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개요
"어떻게 우리는 통치되는가?" "어떻게 우리는 우리 자신을 돌볼 것인가?" 푸코가 생애 마지막 10년 동안 천착한 이 두 질문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신자유주의 질서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통치되고 있는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생명관리정치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그리고 이 통치에 저항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은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
이 강좌는 푸코의 콜레쥬 드 프랑스 강의록 중 『생명관리정치의 탄생』과 『주체의 해석학』을 정밀하게 읽는 8주 강독 과정이다. 두 권은 푸코 후기 철학의 양대 축인 '통치성'과 '자기돌봄'을 다룬다. 『생명관리정치의 탄생』은 서구 근대 통치성의 계보를 추적하며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를 비판적으로 독해한다. 『주체의 해석학』은 고대 그리스-로마의 자기 테크놀로지를 탐구하며 새로운 주체화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강사인 심세광 교수는 두 책의 역자이자 저명한 푸코 연구자다. 그의 강독은 텍스트를 충실히 풀어내는 동시에, 푸코 철학 전체에서 이 강의들이 차지하는 위치와 우리 현재와의 연관성을 보여준다. 20시간에 걸친 이 여정은 푸코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푸코와 함께 사유하고 그를 현재의 도구로 사용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 될 것이다.
■ 강의특징
첫 번째 특징은 푸코 철학의 연속성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흔히 푸코를 초기(지식의 고고학)-중기(권력의 계보학)-후기(주체의 윤리학)로 나누지만, 이는 피상적 이해다. 푸코 스스로 말했듯 그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주체화의 문제만을 탐구했다. 후기 철학이란 이 주제를 심화 발전시킨 것에 불과하다. 강의는 통치성 연구가 어떻게 『감시와 처벌』, 『성의 역사』 1권과 연결되는지, 자기돌봄의 윤리가 어떻게 권력 분석과 맞물리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두 번째는 역자 직강의 장점이다. 심세광 교수는 두 책을 번역하며 푸코의 프랑스어 원문과 씨름했다. 그는 텍스트의 미묘한 뉘앙스, 번역 과정에서 고민했던 지점, 오역 가능성이 있는 부분까지 설명한다. 예컨대 'gouvernementalité'를 왜 '통치성'으로 옮겼는지, 'souci de soi'를 '자기돌봄'으로 번역한 이유가 무엇인지 밝힌다. 이런 설명은 개념의 정확한 이해에 필수적이다.
세 번째는 나무와 숲을 모두 본다는 것이다. 강독은 두 층위로 진행된다. 하나는 텍스트를 문장 단위로 꼼꼼히 읽어가는 미시적 독해다. 푸코가 인용하는 역사적 사례들, 논증의 전개 방식, 개념들의 상호관계를 세밀하게 추적한다. 다른 하나는 거시적 조망이다. 이 강의가 푸코 사유 전체에서 어떤 위치인지, 들뢰즈나 아감벤 같은 후대 철학자들이 어떻게 계승했는지, 우리 현재와 어떻게 대화하는지 보여준다.
네 번째는 현재성의 강조다. 푸코의 통치성 연구는 1970년대 후반 신자유주의 질서가 전 세계로 확산되던 시기에 이루어졌다. 그의 분석은 당시의 비판적 개입이었다. 강의는 이 분석이 오늘날 어떻게 적용되는지 탐구한다. 시장의 자연성, 호모 에코노미쿠스, 통치의 자기 제한 같은 개념들이 현재 한국 사회를 읽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자기돌봄의 윤리 역시 신자유주의적 주체화에 저항하는 실천의 출발점으로 제시된다.
■ 추천대상
이 강좌는 무엇보다 푸코 연구자와 철학 전공자에게 필수다. 푸코의 저술을 읽었지만 후기 강의록은 접하지 못한 이, 콜레쥬 드 프랑스 강의록의 방대한 분량에 압도된 이들에게 체계적인 안내가 된다. 특히 『감시와 처벌』이나 『성의 역사』를 읽고 푸코의 권력 분석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라면, 그 분석이 후기에 어떻게 발전했는지 알 수 있다.
정치철학이나 정치경제학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도 유용하다. 『생명관리정치의 탄생』은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에 대한 가장 탁월한 철학적 비판 중 하나다. 애덤 스미스, 케인스, 하이에크, 시카고학파를 다루며 시장과 통치의 관계를 해명한다. 경제학이 단순한 기술적 학문이 아니라 통치의 도구이자 사유의 방식임을 밝힌다. 이는 경제학도나 정책 연구자들에게도 성찰의 계기가 된다.
사회학이나 정치학 전공자, 사회운동가에게도 권한다. 통치성 개념은 현대 사회를 분석하는 강력한 도구다. 국가와 시민사회, 인구와 안전, 생명관리정치와 주권 같은 주제들은 사회학적 연구에 직접 적용 가능하다. 푸코가 말하는 '비판'이란 "어떻게 통치받지 않을 것인가"를 묻는 실천적 태도이므로, 저항의 방법을 모색하는 이들에게 이론적 무기가 된다.
윤리학이나 교육철학 전공자에게도 『주체의 해석학』은 중요하다. 자기돌봄의 윤리는 도덕률이 아니라 삶의 방식에 관한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파레시아(진실을 말하기), 스토아 철학의 자기 수양, 로마의 자기 실천 같은 구체적 사례들을 통해 윤리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는 도덕교육이나 인성교육을 다시 생각하는 데 시사점을 준다.
■ 수강팁
이 강좌는 20시간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8강으로 나뉘어 있지만 각 강이 2시간 반에서 3시간에 달한다.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텍스트를 직접 읽으며 들으면 시간이 빠르게 간다. 가능하면 『생명관리정치의 탄생』과 『주체의 해석학』 원서를 구입해 강의와 함께 읽기를 권한다. 강의만 듣는 것보다 훨씬 이해가 깊어진다.
1-4강의 『생명관리정치의 탄생』 파트는 개념이 복잡하다. 통치성, 사목권력, 국가이성, 안전장치, 생명정치, 자유주의, 호모 에코노미쿠스 등 낯선 용어가 쏟아진다. 이 개념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지도를 그려가며 듣는 것이 좋다. 특히 2-3강에서 다루는 자유주의의 탄생과 시장의 자연성 부분이 핵심이므로 집중해서 듣는다.
푸코가 인용하는 역사적 사례들(중상주의, 중농주의, 오르도자유주의, 시카고학파 등)은 낯설 수 있다. 하지만 이것들을 다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푸코의 목적은 역사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통치성이라는 새로운 분석 틀을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례는 논증을 위한 도구로 이해하면 된다.
5-8강의 『주체의 해석학』 파트는 고대 그리스어 개념들이 많이 등장한다. 에피멜레이아 헤아우투(자기돌봄), 파레시아(진실을 말하기), 파라스케우에(준비), 아스케시스(수양) 등이다. 이 개념들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의에서 반복적으로 설명되므로 메모하며 따라간다.
두 책의 연결고리를 생각하며 듣는다. 통치성과 자기돌봄은 동전의 양면이다. 통치성 분석이 "어떻게 우리는 통치되는가"를 묻는다면, 자기돌봄은 "어떻게 그렇게 통치되지 않을 것인가"를 묻는다. 둘은 푸코의 비판적 기획을 구성하는 두 축이다.
■ 마치며
푸코는 생전에 콜레쥬 드 프랑스 강의록의 출판을 금지했다. 그는 강의를 연구의 중간 과정, 실험실로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강의록에야말로 푸코 사유의 가장 생생한 현장이 담겨 있다. 논증의 시행착오, 개념의 형성 과정, 청중과의 대화가 모두 살아 있다. 『생명관리정치의 탄생』과 『주체의 해석학』은 그중에서도 후기 푸코의 정수를 보여주는 텍스트다.
심세광 교수는 성균관대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하고 파리10대학에서 푸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 건국대, 서울여대, 철학아카데미 등에서 오랫동안 푸코를 가르쳐왔다. 그의 번역서로는 이 두 권 외에도 푸코의 여러 저술이 있으며, 푸코 연구 논문을 다수 발표했다.
통치성과 자기돌봄은 반세기의 간극을 뛰어넘어 푸코와 우리를 연결하는 코드다. 그가 분석한 신자유주의 질서는 오늘날 더욱 심화되었고, 코로나 팬데믹은 생명관리정치의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 그렇다면 그가 모색한 자기돌봄의 윤리, 자기의 테크놀로지는 우리에게 '이후'의 새로운 삶을 만들어내기 위한 실천의 첫걸음이 아닐까. 푸코를 읽는 것은 푸코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와 함께 현재를 사유할 준비가 되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