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의록다운
|
■ 강의개요
'Tragoidia'는 그리스어로 '산양(Tragos)'과 '노래(Ode)'가 결합된 말이다. 수컷 염소를 희생 제물로 바칠 때 부르던 노래에서 비극이 탄생했다. 이 기원에서부터 비극은 신성함과 폭력, 희생과 카타르시스를 동시에 품어왔다.
그리스 비극은 기원전 5세기 아테네에서 발명된 서구 문명의 중요한 유산이다. 단순히 독서를 위한 텍스트가 아니라 디오니시아 축제에서 무대에 올려진 공연 예술이었다. 아테네 여신을 찬양하는 판아테나이아 축제 다음으로 중요한 이 행사는 디오니소스 해방자 신의 성지에서 개최되었고, 정치사회적 의미를 내포한 공동체의 축제였다.
이 강좌는 총 4강 16교시, 6시간 47분 동안 그리스 비극의 핵심을 집중 탐구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제시된 비극론을 바탕으로 비극의 어원, 정의, 형식, 주제, 공연을 살피고, 3대 비극 시인의 대표작을 통해 신화가 어떻게 변형되고 발전했는지 추적한다.
다루는 작품은 아이스킬로스의 <아가멤논>,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다. 복수의 정의 문제, 발견과 반전의 드라마, 계략과 절망의 심리. 세 작품은 각각 비극의 다른 얼굴을 보여주며, 오늘날에도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강사 김기영은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소포클레스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서양고전학자다. 현재 서울대와 연세대에 출강하며 정암학당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차분하고 감미로운 목소리로 복잡한 신화 계보와 비극 구조를 명쾌하게 풀어낸다.
■ 강의특징
첫 강의는 그리스 비극의 이해에 할애된다. 비극의 외적 형식인 프롤로고스, 파로도스, 에페이소디온, 스타시몬, 엑소도스를 배우고, 내적 형식으로는 아모이바이온 콤모스, 레시스, 스티코미티아, 아곤을 살핀다. 생소한 용어들이지만, 이를 알아야 비극의 구조적 완결성을 이해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에서 호메로스를 '비극의 아버지'라고 불렀다.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가 비극의 원형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 강좌는 호메로스 신화 전통이 어떻게 변형되어 비극 무대에 올랐는지, 신화적 요소와 동시대적 요소가 어떻게 결합되었는지 보여준다.
2강 아이스킬로스의 <아가멤논>은 '반전과 전도의 드라마'다. 탄탈로스-펠롭스-아트레우스-아가멤논-오레스테스로 이어지는 저주받은 가문의 계보를 따라가며, 복수의 화신 클뤼타이메스트라를 만난다. 그녀는 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친 남편 아가멤논을 살해한다. 이것은 정의인가, 또 다른 범죄인가. 오레스테이아 삼부작을 통해 복수의 정의 문제를 깊이 파고든다.
3강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은 비극의 완결판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가장 완벽한 비극으로 꼽은 이 작품은 '발견과 반전'의 구조를 극대화한다. 테바이의 왕 오이디푸스는 역병의 원인을 찾아 나선다. 진실을 향해 상승하는 행동과 절망으로 하강하는 행동이 교차하며, 영웅은 비극적 변증법의 정점에 선다. 신탁을 피하려다 오히려 신탁을 성취하는 아이러니, 지혜로운 자가 맹인이 되는 역설. 오이디푸스의 탄생은 운명에 맞선 인간의 고뇌를 상징한다.
4강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는 '계략과 복수의 드라마'다. 이아손에게 배신당한 메데이아는 좌절의 절망에서 극단적 복수를 선택한다. 추방의 연기, 피난처 확보, 내적 장애물 극복. 메데이아의 독백은 인간 심리의 어두운 심연을 드러낸다. 적의 죽음과 자식 살해라는 끔찍한 선택은 단순한 악행이 아니라, 현대 여성이 겪는 내적 갈등과도 공명한다. 용수레를 타고 탈출하는 마지막 장면은 메데이아를 신화적 존재로 격상시킨다.
강의는 텍스트만이 아니라 도기화에 나타난 메데이아 신화, 아테네 극장의 무대 구조, 마스크와 아울로스(관악기) 같은 공연 요소까지 다룬다. 비극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시간이다.
4강이라는 짧은 구성이지만, 비극의 정수를 빠짐없이 담았다. 강의록이 제공되어 복습하기 좋고, 복잡한 인명과 계보도 반복해서 들으면 자연스럽게 외워진다는 수강생 평가가 많다.
■ 추천대상
대학에서 고전문학이나 철학 과제를 받은 학생에게 이 강좌를 권한다. 비극의 정의, 외적·내적 형식, 3대 시인의 작품 분석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과제나 리포트 작성에 큰 도움이 된다. 그리스 인명이 복잡하니 천천히 들으며 메모하는 것이 좋다.
그리스 신화를 이미 알고 있지만 비극 장르는 처음인 독자에게도 적합하다. 신화가 극 형식으로 어떻게 재구성되는지, 시인들이 어떤 부분을 강조하고 변형했는지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창조의 아이콘, 그리스 신화' 옵션 강좌를 먼저 들으면 배경 지식이 풍부해져 이해가 더 쉽다.
오이디푸스 왕만 알고 있던 사람도 환영한다. 대부분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오이디푸스를 접했지만, 그것이 그리스 비극의 전부가 아니다. 아이스킬로스의 장중한 비극미, 소포클레스의 완벽한 구조미, 에우리피데스의 심리적 리얼리즘. 세 시인의 스타일 차이를 비교하며 비극의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다.
연극이나 공연 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도 유익하다. 비극이 단순한 문학 텍스트가 아니라 기원전 5세기 아테네의 야외극장에서 수천 명 앞에서 공연된 예술이었다는 사실을 배운다. 마스크의 기능, 코러스의 역할, 극장 건축의 음향 효과까지. 고대 공연 문화를 이해하면 현대 연극도 다르게 보인다.
철학과 윤리 문제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도 권한다. 복수는 정의인가, 운명은 피할 수 없는가, 여성의 분노는 정당한가. 그리스 비극이 던지는 질문은 2500년이 지난 지금도 답하기 어렵다. 클뤼타이메스트라의 복수, 오이디푸스의 진실 추구, 메데이아의 절망을 통해 인간 조건의 근원적 문제를 사유하게 된다.
평소 막연하게 그리스 비극에 호기심이 있었던 일반 독자라면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다. 4강으로 짧게 구성되어 완강하기 쉽고, 완강 후 관련 책을 찾아볼 정도로 흥미가 생긴다는 후기가 많다.
■ 수강팁
각 강의가 약 100분으로 제법 긴 편이다. 4교시로 나뉘어 있으니 하루에 1-2교시씩 나눠 듣는 것을 권한다. 특히 3강 오이디푸스 왕은 106분으로 가장 길다. 집중력을 유지하려면 적절히 휴식을 취하며 듣는 것이 좋다.
그리스 인명과 신화 계보가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다. 탄탈로스-펠롭스-아트레우스-아가멤논-오레스테스 같은 가문도, 아폴론 신탁이나 이피게네이아 희생 같은 에피소드도 처음에는 낯설다. 강의록에 메모하며 가계도를 직접 그려보면 정리가 잘 된다. 반복해서 들으면 자연스럽게 외워진다는 수강생 증언을 믿어도 좋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먼저 읽고 오면 이해가 깊어진다. 비극의 정의, 반전(Peripeteia), 발견(Anagnorisis), 카타르시스 같은 개념을 미리 알면 강의 내용이 더욱 명료하게 들린다. 『시학』은 짧으니 강의 시작 전에 한 번 훑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리스 신화 배경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옵션 강좌인 '창조의 아이콘, 그리스 신화'를 먼저 듣는 것도 방법이다. 신화적 요소와 비극적 해석이 섞여 나올 때 혼란을 줄일 수 있다.
1.5배속으로 듣지 말 것을 권한다. 인명과 개념이 많아 빠른 속도로 들으면 놓치는 부분이 생긴다. 김기영 교수의 차분한 목소리를 정상 속도로 들으며 내용을 음미하는 것이 좋다.
강의를 다 듣고 나서 실제 작품을 읽어보자. 『오이디푸스 왕』 한 권만 읽어도 강의에서 배운 내용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강의 덕분에 새로운 부분이 보인다는 후기가 많다.
■ 수강후기에서
그리스 신화가 비극으로 변용되는 과정을 혼자서는 알기 어려웠는데, 김기영 교수의 따뜻한 설명 덕분에 이해할 수 있었다는 후기가 많다. 교수님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어려운 내용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는 평도 자주 보인다. 다만 강의가 4강인 점이 아쉽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비극을 단순히 문학 작품으로만 다루지 않고 디오니시아 축제라는 정치사회적 맥락에서 해석해준 점이 가장 인상 깊었다는 평가가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비극론을 바탕으로 3대 비극 시인의 작품을 면밀히 분석해주셔서 이해의 폭이 깊어졌고, 강의를 듣고 나서 <오이디푸스 왕>을 다시 읽으니 새로운 부분이 보였다고 한다.
4강으로 짧게 구성되어 완강하기 쉬웠다는 의견도 많다. 평소 긴 강의는 완강하기 힘들었는데 이 강의는 짧고 굵게 끝낼 수 있어 성취감이 높았다는 것이다. 덕분에 그리스 비극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사라졌다는 후기가 인상적이다.
2강 아가멤논의 복수 정의 문제가 기억에 남는다는 수강생도 있다. 복수의 화신 클뤼타이메스트라를 단순히 악인으로 볼 수 없게 만드는 김기영 교수의 날카로운 해설 덕분에, 고전이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고 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4강 메데이아 강의를 현대 여성의 시각에서 재해석할 수 있었다는 후기도 눈에 띈다. 메데이아의 좌절과 절망, 극복의 과정이 현대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내적 장애물과 추방의 문제로 연결되었다는 것이다. 비극을 동시대적 요소와 연결해서 볼 수 있게 해주는 탁월한 강의였다는 평가다.
대학 과제용으로 들었다는 학생들의 실용적 후기도 많다. 비극의 정의, 외적·내적 형식, 3대 시인의 작품 분석이 요점 정리되어 있어 리포트 작성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다만 복잡한 인명과 계보가 많아 1.5배속으로 들으면 헷갈린다는 조언도 있다.
한편 신화 배경 지식이 부족하면 초반에 신화적 요소와 비극적 해석이 섞여 나올 때 혼란스러울 수 있다는 건설적 피드백도 있다. 비극에 집중하기 전에 그리스 신화 강좌를 먼저 듣는 것이 좋겠다는 제안이다.
심층적인 철학적·문헌학적 분석을 기대했던 일부 수강생은 강의가 주요 줄거리와 기본 구성 요소 설명에 치중한다고 느꼈다. 입문자에게는 좋지만 이미 배경 지식이 있는 사람에게는 평이할 수 있다는 평이다.
■ 마치며
그리스 비극은 서구 문명의 DNA다. 2500년 전 아테네 극장에서 울려 퍼진 질문들이 오늘날에도 계속 메아리친다. 정의란 무엇인가, 운명은 피할 수 없는가, 인간은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이 강좌는 4강이라는 짧은 시간에 비극의 정수를 응축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적 틀에서 시작해 3대 시인의 걸작으로 마무리하는 여정은 효율적이면서도 깊이가 있다. 프롤로고스와 스타시몬 같은 생소한 용어도, 탄탈로스 가문의 복잡한 계보도, 반복해서 듣다 보면 익숙해진다.
아가멤논의 비극적 귀환, 오이디푸스의 진실 탐구, 메데이아의 복수. 세 작품은 각각 다른 방식으로 인간 조건의 한계를 드러낸다. 복수의 정의, 발견과 반전, 계략과 절망. 비극의 세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고전이 왜 고전인지 깨닫게 된다.
김기영 교수의 차분하고 감미로운 목소리는 어려운 내용을 편안하게 만든다. 강의록도 잘 정리되어 있어 복습하기 좋다. 4강으로 끝나는 것이 아쉽지만, 그 짧은 시간에 그리스 비극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 열린다.
강의를 마치고 나면, 당신은 더 이상 오이디푸스를 교과서 속 인물로만 보지 않을 것이다. 운명에 맞서 진실을 추구한 영웅, 지혜로운 자가 맹인이 되는 아이러니, 인간 존엄의 비극적 승리. 오이디푸스는 살아 숨 쉬는 질문이 된다.
그리스 비극의 세계로 초대한다. 산양의 노래에서 시작된 이 장엄한 예술이, 당신의 사유를 깨우고 삶을 성찰하게 만들 것이다.
김기영(서양고전학자)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협동과정 서양고전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 고전학과에서 소포클레스의 양분구성 드라마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와 연세대학교에 출강하며, 정암학당 연구원 및 서울대학교 문명연구단 일반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