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개요
안토니오 네그리는 정치의 새로운 문법을 창조하려 한 혁명적 사상가다. 그의 사상은 완료되지 않았다. 오히려 계속적인 문제화를 통해 일의적인 답을 제시하기보다 물어보기의 새로운 방식을 보여준다. 이 강의는 근대라는 틀을 '삶을 구속하는 답답한 지평'으로 본 네그리의 이론적 노력을 공유하는 자리다.
네그리가 부수려 한 핵심은 권력(Power) 개념이다. 베버, 슈미트, 레닌처럼 서로 다른 사상가들이 모두 초월적 권력 개념에 집착했고, 지키려는 사람이나 부수려는 사람이나 동일한 대상과 관계한다. 이런 양자택일의 막다른 골목을 벗어나기 위해 네그리는 다중, 공통적인 것, 절대적 민주주의 같은 새로운 정치적 범주들을 창출한다. 푸코와 들뢰즈의 삶정치를 계승하면서도 정치적 실천의 차원을 더한다.
■ 강의특징
이 강의는 네그리 사상의 핵심 개념들을 체계적으로 탐구한다. 형식적 포섭에서 실질적 포섭으로의 이행, 훈육사회에서 통제사회로의 전환, 비물질노동의 헤게모니, 제국적 전쟁과 새로운 질서까지 탈근대 자본주의의 변화를 추적한다.
네그리의 핵심 개념인 '다중'과 '공통적인 것'을 깊이 있게 다룬다. 다중은 단순한 개념이 아니라 새로운 실재이며, 공통적인 것은 다중을 주체적으로 효력 발하게 하는 심장부다. 공통적인 것과 보편적인 것의 차이,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의 구분 해체, 특이성들의 협력 방식 등을 세밀하게 검토한다.
민주주의에 대한 네그리의 독창적 사유도 중요한 축이다. 통치 형태로서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대적 민주주의, 제헌적 힘으로서의 협치, 아래로부터의 구성 등 기존 정치 개념을 전복하는 논의들이 펼쳐진다. 저항의 우선성, 차이와 엑서더스, 가난과 사랑의 정치학까지 네그리 사상의 전모를 조망한다.
■ 추천대상
현대 정치철학의 최전선을 탐구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강의를 권한다. 68혁명 이후 좌파 사상의 변화를 이해하고, 마르크스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정치 사유를 모색하는 연구자와 활동가들에게 적합하다.
푸코, 들뢰즈, 스피노자 등 현대 프랑스 철학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도 유익하다. 네그리는 이들의 사상을 정치적 실천의 관점에서 재구성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비판, 신자유주의 분석, 사회운동론에 관심 있는 사람, 제국, 다중, 공통적인 것 같은 개념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권한다. 정치를 새롭게 사유하고 실천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강의다.
■ 수강팁
네그리의 주요 저서인 『제국』, 『다중』, 『공통체』를 함께 읽으면 강의 내용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다. 푸코의 『감시와 처벌』과 들뢰즈의 「통제사회에 관한 추신」도 배경 지식으로 유용하다. 스피노자의 『정치론』과 『윤리학』을 참조하면 네그리 민주주의론의 뿌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강의가 17강으로 구성되어 있고 개념들이 촘촘하게 연결되므로, 순서대로 수강하는 것이 좋다. 강의록을 활용해 핵심 개념들을 정리하면서 들으면 효과적이다. 형식적 포섭/실질적 포섭, 삶정치/삶권력, 다중/인민 같은 대비 개념들의 차이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 마치며
네그리의 사상은 결코 완료되지 않았다. 그것은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며 현실에 개입하는 살아 있는 철학이다. 다중, 공통적인 것, 절대적 민주주의, 제헌적 힘-이 개념들은 단순한 이론적 구성물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적 실천을 위한 무기다.
탈근대의 제국적 질서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저항하고 구성할 것인가. 네그리는 차이들의 네트워크로서의 다중이 공통적인 것을 구축하며 아래로부터 민주주의를 재창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강의를 통해 정치의 새로운 문법을 배우고, 변혁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여정에 함께하기를 바란다.
정남영(경원대 교수, 문학비평가)
서울대학원 영문학과에서 찰스 디킨즈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문학자이자 문학비평가로서 디킨즈, 로렌스 등 영미작가와 영미소설을 주로 연구해 왔으며, 동시에 안토니오 네그리 사상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몇 편의 저서를 번역, 집필하였다. 현재, 경원대학교 영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다중지성의 정원>의 상임강사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