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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록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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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개요
오늘날 거의 모든 철학사조에서 언어를 고민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 왜 언어는 문제가 되며, 이에 대한 논쟁은 어떤 논리로 대립하는가? 본 강좌는 중요하면서도 복잡한 언어의 문제를 전문가적 시각이 아닌 일반인의 시각에서 풀어본다.
소쉬르의 시니피앙과 시니피에 개념에서 출발하여 존재론과 인식론의 대립, 고대 그리스 수사학의 재발견, 야콥슨의 실어증 연구, 베르그송의 이미지론, 촘스키의 심층 구조까지, 언어를 둘러싼 다양한 사조의 목소리를 음미한다. 주제별로 대립되는 각각의 논리를 비교하여 그들이 어떤 점에서 배타적일 수밖에 없는지, 어떤 공감대를 형성하는지 밝혀본다. 이 과정에서 각 사조들이 공유하는 '동일한 대상'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강의특징
이 강좌의 독특함은 언어학과 철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의학, 사회학까지 포함한 폭넓은 담론을 추적한다는 점이다. 실어증 환자와 자폐증 환자는 모두 말을 하지 못하지만 이 둘은 다르다. 실어증은 논리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로 뇌의 특정 부위 장애로 인한 증상이며, 자폐증은 사회적 틀 안에서 적합한 언어를 선택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다. 야콥슨은 실어증 환자를 관찰하며 베르니케 실어증과 브로카 실어증을 구분하고, 이를 통해 은유와 환유라는 언어의 기본 구조를 과학적으로 설명했다.
소쉬르가 발견한 랑그와 파롤, 시니피앙과 시니피에는 20세기 언어학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소쉬르에는 한계가 있었고, 옐름슬레우는 이를 뛰어넘어 언리학을 주창했다. 강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과 범주론을 통해 언어를 재조명하며, 실체와 명사, 범주와 한정사, 사건과 동사의 관계를 탐구한다. 칸트의 비판철학이 형이상학의 종말을 가져왔는지, 촘스키의 심층 구조는 형이상학의 위기를 어떻게 드러내는지 살핀다.
고대 그리스에서 코락스와 티시아스로부터 시작된 수사학은 절대주의와 상대주의의 대립 속에서 탄생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오르가논』에서 수사학과 변증론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주었고, 20세기 들어 수사학은 롤랑 바르트를 통해 재비상했다. 베르그송의 이미지론, 훔볼트의 사고의 틀로서의 언어, 몬테규의 의미론까지, 강의는 언어와 세계의 관계를 다각도로 탐구한다.
■ 추천대상
언어철학의 기본 개념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은 이들에게 권한다. 소쉬르, 비트겐슈타인, 촘스키 등 언어를 고민한 철학자들의 사상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 시니피앙과 시니피에, 랑그와 파롤 같은 개념을 제대로 알고 싶은 이들에게 적합하다.
언어학과 철학의 관계를 탐구하고자 하는 이, 고대 그리스 수사학부터 현대 언어학까지 역사적 흐름을 파악하고 싶은 이들에게 유익하다. 분석철학, 현상학, 구조주의 등 다양한 철학사조에서 언어가 어떻게 다루어지는지 궁금한 독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은유와 환유, 변증법, 형이상학 같은 철학적 개념을 언어의 관점에서 새롭게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적절한 강좌다.
■ 수강팁
1-2강의 소쉬르와 시니피앙/시니피에 개념은 전체 강의의 토대가 되므로 반복 청취를 권한다. 랑그와 파롤, 시니피앙과 시니피에의 구분을 명확히 이해하고 넘어가야 이후 내용이 수월하다. 강의에서 다루는 도표와 다이어그램을 직접 그려가며 들으면 구조적 이해에 도움이 된다.
3-4강의 수사학 부분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오르가논』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으면 이해가 쉽다. 존재론과 인식론의 대립, 절대주의와 상대주의의 대립 같은 철학적 대립 구도를 정리하며 들으면 좋다. 5-6강의 베르그송과 현대 언어학은 내용이 심화되므로 강의록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강의에서 언급되는 실어증, 자폐증 같은 임상학적 사례는 언어의 구조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이므로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소쉬르, 옐름슬레우, 야콥슨, 베르그송, 촘스키 등 주요 학자별로 핵심 개념을 정리하며 수강하기를 권한다.
■ 마치며
문명의 흐름은 도구의 발전사에 영향을 받는다. 불의 발견이 인류 역사의 전환기를 열었듯이, 사유의 도구인 언어는 도구 중에서도 특별한 지위를 차지한다. 고대 그리스의 수사학에서 소쉬르를 거쳐 20세기 언어학에 이르기까지, 언어는 오랫동안 학자들의 관심 대상이었다.
특히 소쉬르 이후 20세기 들어 언어는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잊혀져가던 수사학이 재등장하고 언어학이 독립 학문으로 탄생했으며, 언어의 문제는 어느새 인문학의 중심에 위치하게 되었다. 언어학은 20세기 인문학의 나침반이 되었고, 메타적 성격이 강한 언어학은 모든 인문과학의 방법론에 영향을 미쳤다.
언어가 갖는 문제는 인문학적 접근과 의학적 접근이 모두 의미가 있다. 실어증 연구를 통해 언어의 과학적 설명이 가능해졌고, 은유와 환유라는 기본 구조가 밝혀졌다. 이 강좌를 통해 평생 언어를 쓰며 살아갈 우리가 언어를 새롭게 돌아보는 계기를 얻게 될 것이다. 흥미로우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언어, 그 놀이의 세계로 초대한다.
임상훈(인문결연구소 소장)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하다 프랑스로 건너가, 렌느 대학(L’université Rennes)에서 언어학으로 학사학위를, 인문학과정으로 석사와 고등학위(DEA)를 취득한 후, 수사학으로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경남대학교를 거쳐, 한국외국어대학교 및 철학 아카데미, 파이데이아 등의 인문학 대안학교에서 언어철학, 논리학, 수사학, 인문학을 주로 강의해 왔다. 또한 번역가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판 편집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사단법인 <인문결연구소> 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