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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록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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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개요
20세기 프랑스 사상계의 거장 롤랑 바르트가 남긴 마지막 저작 『카메라 루시다』를 통해 사진과 죽음, 그리고 사랑의 본질을 탐구하는 강좌다. 1980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바르트는 현대 전위 문학과 사상의 중심에서 끊임없이 변모하며 지적 영역을 확장해왔다. 이 강의는 기호학의 대가이자 지적 카멜레온으로 불렸던 바르트의 사유 세계를 차근차근 따라가며, 그의 후기 사상이 도달한 지점을 밝혀낸다.
바르트는 자신의 지적 여정을 크게 세 단계로 구분했다. 기호론으로 부르주아 문화의 허위의식을 해체했던 '테러리스트의 시기', 기호 시스템 자체에 매혹되어 이론 작업에 몰두했던 '시스템의 시기', 그리고 신체적 글쓰기를 통해 욕망과 텍스트의 즐거움을 추구했던 '글쓰기의 시기'가 그것이다. 그러나 어머니의 죽음 이후 바르트는 전혀 다른 국면을 맞이한다. 『카메라 루시다』와 『애도 일기』로 대표되는 이 '후기 스타일'의 시기에 바르트는 비변증법적 죽음과 직면하며, 사랑이라는 테마를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사유를 완성한다.

■ 강의특징
이 강의는 단순히 사진 이론을 설명하는 것을 넘어서, 바르트라는 한 인간의 사적 세계와 지적 세계가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를 섬세하게 추적한다. 김진영 강사는 바르트가 왜 끊임없이 변신하며 이론의 영역을 넘나들었는지, 그의 폐결핵 병력과 아카데미 진입 좌절이 어떻게 그의 사유 방식을 형성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어머니라는 존재가 그의 삶과 철학에서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바르트의 기호론은 소쉬르의 언어학을 넘어 현실 전체를 다루는 도구가 되었다. 강의는 외시와 공시, 은유와 환유, 시니피앙과 시니피에 같은 기호학의 기초 개념부터 차근차근 풀어낸다. 그러나 핵심은 바르트가 어떻게 이 도구들을 사용해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코드 시스템을 벗겨내고자 했는지를 이해하는 데 있다. 스투디움과 풍크툼이라는 사진 개념 역시 단순한 이분법이 아니라, 코드화된 의미 체계를 횡단하며 탈코드적 경험에 도달하려는 바르트의 전략으로 읽힌다.
특히 어머니의 죽음 이후 바르트가 '겨울 정원의 소녀' 사진에서 어떻게 죽은 어머니를 재발견하게 되는지, 사진의 인덱스적 성격이 어떻게 '그때 거기 있었음'의 명증성을 통해 사랑의 부활을 가능하게 하는지를 깊이 있게 다룬다. 사진은 죽음의 이미지지만, 동시에 사랑하는 이를 다시 만나게 하는 마법이기도 하다.
■ 추천대상
롤랑 바르트의 사상에 관심 있는 인문학 독자라면 누구나 들을 만하다. 특히 『신화론』이나 『텍스트의 즐거움』 같은 전기 저작만 읽었던 이들에게 바르트의 후기 사상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카메라 루시다』를 혼자 읽었을 때 난해하게 느껴졌거나, 단순히 사진 이론서로만 이해했던 독자들에게도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사진을 공부하는 이들, 특히 사진의 본질과 철학적 의미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도 유익하다. 바르트는 사진을 회화의 그림자에서 해방시키고, 사진만이 가진 고유한 특성을 밝혀내고자 했다. 벤야민의 사진론과 비교하며 사진 이미지의 혁명적 성격을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적합하다.
더 나아가 애도와 상실, 사랑과 죽음이라는 인간 실존의 근본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깊은 울림을 받을 것이다. 바르트가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보여준 멜랑콜리, 그리고 그것을 통해 제3의 삶으로 나아가려 했던 시도는 단순한 이론을 넘어 실존적 체험으로 다가온다. 문학, 철학, 예술 분야를 넘나들며 깊이 있는 사유를 원하는 모든 이들에게 권한다.
■ 수강팁
강의를 듣기 전에 『밝은 방(카메라 루시다)』(동문선, 2006)을 미리 읽어보면 좋다. 책 자체는 짧지만 내용이 압축적이고 함축적이라 혼자 읽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강의와 병행하며 텍스트를 여러 번 읽는 것을 추천한다. 강의를 들은 후 다시 책을 펼치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의미들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바르트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기호학의 기초 개념들을 알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3강에서 소쉬르의 언어학과 기호론의 기본 틀을 다루므로 이 부분을 집중해서 듣기를 권한다. 외시와 공시, 랑그와 파롤, 시니피앙과 시니피에 같은 개념들이 바르트 사유의 근간을 이루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개념들이 일상 속 문화 현상을 설명하는 도구로 활용되는 지점을 포착하면 흥미롭게 다가온다.
강의는 이론적 설명과 바르트의 삶, 그리고 구체적인 텍스트 분석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단순히 지식을 습득한다는 태도보다는 바르트라는 한 사상가의 내밀한 세계를 따라가며 함께 사유한다는 자세로 듣는 것이 좋다. 특히 어머니와의 관계, 성적 정체성, 폐결핵으로 인한 방랑 같은 개인사가 그의 철학과 어떻게 맞물리는지 주의 깊게 들어보라. 철학이 추상적 관념이 아니라 한 인간의 구체적 삶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 수강후기에서
"김진영 선생님의 강의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 아도르노, 벤야민에 이어 바르트까지 놓을 수가 없다. 책으로만 읽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카메라 루시다』의 진정한 깊이를 발견했다. 특히 어머니의 죽음 이후 '비변증법적 죽음'과 '사랑'이 바르트 후기 스타일을 결정짓는다는 해석은 압권이었다."
"기호론이라는 도구로 일상의 신화를 벗겨내는 바르트의 방식이 흥미롭다. 스타벅스 커피 한 잔에도 세련됨과 우아함이라는 기호가 달라붙어 있다는 설명을 듣고 나니, 주변의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코드 시스템을 해체한다는 것의 의미를 조금은 이해하게 된 것 같다."
"가르보와 헵번의 얼굴 비교 부분이 인상적이다. 가르보의 얼굴은 이데아로서 보편성을 지니지만, 헵번의 얼굴은 완벽한 개별성으로 우리와 거리를 둔다는 분석. 이것이 예술과 배우, 나아가 타자와의 관계에도 적용된다는 통찰이 놀랍다."
"사진이 '코드 없는 메시지'라는 개념이 충격적이었다. 사진은 회화처럼 주관이 개입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기에 혁명적 이미지라는 것. 그래서 바르트는 어두운 방인 카메라 옵스큐라를 뒤집어 밝은 방, 카메라 루시다라 명명한 것이다. 사진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 마치며
롤랑 바르트는 끊임없이 영토를 이탈하고 재영토화하며 탈영토화를 반복했던 사상가다. 그의 사유는 한곳에 머물지 않고 미끄러지듯 이동하며, 고정된 의미를 거부하고 생성의 흐름 속에 머문다. 그래서 바르트를 읽는다는 것은 하나의 확고한 이론 체계를 배운다기보다, 끊임없이 탈주하고 변신하는 사유의 궤적을 따라가는 일에 가깝다.
『카메라 루시다』는 바르트의 마지막 저작인 동시에 가장 개인적이고 내밀한 글쓰기다. 어머니를 잃은 슬픔, 죽음 앞에 선 인간의 고독,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통해 죽은 이를 다시 만나려는 간절함이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표현된다. 이 책은 단순한 사진론이 아니라 한 인간의 애도 작업이며, 동시에 사랑의 승리를 선언하는 밝은 방으로의 초대다.
이 강의를 통해 바르트가 평생 추구했던 탈코드화, 즉 고정된 의미 체계를 벗어나 자유로운 의미 생산에 도달하려는 시도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단지 추상적 이론이 아니라, 한 인간이 삶과 죽음 앞에서 진지하게 마주했던 실존적 질문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바르트와 함께 밝은 방으로 들어가 사진 속에 멈춰 선 시간, 죽음, 그리고 사랑의 비밀을 만나보기를 권한다.
김진영(인문학자, 철학아카데미 대표)
고려대 대학원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그 대학(University of Freiburg)에서 아도르노와 벤야민, 미학을 전공하였다. 바르트, 카프카, 푸르스트, 벤야민, 아도르노 등을 넘나들며, 문학과 철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많은 수강생들로부터 ‘생각을 바꿔주는 강의’, '인문학을 통해 수강생과 호흡하고 감동을 이끌어 내는 현장', ‘재미있는 인문학의 정수’라 극찬 받았다. 또한 텍스트를 재해석하는 독서 강좌로도 지속적인 호평을 받았다. 현재 홍익대, 중앙대, 서울예대 등에서 강의했으며, (사)철학아카데미의 대표를 지냈다. 2018년 작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