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의록다운
|
■ 강의개요
한국인으로서 도스토예프스키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국경과 언어의 차이를 넘어 문학은 보편적인 진리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일까? 이 강좌는 한국 근현대문학이라는 거대한 협곡 속에 켜켜이 쌓인 지층의 단면들을 살펴본다. 특히 세계문학의 영향을 받으며 생성된 한국 근현대문학의 형성과정과, 총체적 문학성 안에서 한국문학이 차지하는 위치, 그리고 작가들의 사고과정 추이를 추적한다.
김윤식 교수는 문학이 학문이 되기 어려운 이유부터 시작하여, 사회과학의 총체성(totality) 개념과 주관-객관 동일성 문제를 경유해 문학의 본질에 접근한다. 웰렉의 『문학의 이론』과 사르트르의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인용하며, 예술로서의 문학과 학문으로서의 문학 사이의 긴장을 드러낸다. 강의는 헤겔의 세계사적 개인 개념, 루카치의 문제적 개인론을 경유하여, 염상섭과 도스토예프스키를 비교하며 한국 근대문학의 자의식 형성 과정을 분석한다.
1920년대 민족주의와 계급주의라는 두 지층 위에 형성된 한국 근대문학은, 1930년대 이후 일제의 파시즘적 국가체제 전환과 함께 격렬한 변화를 겪는다. 1942년부터 1945년까지의 암흑기, 김사량과 이효석의 동아시아적 공간성, 루쉰의 아큐를 경유한 한국문학의 식민지적 성격, 제국대학 출신 문인들의 문화자본 문제, 그리고 언문일치를 둘러싼 이태준과 정지용의 문장론까지, 한국 근현대문학사의 복잡한 결을 종횡으로 가로지른다.
■ 강의특징
이 강좌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문학을 세계문학사의 맥락 속에서 읽어내는 거시적 안목이다. 도스토예프스키, 헤겔, 루카치, 사르트르, 바타유, 아도르노 등 서양 사상가들의 이론적 틀을 동원하되, 단순한 적용이 아니라 한국적 상황의 특수성을 끊임없이 대질시킨다. 예컨대 코제브의 주인과 노예 변증법 해석을 경유하여 바타유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읽어낸 방식을, 다시 한국 근대문학의 아큐적 성격 분석에 활용하는 식이다.
또한 문학사가이자 비평가로서 직접 겪은 문단의 생생한 증언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이병주 선생에게 직접 들은 학도병 시절 이야기, 염상섭의 성장기 배경, 이상과 주요한의 제국대학 진학 과정, 정지용과 이태준의 문장론 논쟁 등 교과서에서는 접할 수 없는 입체적인 문학사가 펼쳐진다. 김윤식 교수는 단순히 문학 텍스트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가들이 처한 역사적·사회적 조건, 제국대학이라는 문화자본의 위계, 언어 정책과 글쓰기의 정치학까지 아우르며 한국 근현대문학의 지층을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각 강의는 명확한 주제 의식 아래 구성되어 있으면서도, 강의 중간중간 좌표를 확인해주는 세심함을 보인다. 딱딱할 수 있는 이론적 논의를 적절한 유머와 일화로 풀어내면서도, 학문적 엄정함을 잃지 않는 균형감이 돋보인다.
■ 추천대상
한국문학을 교과서적 지식 수준에서 벗어나 세계문학사적 맥락 속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에게 이 강좌는 필수적이다. 특히 서양문학에만 관심을 가져왔던 이들이 한국 근현대문학의 깊이와 복잡성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염상섭, 김동인, 이태준, 정지용, 김사량 같은 작가들의 이름을 알고는 있지만, 그들의 문학이 도스토예프스키, 헤겔, 루카치와 어떻게 대화하고 있는지 궁금한 독자라면 이 강의를 통해 전혀 새로운 독서의 지평을 얻게 될 것이다.
국문과 학부생이나 대학원생에게는 김윤식 교수의 방대한 저서들을 압축적으로 따라갈 수 있는 최적의 길잡이가 된다. 교수님의 주요 저서들을 관통하는 핵심 개념과 문제의식이 강의 전체에 흘러 들어가 있어, 강의를 들은 후 저서를 읽으면 이해도가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중등 국어 교사들에게도 한국 근현대문학을 가르치는 새로운 관점과 풍부한 배경 지식을 제공한다.
문학뿐 아니라 역사, 철학, 사회학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도 유익하다. 식민사관 극복, 민족주의와 계급주의의 대립, 제국대학과 문화자본, 언문일치와 언어 정책 등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쟁점들이 문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입체적으로 조명되기 때문이다.
■ 수강팁
이 강좌는 11강 25교시, 총 15시간이 넘는 분량으로 상당한 집중력을 요구한다. 한 번에 몰아서 듣기보다는 각 강의의 주제를 음미하며 천천히 소화하는 것을 권한다. 특히 헤겔의 정신현상학,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 같은 이론적 배경에 익숙하지 않다면, 관련 개념을 미리 찾아보거나 강의 중 언급되는 키워드를 메모하며 듣는 것이 좋다.
강의에서 다루는 작품들, 특히 염상섭의 『표본실의 청개구리』, 김동리의 『무녀도』, 김사량의 『노마만리』, 이효석의 『벽공무한』, 이태준의 『문장강화』 등을 미리 읽어두면 강의 내용이 훨씬 생생하게 다가온다. 또한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루쉰의 『아큐정전』, 사르트르의 『문학이란 무엇인가』 같은 참조 텍스트도 부분적으로라도 접해두면 비교문학적 논의를 따라가기가 수월하다.
강의록이 제공되므로 중요한 개념이나 생소한 작가명, 책 제목 등은 강의록을 참조하며 정리하는 것이 좋다. 김윤식 교수 특유의 종횡무진하는 서술 방식 때문에 처음에는 맥락 파악이 어려울 수 있으나, 강의 중간중간 제공되는 좌표 확인을 통해 큰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면 된다.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은 한결같이 "폭포수처럼 시원한 강의", "안개 속 같던 근대문학사가 명쾌하게 정리되었다"는 반응을 보인다. 특히 한국문학을 멸시하거나 소홀히 여겨왔던 이들이 이 강의를 통해 한국 근현대문학의 깊이를 재발견하고 부끄러움을 느꼈다는 고백이 많다. 서양문학에 비해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덜했던 수강생이 "학교에서 이런 식으로 강의를 들었다면 어렸을 때부터 한국문학에 관심이 생겼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국문과 대학원생들은 김윤식 교수의 방대한 저서를 읽는 데 어려움을 겪다가, 이 강의를 통해 그 핵심을 압축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평가한다. "흘리듯이 하는 이야기 하나 조차도 모두 교수님 저서의 한 줄에 해당된다"는 증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또한 "관점을 배우고 안목을 넓히는 데 큰 행운"이었으며, "총체적으로 세계를 읽을 수 있는 눈을 확장"했다는 반응도 많다.
다만 일부 수강생은 강의 제목이 '근현대문학사'이지만 실제로는 근대 문학, 특히 일제강점기 문학에 집중되어 있고, 해방 이후나 현대 문학에 대한 다뤄지는 비중이 적다는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또한 이론적 논의보다 작가들의 일화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순수하게 이론적 깊이를 기대한 수강생에게는 다소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 하지만 대다수는 "대가의 통찰력", "살아있는 역사", "명강의"라는 찬사를 보내며, DVD로 소장하고 싶을 만큼 가치 있는 강의라고 평가한다.
■ 마치며
문학은 가르치거나 배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웰렉은 말했다. 그러나 김윤식 교수는 70년에 가까운 학문적 여정을 통해, 문학이 학문이 될 수 없는 그 지점에서 오히려 가장 엄정한 학문의 존립 방식을 찾아냈다. 이 강좌는 단순히 한국 근현대문학의 역사를 연대기적으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문학이라는 협곡 속 지층을 수직으로 파고들어 그 형성의 지질학적 조건들을 드러낸다.
식민지라는 역사적 조건, 제국대학이라는 문화자본의 위계, 언문일치라는 언어 정책, 민족주의와 계급주의의 충돌, 동아시아적 공간성, 세계문학과의 대화 등 복잡하게 얽힌 맥락 속에서 한국 근현대문학은 생성되었다. 김윤식 교수는 이 모든 맥락을 종횡으로 가로지르며, 염상섭에서 정지용까지, 도스토예프스키에서 루쉰까지, 헤겔에서 바타유까지 아우르는 광대한 지적 여정을 안내한다.
실용 제일의 세태 속에서 인문학의 도도하고 오연한 목소리를 듣고 싶다면,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사의 맥락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궁금하다면, 그리고 무엇보다 거장의 열정과 순수가 빚어낸 총체적 문학성의 세계를 경험하고 싶다면, 이 강좌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한국 근현대문학사의 지층을 탐색하는 이 여정은, 결국 우리 자신의 정신사를 탐색하는 여정이기도 하다.
김윤식(문학평론가, 서울대 명예교수)
서울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국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문학사와 문학이론 연구, 작가론, 작품론을 위시한 실제 비평, 예술론, 에세이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거대한 학문적, 문학적 성과를 이룩한 독보적인 문학사가이자 문학평론가이다. 이루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문학 관력 서적을 출간하였으며, 한국문학작가상(1987), 제1회 대한민국문학상(1987), 제1회 김환태문학평론상(1989), 제2회 팔봉비평문학상(1991), 제3회 평운문학상(1993), 제11회 요산문학상(1994), 황조근정훈장(2001), 제10회 대산문학상(2002), 제7회 만해상(2003), 제20회 수당상 인문사회부문(2011년)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일본 도쿄대학교 동양문화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1975년부터 2001년 정년퇴직할 때까지 서울대학교 국어국문 교수를 역임하였으며,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교환교수(1978년)와 일본 도쿄대학교 비교문학연구소 외국인 연구원(1980년), 독립운동사연구소 연구위원(1987년)을 지냈다. 서울대 명예교수이자 명지대 석좌교수로 있으면서 집필 활동을 하다가 2018년에 작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