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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록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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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개요
20세기 회화는 단순한 시각 예술을 넘어 존재론적 물음을 품은 사유의 장이었다. 세잔느부터 앤디 워홀에 이르기까지, 현대 미술가들은 캔버스 위에 철학을 그렸다. 이들은 '재현'이라는 오랜 회화의 관습에 도전하며 새로운 가능세계를 탐색했다.
본 강좌는 20세기 회화사를 철학적 렌즈로 들여다본다. 르네 마그리트, 프랜시스 베이컨, 바넷 뉴먼, 앤디 워홀 등 대표적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현대회화가 담고 있는 존재론적 사유를 음미한다. 재현이란 무엇인가? 2차원 평면에서의 재현은 어떻게 가능한가? 현대회화는 재현을 완전히 버렸는가? 내면의 표현이란 무엇인가? 이러한 물음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회화와 철학의 접점을 드러낸다.
철학자 이정우 교수가 안내하는 이 강좌는 미술과 철학의 경계를 허물며, 그림 속에 숨은 깊은 사유를 끄집어낸다. 왁자지껄 말도 많던 20세기 회화를 철학이라는 청진기로 진단하는 시간이다.
■ 강의특징
본 강좌의 가장 큰 특징은 구체적인 작품 분석을 통한 철학적 접근이다. 추상적인 이론 설명에 그치지 않고, 슬라이드를 통해 실제 작품을 감상하며 그 안에 담긴 사유를 읽어낸다.
마그리트의 부조리한 사물들은 의미의 산종(散種)을 보여준다.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는 의미가 안정되고 승인된 세계지만, 마그리트의 회화세계는 의미가 끝없이 유동하며 정착하지 않는다. 상식(doxa)에서 볼 때 비상식(non-sense)이고 역설(para-doxa)인 세계를 그리기에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다. 이는 단순한 시각적 충격이 아니라, 의미의 고정성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다.
베이컨의 잔혹한 그림은 '살의 외침'을 담고 있으며, 뉴먼의 거대한 캔버스는 숭고미와 초월에의 의지를 구현한다. 로스코의 색면(色面)은 관람자를 명상적 상태로 이끌고, 워홀의 작품은 시뮬라크르 시대의 도래를 예고한다.
강의는 과거 회화의 재현 중심 이념이 어떻게 파기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존재론적 전환이 일어났는지를 차분하고 명료하게 풀어낸다. 본질주의의 종언과 현대회화의 핵심 원리, 가능세계론의 회화적 구현 등 깊이 있는 주제들이 이정우 교수 특유의 명쾌한 설명으로 전달된다.
■ 추천대상
철학, 미술, 문학 전공자에게는 전공 영역을 넘나드는 통섭적 사고의 기회를 제공한다. 철학 공부를 하면서 미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이들, 혹은 미술사를 공부하면서 철학적 배경이 궁금했던 이들에게 특히 유익하다.
현대미술에 관심은 있지만 난해하게만 느껴졌던 일반인에게도 좋은 입문 강좌다. 마그리트의 그림이 왜 이상하게 느껴지는지, 베이컨의 작품이 왜 그토록 강렬한지, 추상회화 앞에서 무엇을 봐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
시뮬라크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볼 만한 강좌다. 우리가 소비하는 이미지들, SNS를 가득 채운 복제된 현실들이 사실은 20세기 회화가 이미 예견하고 탐구했던 주제임을 깨닫게 된다.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며 좀 더 깊이 있는 감상을 하고 싶은 이들, 단순히 '예쁘다' '이상하다'를 넘어 작품과 대화하고 싶은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한다.
■ 수강팁
현대회화는 쉽게 정리할 수 없는 다양성 자체다. 따라서 한 번에 모든 것을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각 작가와 작품이 던지는 물음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마그리트를 볼 때는 의미의 유동성에, 베이컨을 볼 때는 신체성과 폭력에, 뉴먼을 볼 때는 숭고의 경험에 초점을 맞춰보자.
강의 중 제시되는 작품 이미지를 반복해서 보는 것을 권한다. 처음에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던 작품도, 교수의 설명을 들은 후 다시 보면 전혀 다르게 다가온다. 가능하다면 실제 미술관에서 해당 작가들의 작품을 직접 감상하면 강의 내용이 훨씬 생생하게 와 닿는다.
철학적 개념들(가능세계론, 본질주의, 시뮬라크르 등)이 낯설다면, 해당 부분을 필기하며 천천히 따라가보자. 이정우 교수는 어려운 개념도 일상적 언어로 풀어내는 데 능하지만, 그래도 생소한 용어는 반복 학습이 필요하다.
질의응답 시간이 포함된 강의이니 놓치지 말고 들어보자. 다른 수강생들의 질문을 통해 자신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질문자의 목소리가 작게 들릴 수 있으니 볼륨을 적절히 조절하자.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은 이정우 교수의 강의를 '차분하고 명료하다'고 평가한다. 진중권 교수의 강의와 비교하며 "처음에는 느린 감이 있어 답답했지만, 들을수록 깊이 있고 재밌다"는 반응도 있다. 강의 속도가 빠르지 않은 대신, 하나하나 곱씹으며 사유할 시간을 준다는 의미다.
"어느 화가보다도 분명하다. 꼭 작가와 직접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듯 실감난다"는 후기는 강의의 구체성을 잘 보여준다. 철학자가 아닌 화가가 강의하는 것 같다는 평은, 그만큼 작품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뜻이다.
"미술과 철학... 생각보다 가깝군요"라는 발견의 기쁨을 표현한 수강생도 있다. 두 영역이 별개라고 생각했던 이들에게 이 강좌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
다만 일부 수강생은 질문자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아쉬웠다고 했다. 이는 강의 녹화 환경의 문제이니, 수강 시 참고하면 좋겠다. 강의 내용 자체에 대한 불만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들뢰즈와 베르그송 관련 번역서가 많은 이정우 교수의 다른 강좌에 대한 기대감을 표현한 후기들도 많았다. 이 강좌가 입문이 되어 더 깊은 철학 공부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는 셈이다.
■ 마치며
회화는 단순히 보는 대상이 아니라 사유하는 대상이다. 특히 20세기 현대회화는 그 자체로 철학적 질문이자 답이다. 마그리트가 파이프를 그려놓고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말할 때, 그는 재현의 본질에 대해 묻고 있다. 베이컨이 일그러진 신체를 그릴 때, 그는 존재의 폭력성과 연약함을 동시에 드러낸다.
이 강좌는 작품을 '읽는' 법을 가르친다.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을 넘어, 작품 속에 숨은 존재론적 물음을 발견하고 그에 대해 사유하는 방법을 배운다. 평면 회화에서 테크놀로지 아트까지, 20세기 회화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철학적으로 조망하는 이 시간은, 미술관 관람의 질을 한 단계 높여줄 것이다.
'골치 아픔'이 사실은 사유의 '즐거움'이라는 역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물음표가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그 과정 자체가 철학하는 기쁨이다. 이정우 교수와 함께 20세기 회화가 열어놓은 존재론적 가능세계를 탐험해보자. 그림 앞에서 할 말을 잃는 경험, 그 숭고한 순간이 기다리고 있다.
이정우(철학자, 경희사이버대 교수)
서울대학교에서 공학, 미학, 철학을 공부한 후, 아리스토텔레스 연구로 석사학위를, 미셸 푸코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강대학교 교수, 녹색대학 교수,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철학아카데미 원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경희사이버대 교수로, 들뢰즈 <리좀 총서> 편집인으로 활동 중이다. 해박한 지식으로 고대철학과 현대철학,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가로지르며, 철학과 과학을 융합하는 등 ‘새로운 존재론’을 모색해 왔다.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이정우의 철학 Youtube 채널, [소운서원(逍雲書院)]
https://www.youtube.com/@sowoonseo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