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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이라는 지도
조지프 캠벨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은 지도다. 이 지도는 내면을 여행하는 향방을 영웅의 여행을 통해 제시해준다. 개인의 내면 여행은 곧 자기 자신이 되는 일이다. 그리스와 북유럽, 인디언, 인도, 중국까지 세계 곳곳의 신화들이 모여 있는 이 책은, 영웅의 모험으로서 우리가 각자의 내면으로 들어가고자 할 때 겪을 일련의 과정과 그 깨달음을 알 수 있게 한다. 그리고 본 강좌는 우리 손앞에 놓인 캠벨의 지도를 해석할 수 있게 적극 돕는다.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은 수록된 신화들이 광범위하고 서양권의 신화와 상징에 기반을 두었기에 읽기가 쉽지는 않다. 이를 위해 본 강좌는 책에서 다루는 신화의 줄거리와 핵심 주제를 짚어내고 우리 문화권에서 익숙할 신화와 상징들을 곁들인다. 캠벨이 지도라면 본 강좌는 아리아드네의 실타래이자 나침반이다. 지도와 나침반이 주어졌으니, 이제 남은 건 여행을 떠날 사람들, 즉 우리다.
영웅과 원질 신화
캠벨의 신화 연구는 융 심리학에 기반을 둔다. 본 강좌는 융의 이론에서 등장하는 개념들(원형, 무의식, 에고와 셀프, 그림자, 아니마와 아니무스 등)을 살피면서 캠벨의 ‘원질 신화’에 대해 배운다. 원질 신화란 동서양의 모든 신화 속에서 찾아낸 영웅의 원형으로서, 1)일상으로부터 분리되는 ‘출발’, 2)시련을 겪는 ‘입문’, 3)회귀와 재통합의 ‘귀환’이라는 3단계의 구조를 공통적으로 갖는다. 1~4강까지 각 강에 걸쳐 원질 신화와 그 단계에서 각각 일어나는 영웅의 시련, 환난, 방황, 모험 등의 내용들을 자세히 살핀다. 이 구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5~8강은 신화의 의미를 포함해 꿈과 감정의 중요성, 영웅 이야기에서 모성 이미지의 의미, 영웅의 변화하는 모습과 각 영웅마다의 심도를 알아본다. ‘기이하게 태어나 괴물과 싸우고 저승에 다녀오고 죽었다가 살아나 전리품을 찾아 돌아온다는’ 도저히 믿기 힘든 영웅의 이 여정은 사실 정말 알 수 없고 도달하기 힘든 우리의 무의식으로의 여정을 의미하며,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울림으로 나아간다.
신화의 의의
캠벨에 의하면 영웅의 여정이 곧 자아실현의 도구가 된다. 그런데 이 도구가 우리에게도 작동할까? 이는 신화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신화를 믿나? 신화 속 이야기가 참인지 거짓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신화는 세계관이다. 신화는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의 표현 방식이며, 그 자체로 믿음의 체계다. 그래서 신화와 캠벨의 도구는 우리의 믿음이 근간이 되어야 작동하기 시작한다. 캠벨의 도식이 사실인지, 신화학적으로 위대한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그걸 따라가면 우리가 자아실현을 이룰 수 있을 거란 믿음이다. 신화란 무엇이며 신화 속 이야기가 역사적으로 사실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신화가 어떻게 기능하는지, 신화를 이용해 우리의 삶에 어떤 식으로 의미를 엮어낼 것인지가 중요하다. 우리가 캠벨의 신화 연구를 공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 자신의 신화를 창조하기 위해서. 자신의 믿음과 가치의 체계를 캠벨의 지도를 통해 의미로 엮어내기 위해서.
나라는 세계
캠벨의 다음 문장들을 음미하며 읽어보라. “추악한 것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한 곳에서 우리는 신을 발견할 것이고, 남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한 곳에서 우리는 자기 자신을 죽일 것이며, 밖으로 나간다고 생각한 곳을 통해 우리는 우리 존재의 중심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고, 외로우리라고 생각하던 곳에서 우리는 세계와 함께하게 될 것이다.” 본 강좌는 영웅의 여정을 통해 내면의 신비에 다다른다는 것이 곧 우주의 신비에 입문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자기 자신의 내면에 이미 귀한 것이 있다는 이 사실은, 살아있는 존재의 날마다의 일상적인 체험이 우주의 광대한 양상과 같다는 경이롭고 멋진 사실을 재언한다. 그렇다면 그 여정의 출발은 어떻게 하느냐고? 본 강좌의 말미에 그 첫 단추에 대한 실마리가 제시되니, 내면의 귀한 것으로 여정을 떠나고 싶다면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읽기에 동참하시라.
김영(신화학자, 인도학자)
동국대 불교 교학과 석사 과정에서 공부하다가 2004년 인도 푸나(뿌네) 대학으로 유학, 산스크리트어(싼스끄리뜨)와 팔리어(빠알리어) Low Diploma와 Certificate를 수료했다. 이어 같은 대학에서 빠알리어(남방불교와 삼장)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싼스끄리뜨어 Higher Diploma를 수료했다. 또 같은 대학에서 싼스끄리뜨 베다어(힌두교와 인도문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싼스끄리뜨 빠알리 문학연구소에서 번역 및 학술 활동을 진행했다. 2016년 뿌네 데칸 칼리지에서 논문 <인도와 중국의 영웅신화 비교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여섯 가지 키워드로 읽는 인도신화 강의』, 『바가와드 기타 강의』가 있고, 역서로 『라마야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