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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뢰즈와 가타리의 『천의 고원』본격 독해
현대 서양철학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평가받는 작품 『천의 고원』은 오늘날 문화 전반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텍스트들 중 하나다. 철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독파해보고 싶었던 바로 그 책! 이 강의는 들뢰즈와 가타리의 『천의 고원』을, 특히 그 내용 전체를 압축하고 있는 ‘리좀’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파악해 간다.
‘강의’라는 배치는 개별적인 사물도, 견고하게 구성된 유기적 조직물도, 그렇다고 추상적 존재도… 아니다. 그것은 사람들, 건물, 지우개, 칠판, 노트북, … 같은 기계들과 말하기, 듣기, 사유하기, 대화하기, … 등의 담론적 코드들이 일정한 방식으로 접속해서 장을 형성할 때 성립한다. 강의가 끝나면 ‘강의’라는 배치는 사라진다. 그러나 ‘강의’라는 이 배치는 다른 시간에 다시 반복되기도 하고, 또 장소를 바꾸어 다른 곳에서 반복되기도 하며, 또 다른 기계들 및 코드들을 통해서 반복되기도 한다. 선수들, 심판, 경기장, 관중, … 같은 기계들, 그리고 경기 규칙들을 비롯한 여러 코드들이 일정하게 접속해 장을 형성할 때 ‘야구경기’라는 배치가 성립한다. 경기가 끝나면 그 배치는 해체된다.
그러나 ‘야구 경기’라는 배치는 우주에서 아주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같은 장소의 다른 시간에 반복되기도 하고, 같은 시간의 다른 장소들에서 반복되기도 하며, 기계들과 코드들을 바꾸어 가면서 반복되기도 한다. 개체도, 유기적 조직체도, 추상적 존재도, 언어적 구성물도, 항구적인 실체도, … 아닌, 즉 기존의 존재론으로는 포착하기 힘든 이런 존재, 그럼에도 강의, 야구 경기, … 등 너무나도 일상적인 존재, 우리의 매일의 삶을 구성하는 바로 이것들이 ‘배치’이다. 매일의 삶을 구성하는, 너무나도 일상적이고 당연한 것들을, 우리가 다 안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것들을 그러나 전혀 새로운 눈길로, 참신한 존재론으로 포착하기. 바로 이런 것이 사유의 의미이고 사유의 기쁨이 아닌가. 사유한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니라면 다른 무엇이겠는가. - <리좀이란 무엇인가> 제3강 강의노트 중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의미의 텍스트 읽기
그저 텍스트를 읽어 나가고 문장을 해석하고 이론을 풀이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다. 이미지적 이해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보다 개념적으로 접근하여 주요 개념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정리하고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심도 높게 독해한다. 또 그저 ‘학(學)’적인 측면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과 밀접한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면서 보다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의미로 텍스트를 읽어 간다. ‘리좀’이란 무엇인가, 들뢰즈와 가타리는 『천의 고원』에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우리는 이 텍스트에서 무엇을 읽어내면 좋을까. 이 강의 <리좀이란 무엇인가>는 계속해서 ‘즐거운’ 고민을 유도할 것이다.
이정우(철학자, 경희사이버대 교수)
서울대학교에서 공학, 미학, 철학을 공부한 후, 아리스토텔레스 연구로 석사학위를, 미셸 푸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강대학교 교수, 녹색대학 교수,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철학아카데미 원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경희사이버대 교수로, 들뢰즈 <리좀 총서> 편집인으로 활동 중이다. 해박한 지식으로 고대철학과 현대철학,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가로지르며, 철학과 과학을 융합하는 등 ‘새로운 존재론’을 모색해 왔다.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