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근대성의 안과 밖
근대성이란 무엇인가? 근대성은 경제적 발전의 한 표현인가? 혹은 근대 국민국가, 자본주의, 민주주의, 자유주의, 사회주의, 자유연애, 소설, 사실성의 추구, 과학 기술의 발전 등의 어떤 조합인가? 서로 모순적인 이 범주들이 어떻게 ‘근대성’이라는 한 마디 언명으로 정리될 수 있을까? 이러한 문제는 특히 근대성을 비판하려 할 경우에 명백히 제기된다.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것으로 근대성에 대한 비판을 온전히 가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근대성 자체는 완전히 사후적인 수사에 불과할까? 그렇게 되면 근대라는 접두어에 담긴 권력을 무시해 버리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근대성 자체는 분명 사후적인 개념이지만 권력이기도 하다. 근대성은 우리 시대의 욕망과 우리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것, 나아가 우리 외부의 현실을 인식하는 방식 자체를 규정한다.
근대성은 어떻게 우리로 하여금 욕망하고, 주장하고 인식하게 하는가? 이 권력 관계는 가시적인가 비가시적인가? 근대성 자체는 사후적 개념이지만 그것은 다양한 권력관계 속에서, 역사적인 맥락과 관계망에서, 모순적이면서도 상호 보완적인 담론의 결합을 통해 이루어졌다. 무엇보다 근대성이 인식론적 권력 관계를 구성한다고 했을 때, 우리는 그것을 다양한 방식의 ‘재현’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라 가정해 둔다. 이 강좌는 서양사의 중요한 국면의 예술작품이 어떻게 근대성을 구현하고, 재현하며, 나아가 전복시킬 가능성을 담보하는지 살펴보려는 것이다.
오경환 (성신여대 교수)
해밀턴 칼리지를 거쳐 시카고 대학에서 학위를 마쳤다. 2009년부터 성신여대에서 서양사를 가르치고 있으며, 한편으로 팟캐스트 “살롱 안드로메다: small talk 인문학”을 꾸려가고 있다. 『가난의 과학: 19세기 프랑스 정치경제학의 풍경』의 저자이며 함께 쓴 책으로 『고아, 족보 없는 자: 근대, 국민국가, 개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