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동양 회화의 진정한 맛을 찾아서
기존의 감상적인 미사여구(美辭麗句)나 역사적 배경지식으로써 그림을 포장하고 재단하던 데서 벗어나, 동양 예술 자체의 과학적 원리로써 그림을
마주하고 이해해 보자. 이 강좌는 바로 이 색다른 방법을 통해 동양 회화의 진정한 맛을 다시 발견하자는 제안이다.
동양 회화는 물상세계에 대한 재현보다는 자신의 정신세계를 드러내는 것, 즉 “사의(寫意)”에 예술적 지향을 두었다. 그래서 서양화에서처럼 선·색·구도에 의한 기법이나 개성 있는 화풍 혹은 시대 사조의 유파 등은, 동아시아 회화에서는 사실 별반 의미가 없다.
아이콘과 코드로 읽어내는 동양의 美
사의화(寫意畵)는
고도로 정밀한 과학이다. 이 과학은 아이콘(icon)과 코드(code)라는 두 요소의 조합의 원리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아이콘이란 화면 속에
나타나는 개별적 요소들, 즉 산·물·사람·집·정자·다리[小橋]·배[舟]·폭포·바람·달·구름·안개·눈[雪]·비·바위·나무·꽃·새·동물·곤충·악기
등을 말한다. 코드란 이러한 각각의 아이콘이 담고 있는 의미 혹은 메시지이다. 단순한 예를 들자면 하나의 아이콘으로서의 대나무가 담고 있는
코드는 군자(君子)의 절개라는 식이다.
각각의 아이콘이 내포하고 있는 코드는 거의 예외 없이 고유하다. 그렇기에 동아시아 회화는 아이콘과
코드의 일장(一場) 퍼즐게임이다. 그 조합의 원리를 알면 더없이 간단하고 명쾌한 창작과 감상을 일구어낼 수 있지만, 모르면 끝없는 가식과
미궁에서 헤어 나올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동양의 그림은 보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다!”
“미학 범주와 그림의 연계”라는 새로운 시도로 기대하는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그림이라는 효과적인 예시로써 미학 범주의 의미가 더욱 명확하게 파악될 것이란 점이고, 다른 하나는 회화 역시 마찬가지로 미학 범주라는 새로운 해석의 지평으로 더욱 절실하게 이해될 것이란 점이다.
임태승(성균관대 교수)
성균관대 유학과에서 중국철학 전공으로 학사석사학위를, 중국 베이징 대학 철학과에서 중국미학 전공으로 철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하와이 대학 한국학연구소 객원교수, 하버드 대학 옌칭연구소 포닥과정, 중국 상하이 화동사범대학 철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소나무와 나비 - 동아시아 미학의 두 흐름』(2004), 『유가사유의 기원』(2004), 『중국철학의 흐름 - 공자에서 다시 공자까지』(2005), 『아이콘과 코드 - 그림으로 읽는 동아시아 미학범주』(2006), 『인물로 읽는 중국서예의 역사』(2006), 『상징과 인상 - 동아시아 미학으로 그림읽기』(2007)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손과정 서보 역해』(2008)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