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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사 : 철학의 역사, 역사 속의 철학
통상적으로 철학은 추상적인 보편성의 학문으로 이해되지만, 이러한 접근 방식은 철학을 낳은 복합적인 환경과 조건을 탈각시킴으로써, 철학을 모호하고 어려운 학문으로 만들어버린다. 한 시대의 사유는 그 사유를 낳은 특유의 가능 조건과 결부된 것이기에, 하나의 사유를 이해함에 있어 그 사유를 낳은 구체적인 역사성의 고려는 필수적인 것이다. 즉 고(苦)로부터 해방되어 해탈에 이르려 한 인도 철학의 전통과 난세(亂世)를 치세(治世)로 바꾸려 한 동북아 철학의 전통, 그리고 허무(虛無)에서 해방되어 영원(永遠)을 향하려 한 그리스 철학의 전통은 완전히 상이한 조건과 환경 속에서 형성된 것이며, 각각의 철학이 결부된 구체적인 역사성을 면밀하게 고려하는 한에서만이 우리는 비로소 철학이라는 하나의 보편성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서구 철학의 굴절과 전개
본 강좌는 이정우 교수의 <세계철학사 대장정> 두 번째 여정으로, 그리스와 로마를 주축으로 형성된 지중해 세계의 철학이 대서양 세계로 전파되면서 겪은 변화 과정에 주목한다. 지난 강의에서 지중해 세계의 철학이 신화적 세계관과의 대결을 통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허무주의와의 대결을 통해, 그리고 동방 제국과의 대결을 통해 형성되었음을 보았다. 이번 강의에서는 이렇게 형성된 지중해 세계 철학의 ‘탄생 설화’ 들이 로마 제국과 대서양 세계로 전파되며 어떻게 굴절되었는지를 살펴본다. 로마가 지중해 세계를 석권하면서 지방적이고 배타적인 성격의 그리스 철학은 세계적이고 개방적인 성격의 사유로 변모했으나, 철학의 위상은 점차 약화되었고 그 역할은 종교로 이전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중해 세계에 등장한 그 어떤 철학 사상도 그리스 철학을 사유 문법으로 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근대에 나타난 서구 철학 역시 그리스 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서구 사유의 원형 : 현실과 이상
그리스 철학이 서구 사유에 각인 시킨 강렬한 사유의 뿌리는, 한 마디로 “현실과 이상”으로 축약할 수 있을 것이다. 지중해 세계에서 등장한 다양한 사상들은 결국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움직이는 사유의 운동이었다. 이들은 현실과 이상,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초월과 자연, 인간의 운명, 도덕적 · 윤리적 실천을 사유해 왔다. 지중해 세계에서 시도된 다양한 사유 실험들은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유의미한 의미를 던져 주고 있다.
※이정우의 <세계철학사 대장정> 시리즈는 동북아 철학 편, 근대 철학, 현대 철학 편으로 계속 이어집니다.
※본 강좌는 이정우 교수의 『세계철학사』(도서출판 길, 2011)를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강의를 수강하실 분은 반드시 교재를 지참해 주세요.
이정우(철학자, 경희사이버대 교수)
서울대학교에서 공학, 미학, 철학을 공부한 후, 아리스토텔레스 연구로 석사학위를, 미셸 푸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강대학교 교수, 녹색대학 교수,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철학아카데미 원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경희사이버대 교수로, 들뢰즈 <리좀 총서> 편집인으로 활동 중이다. 해박한 지식으로 고대철학과 현대철학,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가로지르며, 철학과 과학을 융합하는 등 ‘새로운 존재론’을 모색해 왔다.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