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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천재들의 세기이자 과학 혁명의 세기
그러나 이 시대를 조금만 훑어보아도 우리는 매우 중대한 문제에 맞닥뜨리게 된다. 왜 더 발전된 사회였던 중국에서는 이 시기의 유럽에서 일어난 과학 혁명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이러한 사상적 전환을 가져온 사회사, 문화사적 배경은 무엇일까. 근대 철학의 탄생과 근대 과학의 성숙은 어떤 관계에 놓여 있을까. 아리스토텔레스주의가 지배한 고대와 중세는 근대와 어떤 연속성과 불연속성을 지니고 있을까.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이 질문들은 서구 근대 문명의 중핵으로 우리를 이끌어 간다.
문명과 역사라는 배경, 방향 감각을 잃지 않을 커다란 지형도
이정우는 먼저 동서양 문명의 비교를 통해서 서구 근대의 과학기술적 사유를 신비화하거나 절대화하지 않을 넓은 시야를 제공한다. 사물의 진리를 탐구한다는 점에서 동양은 몽매하고 서양만이 계몽의 성취를 이루었을 까닭이 없다. 비슷한 시기에 동서양 문명 모두 사고의 방향에서 내면에서 외물로의 전환을 가져온 것이 이를 반증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우리가 알고 있는 결과를 이끌어 내었을까. 이에 대한 이정우의 통찰력 있는 설명은 진정한 세계철학사가 제공하는 넓은 지형도를 만들어 줄 것이다. 그 속에서 우리는 방향을 잃지 않고 온전한 이해에 도달하게 된다.
과학과 철학이 만들어내는 사상사의 태피스트리
이 강좌는 통상적인 서구 근대 철학사와는 매우 다른 구도를 보여주고 있다. 흔히 경험론과 합리론 혹은 경험주의 대 이성주의라는 피상적인 구도로 철학자들의 사상 체계를 나열하는 방식이 아닌, 17세기 과학적 사유, 인식의 장이 변화해 간 계열을 추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운동 개념과 자연철학이 어떻게 이행기의 다양한 사유들로 이어지는지, 그리고 이를 대신하기 위해 종합적인 과학 프로그램으로서 어떻게 데카르트의 인식론과 기계론적 과학이 출현하는지 보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기계론적 사유의 계승과 극복 속에서 근대 과학의 위대한 성취로서의 새로운 역학의 발전과 더불어 새로운 종합으로서의 질적 과학이 탄생하고 전개되는 과정을 종합적으로 추적하게 된다. 이를 통해 과학과 철학이 분리되는 이 시기야말로 과학과 철학의 대화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던 새로운 사유의 시대였음을 알게 될 것이다.
<지동설 : 이미지 출처 : National Library of Australia map>
이정우(철학자, 경희사이버대 교수)
서울대학교에서 공학, 미학, 철학을 공부한 후, 아리스토텔레스 연구로 석사학위를, 미셸 푸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강대학교 교수, 녹색대학 교수,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철학아카데미 원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경희사이버대 교수로, 들뢰즈 <리좀 총서> 편집인으로 활동 중이다. 해박한 지식으로 고대철학과 현대철학,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가로지르며, 철학과 과학을 융합하는 등 ‘새로운 존재론’을 모색해 왔다.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