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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안에서 윤리와 정의의 불가능성
오늘날 우리는 타자들을 참으로 환대하고 있는가? 오늘날 우리의 저항은, 정의를 지향하는 우리의 현실적 실천은 참으로 정의로운가? 레비나스와 데리다는 우리의 모든 실천의 ‘한계’를, 유한성을, 결국 충분히 정의롭지 못함을 강조한다. 그들에 의하면, 윤리는 또는 정의는 ‘현실’ 안에서 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실 안에서의 윤리의 불가능성, 현실 안에서의 정의의 불가능성, 결국 현실 안에서의 타자의 불가능성. 결국 환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레비나스-데리다 효과
그렇다면 이렇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들은 현실적으로 우리가 실천 가능한 것들과 관련해서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을까? 저 불가능성들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저항에 관해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정의를 열망하는!) 실천에 관해서 무엇을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 바로 이것이 이 강의의 주제이자 문제이다. 우리는 이 강의에서 타자의 불가능성, 환대의 불가능성, 애도의 불가능성, 윤리와 정의의 불가능성이 열어주는 저항 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의 가능성 혹은 저항에 임하는 새로운 태도 정립의 가능성을 레비나스와 데리다의 사유에서 찾고자 한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우리는 저항의 영역에 레비나스와 데리다가 미치는 영향을, 즉 레비나스-데리다 효과를 묻게 될 것이다.
타자에 대한 무한한 환대의 가능성
레비나스-데리다 효과를 묻는다는 것은 철학이 실천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묻는 것과 같은 맥락에 속한다. 과연 철학은 현실을 바꿀 수 있을까? 과연 철학은 우리의 구체적인 현실에 밀착된 실천 가능성을 담지하고 있는가? 우리는 레비나스와 데리다의 관점을 취함으로써 다음과 같은 효과들에 노출될 수 있게 될 것이다. 권력에 대한 저항에 깃드는 권력의 그림자를 인식하기, 정의의 실천에 깃드는 불의한 그림자를 깨닫기, 우리의 실천을 해체함으로써 실천하기 또는 우리가 말한 것을 철회함으로써 말하기, 요컨대 우리의 현실적 실천의 유한성을 통해서 무한한 타자를 환대하기, 결국 - ‘나’또는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 ‘타자’를 위해 동일자적 이데올로기에 충실하기. 레비나스-데리다 효과!
장의준(철학박사)
프랑스 스트라스부르(Strasbourg) 대학에서 철학 전공으로 철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동 대학에서 「Survivre. Autrement que la vie du sujet ou au-delà de la mort du Dasein(살아남기: 주체의 삶과는 다르게 또는 현존재의 죽음 저편)」이라는 논문을 제출하여 최우수 등급(félicitations du jury)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레비나스의 철학적 방법론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논문으로는 「L’origine perdue et l’événement chez Lévinas」, 「Survivre. Autrement que la vie du sujet ou au-delà de la mort du Dasein」, 「La passivité du temps et le rapport à l’autre chez Lévinas」, 「기독교의 배타적 절대성으로부터 빠져나가기. 변선환의 종교해방신학적 과제는 여전히 유효한가?」가 있고, 저서로는 『좌파는 어디 있었는가? 메르스와 탈-이데올로기적 좌파의 가능성』, 공저로는 『종교 속의 철학, 철학 속의 종교』, 『문명이 낳은 철학, 철학이 바꾼 역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