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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를 태동시킨 것은 귀족 계급이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대중적인 문화 생활은 아마도 영화나
연극 관람일 것이다. 그에 반해 ‘오페라’는 어딘가 거창한, 고급스러운 공연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수백 년 전에 만들어진 오페라가
오늘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그 고급스러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중독성’에 있었다.
오페라는 지금으로부터 약 400년
전,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피렌체에는 카메라타(Camerata)라고 하는 학자, 시인, 음악가들의 연구 모임이 있었는데, 바로 이
카메라타에서 오페라가 처음 만들어졌다.
당시의 오페라는 귀족들이 부와 권력을 과시하는, 일종의
퍼포먼스로 공연되었는데, 명망 있는 귀족의 결혼식이나 궁정의 축하연 때 오페라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오페라를 태동시킨
것은 귀족 계급이다. 그러나 오페라를 성장시킨 것은 귀족이 아닌 평민 계급이었다. 일반 시민들은 귀족들의 결혼식을 구경하며 공짜로 오페라를 관람할 수
있었고, 곧 오페라의 재미를 알게 된 것이다.
오페라를 키워낸 것은
평민계급이었고
사람들이 오페라를 즐기기 시작하자, 곧바로 상업적인 오페라 공연도
모습을 드러냈다. 초기의 상업적 오페라였던 <안도로메다>의 경우, 관객들이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로 화려한 공연을 보여주었고, 그 이후
오페라 극장이 급속도로 생겨나면서 대중화의 급물살을 타게 된다.
당시 유럽에는 오페라 중독자가 너무 많아서 사회 문제로
여겨질 정도였다. 극장에 살다시피 하며 가진 돈을 몽땅 오페라 관람에 써버리는 사람도 많았다고 하며, 오페라 때문에 부부 싸움이
급증했다고도 한다. 기록에 따르면, 오페라 중독자의 아내들이 교황에게 ‘오페라 금지’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보내기도 했는데, 이 때문에 ‘오페라
과부’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18, 19세기를 거치며 모차르트나 바그너, 베르디 등 기라성 같은 음악가들은 오페라를 마구 살찌웠고,
오늘날에 이르게 된다. <돈 조반니>, <카르멘>, <투란도트>등의 유명 작품들은 오늘날도 많은 사랑을 받는
명작이다.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 2막을 위한 무대 디자인(1893)
이 우아한 중독은 오늘날에 이르렀다
이 강좌는 400년 째 지속되어온
오페라의 ‘우아한 중독증’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이 강좌를 이끌어갈 이용숙 선생님은 10여 년 전부터 오페라에
빠져 있었다고 말하는 자칭 오페라 중독자로, 처음 독일에서 오페라의 유혹에 빠져버린 이후, 음악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오페라의 매력을
대중에게 알려왔다.
아는 만큼 들리는 음악이 아닌, 느끼는 만큼 중독되는 오페라의 세계. 이용숙 선생님의 따뜻한 안내를 통해 오페라의 진면목을 알고, 그 우아한 중독의 역사에 동참해보는 건 어떨까?
이용숙(음악평론가, 서울대 공연예술학 강사)
이화여대 독문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문학과 음악학을 공부하였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공연예술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음악칼럼니스트이자 전문번역가로서 음악과 관련된 다수 저서 및 역서를 출간하였으며, 여러 잡지에 음악 칼럼을 연재해 왔다. 국립오페라단 운영자문위원, 국립합창단 이사,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을 역임하였고, 여러 공연장과 대학, 국공립기관, 방송 등에서 클래식음악과 오페라를 강의하며 오페라 드라마투르그, 음악회 해설 및 진행자로도 일한다. 번역자로서 제6회 한독번역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인문대 공연예술학 강사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