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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위한 철학
생철학은 삶을 위한 철학이다. ‘아모르 파티.’ 니체는 운명을 사랑하겠노라고 선언하며 운명을 사랑하라고 가르친다. 그가 보기에 대부분의 사람은 운명을 거부한 채 영생에 동참하고자 낭만적인 기도를 해댄다. 니체는 하늘과 천국이 좋다고 하는 이상주의에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그는 우리가 있는 지금 여기를 강조하며 운명을 긍정하고 허무함을 감당하라고 알려준다. 니체는 디오니소스 제전을 통해 비극적 요소가 축제로 벌어진다는 사실을 봤고, 이것을 철학의 대상으로 삼았다. 인생이 고통이고 고해이고 눈물의 골짜기라고 할지라도, 태어난 것은 축제다. 인생이란 놀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불행한 현실 속에서 행복한 생각을 하려 애쓰는 태도, 생로병사를 받아들이는 것, 끝의 뒤에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운명을 감당하는 것, 이것들이 생철학의 가르침이다. 이 가르침은 생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반추할 울림이 된다.
스스로 신이 된 철학자, 초인 니체
니체는 초인으로서 신명나게 살았다. 초인은 구원자도 영웅도 아니다. 자기 자신을 극복하는 자가 초인이다. 니체가 망치를 들고 깨부수라고 하는 것은 다른 무엇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 니체의 철학이 초인의 철학이자 극복의 철학인 이유가 이 까닭에서다. 초인은 자기 스스로 주인이 되는 삶을 산다. 초인에게는 어느 누구도 그의 구원을 대신해주거나 결정해줄 필요가 없다. 선악의 저편은 다름 아닌 ‘지금-여기’다. 초인은 하늘이 아닌 ‘대지’를, 저기가 아니라 ‘여기’를 선택한다. 그렇게 내 안에 있는 신성을 바깥으로 드러내는 자가 신이 된다. 초인 니체는 그의 저작들을 통해 우리에게 강력하게 말하고 있다. 극복을 거듭해라. 이 세상이 고해라면 여기에 빠져 익사하지 말고 생각을 하라. 넘어서고 비상하라. 스스로 신이 되어라.
긍정적인 대립
니체의 철학이 까다롭거나 녹록치 않게 여겨지는 이유 중 하나는 배타적 이분법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대립은 니체 철학의 핵심이다. 우리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줄타기를 하는 광대처럼 균형 잡을 줄 알아야한다. 니체는 선과 악, 음과 양, 위와 아래 등의 두 개의 힘들이 공존한다는 것을, 대립이야말로 건강하고 주체적인 힘을 전제한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요컨대 니체는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에선 비인간적인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아침놀』에선 긴 어둠의 밤을 설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며, 『선악의 저편』에선 선악의 이편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너무도 많다고 지적한다. 니체의 모든 작품은 대립이 있어야 조화가 의미 있다고 전한다. 이러한 니체의 생각은 우리의 선입견과 편견을 한 꺼풀 벗겨낼 때 더욱 와 닿을 것이다.
중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니체의 철학적 이념은 늘 어느 미래로 향하고 있다. 그는 고대를 바라보며 미래를 이야기했다. 그는 현대 철학자이면서 현대를 극복하고자 하는 철학자였다. 현대를 비판하고 현대 이후를 요구했다. 니체의 시선에서 빌려 보자면, 현대에도 중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근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렀지만 아직 중세의 기운은 이어지고 있다. 중세의 ‘신’을 현대의 ‘돈’이 대체해버린 모양새다. 우린 돈을 말하면서 신을 떠올리기도 한다. 이런 세상에서도 니체는 이상을 꿈꿀 것이다. 선악의 저편이라는 세상을, 사람의 가치가 상실된 이 현대를 넘어 이름도 정해지지 않은 그 어떤 미래를. 본 강좌는 이 미래를 함께 꿈꿀 이 시대의 초인들을 기다린다. 니체의 17년간의 집필 과정을 따라가는 일은 운명을 긍정하고, 신명나게 춤추며, 거침없이 비상하는 생에 대한 태도로의 힘찬 도움닫기가 되어줄 것이다.
이동용(인문학자)
건국대학교 독어독문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독일 바이로이트 대학에서 「릴케의 작품 속에 나타난 나르시스와 거울」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철학아카데미 등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2015년 9월에는 『한국산문』 제113회 신인수필상 공모에 「오백원」이 당선되어 수필가로 등단하기도 했다. 지은 책으로는 『지극히 인간적인 삶에 대하여』, 『쇼펜하우어, 돌이 별이 되는 철학』, 『니체와 함께 춤을』,『나르시스, 그리고 나르시시즘』, 『바그너의 혁명과 사랑』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