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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자:후설의 현상학과 메를로퐁티의 존재론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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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음악후설의 현상학과 메를로퐁티의 존재론의 만남

강좌정보
이 강의에서는 ‘보이는 것 속에 보이지 않는 것’그 속의 ‘상상적인 것’이 어떻게 ‘감각적인 것’과 ‘상상적인 현상’으로 변화하는지에 대해 알아본다.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미학이론을 공부하는 당신이라면 꼭 필요한 강의!

프랑스 미학의 결정판, 상상력과 시선의 절묘한 만남 


아트걸의 시선, 타자의 시선 그리고 상상과 존재


누군가가 나를 보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는 느낌만으로 나의 숨은 가빠지고,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부자연스러워 진다. 나와 관계하지 않는 타자, 나의 시선에서 보이지 않는 타자의 시선은 세계 속에서 태연하게 행동하던 나의 모든 존재를 낯설게 만든다.

이 자리에 서 있는 나, 코가 간지러워 콧잔등 위로 손을 얹는 나의 작은 행동이 이토록 의식적일 수가 있을까?

단지 보이지 않는 시선을 느낀 것으로 나는 나의 행동과 사고와 의지와 의식을 모두 감지하는 것이다. 나는 부자연스러워지고 타인의 시선에 사로잡혀 나의 행동과 사고는 모두 그의 영역 안으로 묶여 들어가는 것이다.

나는 다리가 간지러울 때 무심코 나의 다리를 긁어주던 자연스럽고도 고마운 나의 손길을 잊었다.

나는 타자의 시선에 사로잡혀 나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고통스런 의식을 일깨우고 있는 것이다.
 

타자의 시선은 여기에 서 있는 ‘나’라는 존재를 일깨우게 했다. 내가 행동하는 모든 것을 내 스스로 인식하게 하는 고통을 맛보게 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타자의 시선에 의해 여기, 이곳에 존재하게 된 것이다.

컴퓨터 모니터 앞의 나는 모니터 뒤의 누군가의 시선으로 인해, 화면의 텍스트나 이미지가 아닌 나 자신을 의식하게 된 것이다. 타자의 시선과 존재에 대한 것을 말하기 앞서 장황하고도 애매모호한 문구로 시작한 것은 우리가 이 강좌를 공부하기 위해 타자의 시선을 느끼는 워밍업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사르트르가 말하는 타자와 시선, 시선과 상상적인 것의 관계를 살펴보도록 하자.

  

 

자신을 바라보는 보들레의 시선 혹은 사르트르에 의한 보들레르


사르트르는 자기가 마치 타인이듯이 자기를 보길 원했던 보들레르를 이렇게 분석하였다.

보들레르는 자신을 상실함이 없이 대상에 몰두하지 않고 대상을 바라보는 자기 자신을 바라본다. 즉 그는 대상을 바라보는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가 바라보는 것은 나무 또는 집이 아니라 나무 또는 집에 대한 그의 의식이다. 사물은 이 의식을 통해서만 그에게 나타난다. 자신을 바라보기 위해서 의식은 ‘반성하는 의식’과 ‘반성된 의식’으로 나뉘어야 한다.

즉 무엇인가를 바라보기 위해서는 얼마간의 거리가 필요한데 이 때 반성하는 의식과 반성된 의식 사이에 벌어진 틈새, 아무것도 없는 이 허공의 거리가 바로 無이다. 無는 반성된 의식과 반성하는 의식 사이뿐만이 아니라 대상에 대한 초월적 의식 속에도 있다.  

  

 

수치심, 타자가 있고 내가 있다!


타자가 차지하고 있는 존재론적 위치는 누군가의 앞에서 느끼는 감정인 ‘수치심honte’이란 감정이 증명해준다고 한다. 내가 나 자신에게 느끼는 수치심조차도 나를 객체화한 결과 즉 , 나를 타자의 눈으로 바라본 결과 또는 나의 그런 행동이 다른 사람의 눈에 뜨인 경우이다.

이처럼 수치심은 ‘타자 앞에서 내가 나에 관해 갖는’ 의식이라는 이중의 구조를 형성하고 있으므로 대타존재의 문제를 사르트르는 ‘타자의 존재에 관한 문제’와 ‘나와 타자와의 관계 문제’로 다룬다. 타자의 존재에 관한 문제는 ‘시선 regard’의 개념에 의해 ‘타자’는 ‘나를 바라보는 자’라는 정의내린다.  

  

 

사르트르, 타자는 나를 바라보는 자이다


사르트르는 두 예를 통해서 ‘타자는 나를 바라보는 자’라고 정의한다.

첫 번째 예로 사르트르는 내가 공원에 있을 때 한 사람이 지나가는 예를 들면서(『L'Etre et le 』, 429) 그 인간을 하나의 인형-객체가 아닌 나와 동일한 한 명의 인간으로 평가할 때, 이제 까지 내가 중심이 되고 다른 사물들이 덧붙여졌던 관계는 깨지고, 그 인간-객체를 중심으로 하나의 새로운 세계가 형성되므로 그 결과 나는 세계의 중심으로서의 위치를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예로(『L'Etre et le neant』, 436-437) 사르트르는 내가 질투심에 불타 자물쇠 구멍으로 안을 들여다 볼 때 갑자기 복도 끝에서 발자국 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 내가 누군가에 의해 바라보인다는 것은 첫 번째 예를 통해 겪었던 변화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즉 누군가를 몰래 훔쳐보고 있는 나의 모습을 또 다른 이가 보고 있는 것이다. 이 제3자의 시선은 공원에서 마주친 타자의 시선과는 다른 것이다.

누군가에 의해 바라보인다는 것은 내가 중심이 되었던 세계가 완전히 와해되어 나는 객체의 자격을 부여 받는다. 이처럼 ‘나의-바라보인-존재mon vu(제3자에 의해서 누군가를 훔쳐 보고 있는 나의 모습이 발각 된 상태)'는 즉자 존재로 되는 것이고 나의 가능성이 아닌 누군가의 가능성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르트르에게서 나와 타자는 ‘함께 있는 존재Mitsein’가 아니라, 협력하기를 거부하는 ‘갈등conflit’ 곧 투쟁의 관계인 것이다.

시선은 나의 움직임을 사물로 만들어버리는 객관화의 폭력이지만, 이러한 시선의 악무한을 벗어나는 것은 하나의 시선이 다른 시선과 조우하는 시선의 전투(내가 훔쳐 보는 열쇠 구멍 속의 타자와 그러한 나를 바라보는 복도의 보이지 않는 제3자)에 의해서만 가능하다것이다.

즉, 타자는 나의 존재에 필수불가결하다”고 언급한 것처럼, 타자의 시선을 통해 자신의 본래성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타자의 시선에 의한 ‘나의-바라보인-존재’는 타자가 나에게 부여한 나의 ‘외부dehors'로 타자의 가능성에 속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타자는 나를 바라봄으로써 내가 누구인지를 밝힐 수 있는 비밀을 소유하므로 “타자는 나를 존재케 하며, 바로 이러한 사실로 인해 나를 소유한다” 여기서 타자가 소유한 비밀은 타자에 의해 근거 지워진 나의 모습이다.

다시 글의 처음으로 돌아가서 보이지 않는 누군가의 시선에 노출된 나는 그의 시선으로 나의 눈 깜박임과 나의 호흡 작용, 나의 손동작 등 나의 모든 행동 하나하나에 의식을 깨어나게 한 것이다. 나는 고통스럽게 타인의 시선에 의해 내 존재를 느끼게 되며, 나는 타인에 의해 또 다른 나로써 존재 지워진 것이다.

  


예술 작품, 상상하는 의식이 지향한 비현실적인 것


사르트르는 자신의 저서『상상적인 것L'imaginaire』에서 상상하는 의식인 이미지의 특징을 네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이미지는 하나의 의식이다.
둘째 이미지는 “준 관찰 현상( de quasi-observation)”이다.
셋째 상상하는 의식은 그 대상을 無로 정립한다.
넷째 자발성이다.

이 중에서 우리는 네 번째 자발성을 살펴볼 것이다. 상상하는 의식인 이미지가 자발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다시 말해 상상하는 의식은 반성적 의식의 출현을 요구하는 의지적 행위와는 반대로 비반성적 속성을 지닌다는 말이다. 따라서 그림이나 사진을 감상할 때 지각하는 의식이 관찰한 사실들(작품이 놓여 있는 상황과 작품의 감각적 소재에 관한 정보)과 같은 현실세계를 상상하는 의식으로 무화시킬 때 어떤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그림을 감상할 때 앞에 놓여있는 그림 그 자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상상과 경험과 관념이 그 그림을 투사시켜 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투사된 그림은 더 이상 우리의 시선에는 없는 것이 되고 대신 우리가 상상하는 이미지가 그 액자를 채우게 된다.  


사르트르는 예술작품이란 결국 상상하는 의식이 지향한 비현실적인 것 즉 상상적인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재하는 것은 결코 아름다울 수 없다. 아름다움이란 오직 상상적인 것에만 적용될 수 있는 가치이고 그 본질적 구조 속에 세계의 무화를 포함하고 있는 가치이다” (『L'imaginaire』, p 245)

  

 

사르트르가 말하는 자코메티의 회화


사르트르는 자코메티의 조각과 회화에 관한 두 개의 평론(『절대의 탐구』1948,『자코메티의 회화』1954)을 통해 위와 같은 자신의 예술에 대한 사상을 펼친다.

자코메티의 초현실주의 조각은 인간의 실존적 고독의 모습을 지각하는 의식이 포착할 수 없는 상상적 거리를 내포한 비현실적인 모습드러낸 것이라고 보았다. 실존적 상황에서 끊임없는 무화를 통해 변화 생성하는 가운데 통일을 이룬 대자존재의 분할불가능한 단일한 모습인 절대적인 것을 추구한 작품이라고 본 것이다.

현실 공간 속에 청동이란 물질로 만들어진 인물상들이 단번에 비현실적인, 초현실적인 것으로 된 것이라는 것이다. 자코메티의 조각상이 보여주는 진실은 결국 인간이란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존재하는 대타존재 -pour-autrui이며 조각상을 바라보고 있는 작가 자신의 시선이 형상화 된 것이다.

결국 자코메티의 조각상들은 작가 자신이 현재의 자기 존재를 끊임없이 부정하는 무화하는 ‘비어있음le vide’을 표현한 것이다. 따라서, 자코메티 작품 속 인물들은 언제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즉자 상태로 머물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무화하면서 고독한 실존을 운명처럼 짊어지고 다니는 존재이다.

  

 

타자 · 시선 · 존재 · 주체 …  그것들의 긴밀성


사르트르에게서 타자의 시선을 통해 시선이 어느 정도는 주체 중심적인 시각에서 벗어날지언정 타자의 의식의 잔여 부분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탈중심화가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지각하는 행위와의 단절을 통한 상상하는 의식으로서의 이미지는 결국 몸의 감각과 단절된 지향적인 의식의 구성활동의 결과라는 것을 입증하며 여전히 주체의 지배적이며 중심적인 시선의 특징을 밝혀준다고 볼 수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우리는 타자의 시선에 의해 완전히 분해되지 않으며, 어떤 사물이나 예술 작품 앞에서 단지 눈으로 그것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몸과 의식으로 나의 시선에 던져진 그것들을 다시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사르트르가 말하는 ‘주체의 지배적이며 중심적인 시선의 특징’인 것이다.            


헤겔, 메를로 퐁티, 후설, 라깡, 프로이트, 사르트르, 뒤프렌 등 미학 · 철학 · 문학 · 정신분석학자들이 펼치는

예술과 철학에 대한 진중한 사유!

이 강좌는 단순히 눈으로서만 보이는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아닌 그 안에 내재해 있는 예술작품의 철학적 의미를 꼼꼼하게 고찰할 것이다. ‘보이는 것 속에 보이지 않는 것’ 또한 그 속의 ‘상상적인 것’이 어떻게 ‘감각적인 것’과 ‘상상적인 현상’으로 변화하는지 몸과 가슴으로 느껴보자.

 
강사소개
교재소개
- 참고문헌
『상상적인 것L'imaginaire』사르트르
『에크리』라깡
『목소리와 현상』『시선의 권리』데리다
『미적 체험의 현상학』미켈 뒤프렌
『지각의 현상학』모리스 메를로 퐁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모리스 메를로 퐁티
『간접적인 언어와 침묵의 목소리』모리스 메를로 퐁티
『감각의 논리』들뢰즈
『L'oeil et l'esprit』 Gallimard
『La Nature』 Seuil
『존재와 무』 장 폴 사르트르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장 폴 사르트르
『존재와 시간』마르틴 하이데거
『정신 현상학』 게오르크 W. F 헤겔
『눈과 마음』모리스 메를로퐁티
『현상학의 이념』에드문드 후설
『미적 체험의 현상학』미켈 뒤프렌느
『에크리』라깡
『쾌락의 원칙을 넘어서』프로이트
『실재의 귀환』할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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