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내 감정은 내 의지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일까? 내 행동은 내 이성의 명령을 순순히 따를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 평소의 나와는 전혀 다른 행동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가 누구에게나 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정신적 충동, 나의 내면에서 나를 움직이게 하는 거부할 수 없는 에너지를 원형이라고 한다. 이 원형은 카를 구스타프 융 식으로 말하면 집단무의식에 들어 있는 본능적 행동 유형이다. 융에 따르면 인간은 백지상태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몸과 마음에 오랜 세월 켜켜이 쌓여 유전자처럼 아로새겨진 종족의 기억, 집단무의식을 지닌 상태로 태어난다. 신화는 인류의 집단무의식이다.
지혜롭고 충만한 삶을 위하여
원형에 대한 이해는 평소에 의식하지 못하던 나의 행동 패턴을 이해하는 유용한 방법이다. 어떤 상황에서 나에게 어떤 원형(에너지)이 작용하는지 안다면 나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좀 더 지혜롭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내 안에는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인격이 있을 수 있다. 내 안에 어떤 원형들이 있는지 잘 관찰해보자.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맞았을 때 의식적으로 그에 맞는 원형을 선택하고 활성화시킨다면 나는 점점 완전한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 또한 평소 자신의 행동이나 어떤 상황에서의 기분, 신체 반응 등을 면밀히 살펴 내 안에 어떤 원형이 억압되어 있는지도 알아차려보자. 내 의식의 그늘진 구석에 숨어 있는 소외된 원형을 찾아내 보듬는다면 내 삶은 훨씬 충만해질 것이다. 우리에게는 신화라는 거대한 원형의 보물창고가 있다. 이 보물창고에 공유되고 원형은 내가 알기만 하면 무엇이든 끌어다 쓸 수 있다. 지혜롭고 충만한 삶을 위해 이 보물창고를 잘 활용해보자. 김영(신화학자, 인도학자)
동국대 불교 교학과 석사 과정에서 공부하다가 2004년 인도 푸나(뿌네) 대학으로 유학, 산스크리트어(싼스끄리뜨)와 팔리어(빠알리어) Low Diploma와 Certificate를 수료했다. 이어 같은 대학에서 빠알리어(남방불교와 삼장)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싼스끄리뜨어 Higher Diploma를 수료했다. 또 같은 대학에서 싼스끄리뜨 베다어(힌두교와 인도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싼스끄리뜨 빠알리 문학연구소에서 번역 및 학술 활동을 진행했다. 2016년 뿌네 데칸 칼리지에서 논문 <인도와 중국의 영웅신화 비교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여섯 가지 키워드로 읽는 인도신화 강의』, 『바가와드 기타 강의』가 있고, 역서로 『라마야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