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과연 타자를 환대하고 있는가? 정의를 향한 우리의 실천은 진정으로 정의로운가? 레비나스와 데리다는 이 물음 앞에서 놀라운 역설을 제시한다. 윤리는 현실 안에서 불가능하며, 정의 역시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타자는 우리가 온전히 이해하거나 소유할 수 없는 존재이며, 환대는 조건 없이 이루어질 수 없다.
하지만 이 불가능성이야말로 우리 실천의 출발점이다. 현실에서 완전한 환대가 불가능하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타자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저항에 깃든 권력의 그림자를 인식하고, 정의의 실천에 숨은 불의를 깨달으며, 우리 실천의 유한성을 통해 무한한 타자를 환대해야 한다. 이 강의는 레비나스와 데리다의 사유를 통해 타자, 환대, 애도, 윤리, 정의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철학이 현실을 바꿀 실천적 힘을 획득할 수 있는지 묻는다.
■ 강의특징
이 강의는 추상적인 철학 이론에 머물지 않고 현실의 구체적 문제들과 긴밀히 연결된다. 사랑의 문제에서 출발하여 의식철학의 한계, 죽음과 애도의 문제, 그리고 현대 사회의 저항과 젠더 논쟁까지 폭넓게 다룬다.
플라톤, 헤겔, 하이데거의 전통적 철학을 레비나스와 데리다가 어떻게 비판하고 전복하는지 체계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하이데거의 '죽음을 향한 존재'가 지닌 유아론적 한계를 지적하고, 타자의 죽음에 대한 무조건적 책임이라는 새로운 윤리적 지평을 연다. 프로이트의 애도 이론을 데리다의 '불가능한 애도' 개념으로 확장하며, 성공한 애도와 실패한 애도의 이분법을 해체한다.
강의 후반부에서는 버틀러의 젠더 이론과 제3세대 페미니즘, 그리고 메갈/워마드 논쟁을 레비나스-데리다 효과라는 틀로 분석한다. 리처드 커니의 '사회적 피해망상' 개념을 통해 약자에 대한 과도한 적대감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밝히고, 배제의 비가시성을 인식하는 것이 타자 이해의 출발점임을 강조한다. 철학적 깊이와 현실 적용이 균형을 이루며, 사유의 실천적 힘을 보여주는 강의다.
■ 추천대상
레비나스와 데리다의 타자 철학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단순히 개념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의 사유가 우리 삶과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탐구하고 싶은 수강생에게 권한다.
하이데거, 후설, 프로이트 등 현대 철학의 기본적인 흐름을 알고 있다면 강의 내용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초심자라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도록 필요한 배경 지식은 강의 안에서 설명한다. 철학 전공자뿐 아니라 윤리학, 정치철학, 문화이론, 젠더 연구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도 유익하다.
현대 사회의 저항 운동, 페미니즘, 소수자 문제를 철학적으로 성찰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한다. 정치적 실천의 한계와 가능성을 고민하는 활동가, 사회 문제에 대한 철학적 관점을 얻고자 하는 교사나 연구자들에게 적합하다. 이 강의는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타자를 대하는 새로운 태도를 정립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 수강팁
전체 7강으로 구성된 이 강의는 논리적 흐름에 따라 진행되므로 순서대로 듣는 것이 좋다. 1-2강에서 사랑과 타자의 문제를 다루고, 3-5강에서 죽음과 애도의 문제로 깊어지며, 6-7강에서 현실 사회의 저항과 실천 문제로 확장된다.
각 강의마다 다양한 철학자들이 등장하므로 강의록을 활용하여 핵심 개념을 정리하면 도움이 된다. 특히 '불가능성', '타자성', '무조건적 환대', '레비나스-데리다 효과' 같은 핵심 용어의 의미를 자기 언어로 재구성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3-5강의 죽음과 애도 주제는 개인적 경험과 맞물려 감정적으로 힘들 수 있다. 자신의 페이스에 맞춰 천천히 듣되, 철학적 사유가 개인적 아픔을 객관화하고 승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자.
6-7강의 젠더와 페미니즘 논의는 현재 진행형인 사회 논쟁을 다루므로, 자신의 입장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철학적 해체와 비판이 특정 입장을 옹호하거나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사유의 한계를 드러내고 더 나은 실천을 모색하는 과정임을 이해하며 들으면 좋다.
■ 수강후기에서
많은 수강생들이 레비나스-데리다의 '불가능성' 개념이 역설적으로 현실 실천의 책임을 깨닫게 한다고 평가했다. 무조건적 환대가 불가능하기에 조건적 환대의 불완전함을 끊임없이 인식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에 깊은 통찰을 얻었다는 반응이다.
하이데거 비판부터 불가능한 애도까지 개념의 연결고리가 탄탄하며, 프로이트의 애도 이론을 데리다로 확장하는 부분이 압권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배제의 비가시성과 보이지 않는 배제에 대한 논의는 사회 문제를 인식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했다는 의견도 많았다.
다만 강의 제목에 비해 레비나스와 데리다의 원전 자체에 할애된 시간이 적고, 현대 사회 문제 적용에 더 많은 비중을 둔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철학 초심자에게는 난이도가 높아 여러 번 반복해서 들어야 이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강의 자체의 충실함과 사유의 깊이에 대해서는 대부분 높이 평가했다.
■ 마치며
레비나스와 데리다의 철학은 우리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환대는 진정한 환대인가? 당신의 정의는 정말 정의로운가? 당신의 저항은 또 다른 권력이 되지 않았는가? 이 질문들은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들지만, 동시에 더 나은 실천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된다.
배제는 언제나 교묘히 은폐된다. 우리는 정의의 이름으로 불의를 저지르고, 환대의 이름으로 배제를 감행한다. 이 강의는 그 그림자를 드러내고, 우리 실천의 한계를 직시하게 한다. 하지만 이것은 좌절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불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무한한 타자를 향한 진정한 첫걸음이다.
철학이 현실을 바꿀 수 있는가? 레비나스와 데리다는 철학이 현실을 직접 바꾸지는 못하지만, 우리가 현실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고 말한다. 이 강의를 듣고 나면 타자를 대하는 당신의 태도가, 세상을 바라보는 당신의 시선이 달라질 것이다. 그것이 바로 레비나스-데리다 효과다. 불가능한 것을 향해 나아가는 당신의 여정에 이 강의가 동행하기를 바란다.
강사소개
장의준(철학박사)
프랑스 스트라스부르(Strasbourg) 대학에서 철학 전공으로 철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동 대학에서 「Survivre. Autrement que la vie du sujet ou au-delà de la mort du Dasein(살아남기: 주체의 삶과는 다르게 또는 현존재의 죽음 저편)」이라는 논문을 제출하여 최우수 등급(félicitations du jury)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레비나스의 철학적 방법론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논문으로는 「L’origine perdue et l’événement chez Lévinas」, 「Survivre. Autrement que la vie du sujet ou au-delà de la mort du Dasein」, 「La passivité du temps et le rapport à l’autre chez Lévinas」, 「기독교의 배타적 절대성으로부터 빠져나가기. 변선환의 종교해방신학적 과제는 여전히 유효한가?」가 있고, 저서로는 『좌파는 어디 있었는가? 메르스와 탈-이데올로기적 좌파의 가능성』, 공저로는 『종교 속의 철학, 철학 속의 종교』, 『문명이 낳은 철학, 철학이 바꾼 역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