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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면 익힌 만큼 변하는 글쓰기 수업
의미 있는 등단을 위해서라도, 보다 넓은 의미로서 혹은 본질적인 의미로서의 글쓰기 수업이 필요하다. 시반이나 소설반처럼 장르를 미리 구분해 놓고, 해당 장르 관습이나 열심히 익힘으로써 조급히 등단을 목적으로 하는 강의가 아니라, 보다 강렬하게 살맛 나게 하는 창조적 글쓰기 자체가 목적인 수업이 필요하다. 창조성이 강렬하다면 시든 소설이든 장르를 넘나들고, 프로 작가의 글이든 아마추어의 글이든 괘념치 않고, 문학이든 인문학이든 경전이든 비속어든 경계를 넘나들면서 배우고 익히는 공부야말로, 글쓰기 본질에 알맞은 수업일 것이다.
개구리 언어에서 벗어나기
“당신은 개구리다” 다소 도발적인 선언으로 시작되는 첫 수업. 지금까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개구리의 개굴거림과 다름없는 무의미한 말과 글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떻게 실질적이고 생생한, ‘의미 있는’ 언어를 구사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거칠게 청킹하지 마라
하위어로 내려가는 것을 NLP에서는 ‘청킹다운(의미망-내리기)’이라 부른다. 상위어로 올라가는 ‘청킹업’, 같은 범주의 단어로 바꾸면 ‘청킹체인지’라 한다. 경험을 있는 그대로 포착하고, 그것을 언어로 잘 옮기기 위해서는 상황에 맞는 섬세하고 자유로운 청킹이 필요하다.
거칠게 생각하지 마라
일생을 뭉뚱그리는 것이 아니라, 하루 단위로, 사건 단위로, 나아가 매 순간 떠오르는 생각의 단위까지 구체화시킬 때에야 통념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과 경험을 직시하는 독창적인 사유와 글쓰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쓸 것인가?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어떤 문제 설정 속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대상의 모습이 달라진다. 또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 역시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 글쓰기를 통한 ‘실재(reality)’를 표현하려면 인간의 풍부한 감각과 무한한 초점화 방식, 자유로운 생각 속에서만 가능하다. 한 사람의 언어 습관은 그 사람의 감각·사유·상상·실천 등과 매우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데, 그런 지점까지 함께 고민하고 배우고 익히는, 글쓰기로서의 전인적 수업이 될 것이다. 어떤 글쓰기가 좋은 글쓰기인지, 얼마나 습작을 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자.
이만교(소설가, 한서대 교수)
『문예중앙』에서 시가, 『문학동네』에 단편소설이 각각 당선되면서 작가활동을 시작하였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였으며, 『머꼬네 집에 놀러 올래?』, 『나쁜 여자, 착한 남자』, 『아이들은 웃음을 참지 못한다』를 출간하였다. 현재 한서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소설 창작을 강의하고 있다. 글쓰기와 글쓰기 강의를 천직이자 천운으로 여기고 있다. 무엇보다, 열심히 살다 보면 스스로 몸에서 번져 나오는 생기, 그 자체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