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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주:정신분석학과 불교 : 욕망과 해탈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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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정신분석·심리학정신분석학과 불교 : 욕망과 해탈의 심리학

강좌정보
이 강좌에서는 마음으로 들어가는 두 가지 길, 정신분석학과 불교의 핵심 사상을 다룬다. 꿈 혹은 사소한 실수들의 심오한 의미를 정신분석학적으로 파헤쳐보고, 섹슈얼리티에 대한 성찰도 해본다. 망각하고 있던 우리 내면의 구조, 무의식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것이다.



정신분석학의 강령, "트라우마를 기억하라"

우리는 '환자가 히스테리의 원인이 되는 사건을 다시 완전하게 기억해 내고 동시에 그 기억에 얽혀 있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하면, 그리고 환자가 그 사건에 대하여 가능한 한 상세하게 진술하고 감정들을 말로 표현하게 된다면, 개개의 히스테리 증상은 곧 소멸되고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 치료법에는 회상에 감정이 개입되지 않으면 대체로 전혀 효과가 없다.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의 심리적 과정이 가능한 한 생생하게 재생되어야만 성공을 거둘 수가 있는 것이다. 즉 '발생 당시의 상태 status nascendi' 그대로 거슬러 올라가서 그것이 '언어로 표현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극 증상인 경련, 신경통, 환각 등이 신체적으로 나타나는 경우에는 처음 발생 당시의 상태가 재생될 때, 그 때처럼 강렬하게 다시 한 번 그 증상들이 나타나고 그 후에는 영원히 소멸된다. -「히스테리 연구」「히스테리 현상의 심리 기제에 대하여: 예비적 보고서」(1893)

어린시절 감당할 수 없는 정신적 충격(trauma)을 받은 사람은 나이가 들어 특정한 정신적 혹은 신체적 증상을 보인다. 만약 그 당시에 정신적 충격을 해소했거나 다른 좋은 것과 연상시켰다면, 그것은 마음 깊은 곳에 남아있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 트라우마가 어른이 되어버린 그를 지배하게 되기도 한다.

히스테리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프로이트(Sugmund Freud, 1856-1931)는 기억과 관련된 이상 역설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기억하기 싫은 기억을 반드시 기억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사실 정신적 외상은 기억하기 싫은 기억이다. 그래서 누구든지 그런 기억은 가급적 망각하려고 한다. 일상적 상태에서 히스테리 환자가 자신의 트라우마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런이유에서다.

그러나 프로이트에 따르면 그러면 그럴수록 정신적 외상은 마치 유령처럼 우리의 삶을 따라다니고 우리의 주변에 배회하게 된다. 그래서 프로이트가 선택한 방법은 자유연상이나 최면의 기법이었다.

두 가지 방법을 통해 일상적 자의식이 완화되면, 이 상태는 마치 꿈을 꾸는 상태와 비슷해진다. 이 때 히스테리 환자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그 당시 느꼈던 격렬한 공포, 모멸감, 분노 등의 감정과 함께 기억해낸다.

놀라운 것은 이 때 히스테리 환자가 자신의 히스테리로부터 해방된다는 점이다.



불교의 강령, "무의식적 기억을 제거하라"

의식은 모든 종자들을 포함한다. 의식의 이런저런 변형들은 종자들의 상호 영향으로 진행되며, 그 때문에 이러저러한 분별들이 발생한다. -「유식30송(Trimsika)」

불교는 고통의 치료학이라고 할 수 있다. 불교에 따르면 고통을 낳는 것이 집착이고 따라서 집착이 해소되면 고통은 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집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에 대한 집착과 대상에 대한 집착이다. 이것을 보통 아집(我執, atma-graha)이나 법집(法執, dharma-graha)이라고 부른다.

나이가 먹을수록 짙어지는 화장은 젊은 시절 자신의 모습에 대한 집착이다. 화장을 해도 과거의 모습을 회복하지 못했을 때 고통은 찾아올 수 있따. 혹은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거나 혹은 자신을 떠났을 때 고통스러운 것은 그 사람에 대해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나나 대상이 모두 복잡한 인연(因緣, hetu-paccaya)에 의한 마주침으로부터 탄생하고, 그 인연에 의해 소멸된다는 사실을 망각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모든 것은 변해가고, 그래서 영원한 실체나 본체 같은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도 고통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적인 이해와 실존적인 이해, 혹은 아는 것과 사는 것은 어쨌든 다른 차원의 것이다.

바수반두(Vassubandhu, 世親, 320?-400?)는 집착을 제거하려는 직접적인 노력을 통해서 인간의 마음, 집착 그리고 고통사이에 벌어지는 복잡한 논리를 체계화 한다. 이것이 바로 유식불교다. 흥미로운 것은 프로이트와 마찬가지로 유식불교에서도 '기억'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바로 알라야식(alayavijnana)이다.

알라야식은 '저장'을 의미하는 '알라야(alaya)'라는 말과 '의식'을 의미하는 '비쥬나나(vijnana)'로 구성되어 있다. 참고로 히말라야(himalaya)는 눈[雪]을 의미하는 '힘(him)'과 '저장'을 의미하는 '알라야(alaya)'가 결합되어 있는데, 그래서 히말라야 는 흔히 설장산(雪藏山)이라고도 불리는 것이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알라야식을 '저장 의식'이란 의미로 '장식(藏識)'이라고 번역했던 것이다. 유식 불교에 따르면 행동이나 행위를 의미하는 업(業, karma)의 결과가 씨앗처럼 알라야식에 저장된다.

비유를 들자면 담배연기 자욱한 카페에 있으면 그 연기가 몸에 배는 것과 같다.결국 우리의 심층 의식이 일종의 기억의 덩어리라면, 우리가 집착하고 있는 나나 대상은 모두 기억이 만들어낸 존재들일 뿐이다. 아름다웠다는 기억, 혹은 사랑했다는 기억 등등. 바수반두는 알라야식을 제거함으로써 모든 집착을 끊어버릴 수 있다고 단언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 시대의 철학적 화두. 기억과 망각!

정신분석학이나 유식불교는 모두 무의식적 기억을 문제 삼고 있다. 그러나 두 사유 전통이 무의식적으로 기억을 다루는 해법은 상이하다. 정신분석학이 트라우마와 관련된 무의식적 기억을 의식적으로 기억함으로써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한다면, 불교는 알라야식으로 대표되는 무의식적 기억의 작용 자체를 의식으로부터 추방하려고 시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사유 전통은 우리로 하여금 과거의 노예가 아니라 현재를 영위하는 삶의 주인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현재가 타자와 마주치고 조우하며 그로부터 새로운 주체로 탄생할 수 있는 긍정적인 삶의 공간이라는 점이다.

만약 우리가 과거의 노예가 된다면, 현재는 긍정적인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것으로 드러날 것이다. 이 점에서 두 사유 전통은 일정 정도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1900)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니체가 중요한 이유는 그가 과거의 기억을 잊어야만 새로운 창조가 가능하다는 것을 역설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기억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망각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특정 사회에 태어나서 길들여진 상처의 흔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기억의 실체이다. 기억과 망각이란 쟁점은 우리로 하여금 '역사'의 가능성을 숙고하도록 만든다. 문제는 어느 기억이 우리 삶을 유쾌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가에 있다. 바로 이 대목에서 기억에 대한 가치평가의 문제가 대두한다.

트라우마를 의식적으로 기억해내는 것은 그것과 작별을 고하기 위해서이다. 알라야식을 끊는 것이나 어린아이와 같은 정신이 되어야 하는 것도 과거 기억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다.

이 점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트라우마, 알라야식으로부터 해탈한 뒤, 우리가 어떤 기억과 역사를 만들어가야 하는지의 문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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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소개
교재소개
- 참고문헌
프로이트, 「정신분석강의」, 열린책들, 2003
프로이트, 「정신분석학의 근본개념」, 열린책들, 2003
프로이트, 「정신분석학개요」, 열린책들, 2003
다카사키 지키도,「유식입문」, 시공사, 1997
김묘주 역주,「성유식론 외」, 동국역경원, 2008
T. A. Kochumuttom, A Buddhist Doctrine of Experience, Motilal Banarsidass, 1982
Dans Lusthaus, Buddhist Phenomenology, Routledge,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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