득당한다. 그런데 어떤 사람의 말은 자연스럽게 귀에 들어오는 반면, 어떤 말은 논리적으로 옳은데도 설득력이 없다. 이 차이는 어디서 오는가? 2,300년 전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미 그 답을 『수사학』에 담아두었다.
이 강좌는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2권을 정밀하게 읽는 8주 과정이다. 『수사학』 1권이 말하는 자의 사고 과정을 다뤘다면, 2권은 듣는 사람의 사고 과정에 주목한다. 청중의 감정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나이와 계층에 따라 사람들의 성향은 어떻게 다른가? 효과적인 논증의 구조는 무엇인가? 이 질문들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의 답을 따라가다 보면, 설득이 단순한 재능이 아니라 학습 가능한 기술임을 깨닫게 된다.
■ 강의특징
이 강좌의 첫 번째 특징은 인간 감정에 대한 체계적 분석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감정을 7쌍의 반대 개념으로 정리한다. 분노와 온화, 친애와 증오, 두려움과 안심, 염치와 몰염치, 친절과 불친절, 동정과 의분, 질투와 경쟁심. 각 감정에 대해 그는 세 가지를 묻는다. 이 감정은 어떤 상태에서 일어나는가? 어떤 사람에 대해 일어나는가? 어떤 계기로 촉발되는가? 예컨대 분노는 자신이 부당하게 무시당했다고 느낄 때, 그것도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여기는 상대에게서 그런 대우를 받았을 때 극대화된다. 이런 분석은 현대 심리학 못지않게 정밀하다.
두 번째는 청중 분석의 구체성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청중을 젊은층, 노년층, 중년층으로 나누고, 다시 귀족층, 부유층, 권력층으로 세분화한다. 젊은이는 열정적이고 변덕스러우며 명예를 중시한다. 노년층은 신중하고 회의적이며 실리를 따진다. 중년은 둘 사이의 균형을 추구한다. 이런 분석은 오늘날 타겟 마케팅이나 정치 연설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청년을 대상으로 한 캠페인과 중장년을 겨냥한 메시지가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세 번째는 논증 기술의 실용성이다. 후반부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모든 연설에 공통적으로 쓸 수 있는 토포스(논증 지침) 28개를 제시한다. 반대 개념으로부터 논증하기, 원인과 결과로 논증하기, 비교를 통한 논증 등 구체적인 기법들이다. 또한 오류추론, 즉 겉으로는 그럴듯하지만 실제로는 잘못된 논증을 간파하는 법도 가르친다. 이는 가짜뉴스와 논리적 오류가 넘쳐나는 오늘날 더욱 필수적인 능력이다.
■ 추천대상
이 강좌는 무엇보다 '말로 먹고사는' 모든 이에게 필요하다. 변호사, 정치인, 영업사원, 교사, 상담사처럼 타인을 설득해야 하는 직업군이라면 더욱 그렇다. 법정에서 판사를 설득해야 하는 변호사,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정치인, 학생들에게 학습 동기를 불어넣어야 하는 교사 모두 청중 분석과 설득 기술이 필수다.
기획자와 마케터에게도 유용하다. 소비자의 감정을 어떻게 자극할 것인가, 연령대별로 어떤 메시지를 던져야 하는가는 마케팅의 핵심 질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청중 분석 틀은 페르소나 설정이나 타겟 세그먼테이션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
철학이나 고전학 전공자에게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수사학』은 아리스토텔레스 사상 전체를 이해하는 열쇠 중 하나다. 그의 윤리학, 정치학, 시학이 모두 이 책과 연결되어 있다. 원전을 꼼꼼히 읽는 경험 자체가 학문적 자산이 된다.
글쓰기를 업으로 삼는 이들에게도 권한다. 설득력 있는 칼럼, 효과적인 프레젠테이션, 공감을 이끄는 스피치 모두 청중 이해에서 출발한다. 독자나 청중이 누구인지 모르고 쓰는 글은 공허하다.
■ 수강팁
『수사학』은 철학서이지만 동시에 실용서다. 각 강의를 들으면서 자신의 일상에서 구체적 사례를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1-4강에서 감정 분석을 배운다면, 최근 자신이 화났던 상황이나 누군가에게 동정심을 느꼈던 순간을 떠올려본다. 왜 그런 감정이 일어났는지 아리스토텔레스의 틀로 분석해본다.
5강의 청중 성향 분석 부분은 특히 실용적이다. 자신의 직장이나 모임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세대별, 계층별 특성을 관찰해본다. 물론 아리스토텔레스의 분석이 2,300년 전 그리스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인간 본성의 많은 부분은 시대를 초월한다.
6-8강의 논증 기술 부분에서는 실제 연설이나 글을 분석해보길 권한다. 유명한 정치 연설, 광고 카피, 사설 등을 찾아 어떤 논증 구조를 쓰고 있는지, 어떤 토포스를 활용하는지 살펴본다. 오류추론을 배운 후에는 뉴스나 SNS 논쟁에서 논리적 오류를 찾아내는 연습도 유익하다.
■ 수강후기에서
"감정을 이렇게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특히 분노와 의분의 차이를 배운 후 사람들의 반응이 다르게 보였다"는 평이 많다. 심리학이나 상담 관련 종사자들은 특히 전반부 내용을 높이 평가했다.
"세대별 성향 분석이 흥미로웠지만, 고대 그리스 사회 배경이라 현대에 그대로 적용하긴 어려웠다"는 의견도 있다. 맞는 지적이다. 청중 분석의 '방법론'을 배우는 것이지, 분석 내용을 암기하는 게 아니다. 현대 사회에 맞게 응용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원전 강의이다 보니 "진도가 느리고 세밀해서 집중력이 필요했다"는 반응도 있다. 14시간 넘는 분량을 소화하려면 각오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 문장 한 문장 뜯어보니 아리스토텔레스의 치밀함이 느껴졌고, 그 과정 자체가 사고 훈련이었다"는 긍정적 평가가 더 많다.
■ 마치며
설득은 조작이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수사학』에서 강조하는 것은 청중을 속이는 기술이 아니라 진실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이다. 똑같이 옳은 말도 어떻게 전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거부되기도 한다. 청중의 감정 상태를 이해하고, 그들의 성향을 고려하며, 논리적으로 탄탄한 구조를 갖춘다면 진실은 더 큰 힘을 발휘한다.
김진성 강사는 독일 함부르크 대학에서 서양고대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정암학당 연구원으로 아리스토텔레스 저술을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성신여대, 정암학당, 철학아카데미 등에서 오랫동안 고대철학을 강의해온 그는 어려운 원전을 명쾌하게 풀어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수사학』 2권은 독립적으로 읽을 수 있지만, 1권과 3권을 함께 공부하면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의 전모가 완성된다. 2권에서 청중 분석의 기술을 배웠다면, 이제 당신의 말에는 이전과 다른 무게가 실릴 것이다. 설득력은 신이 점지한 재능이 아니라 학습 가능한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