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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이 아닌 현실적인 삶의 방편으로서 철학을 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강좌
전통적으로 철학에서는 신, 우주, 존재, 지식, 선과 악, 영혼 등에 대해 물었다. 철학사는 이 질문들에 대한 철학자들의 논쟁을 시대별로 재구성한 것이고 우리는 이를 '학습'해온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이 질문들은 철학자들의 질문이지 철학을 공부하는 이들의 질문은 아니다. 철학자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 철학을 삶의 자원으로 이용하고 싶은 사람의 질문은 이와 달라야 한다.
유토피아, 성장하고 청년이 된다는 것의 의미, 비극과 고통의 문제, 명랑성과 웃음의 문제, 집과 집으로 돌아온다는 것의 의미, 우정과 자아의 문제, 참다운 배움의 의미 등 이 강좌에서 만날 여덟 개의 개념은 삶의 맥락에서 우리가 부딪히는 실질적인 문제인 동시에 동서양의 철학자들이 철학적으로 사유해오던 철학적 주제이기도 하다. 이 주제들에 동서양의 철학자들은 각기 다른 맥락에서 접근했기 때문에 이 속에서 일관된 흐름이나 종합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정답을 구하는 방식이 아니라면 도리어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이들이 처한 상황과 문제의식, 각각의 답변이 보여주는 각기 다른 각도와 층차는 우리에게 출발의 지점과 방향을 선택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각도란 철학자들의 각도이며 층차란 철학적 사유들의 층차지만 동시에 내가 철학에 개입할 각도이며 내가 철학을 운용할 층차이기도 하다.
철학에 접근하는 방법을 배운다
한 가지 주제, 혹은 한 가지 개념에서 출발하여 문제의 다양한 측면들을 사유하는 방식으로 사고의 폭을 넓혀 나가는 김선희 선생의 '철학하기' 방식은 철학 입문자들에게 철학에 접근하는 방법의 좋은 본보기가 되어줄 것이다.
김선희(철학자, 이화여대 철학과 교수)
대학에 입학한 뒤 줄곧 철학을 공부해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학구적이거나 성실한 성격이 아닌데도 공부를 계속했던 것은 느리고 게으르기 때문일 것이다. 합리적이고 냉철하지 못하지만 마음에 불을 낸 철학책이나 철학자도 기억나지 않는다. 이런 식의 불균형들 때문에 여기까지 왔을 거라고 생각한다. 또 그 때문에 여전히 공부를 하고 책을 쓴다. 근대 동서양의 사상적 접합이 만든 파장을 철학적 차원에서 조명하는 연구들을 해왔지만 앞으로는 어디로 향할지 모른다. 다만 연구와 더불어 늘 어긋나는 듯한 삶의 방식과 태도에 드러나는 여러 문제, 그리고 이에 영향을 주는 외적 구조 모두를 놓치지 않는 글쓰기를 계속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