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푸코의 철학?
푸코의 철학이 시기에 따라 서로 다른 주제, 소위 지식-권력-주체의 문제를 다루는 몇 단계로 나뉜다는 건 피상적인 오해의 결과이다. 푸코 자신이 말했듯이 그는 처음부터 주체의 문제만을 중심 과제로 삼아 일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의 역사』 1권 출판 이후 콜레쥬 드 프랑스의 강의를 통해서만 발전되고 있던 푸코의 ‘후기 철학’이란, 그가 계속 천착해 온 주체의 문제를 심화 발전시킨 것에 다름 아니다. 이 시기의 푸코는 통치성과 자기 테크놀로지(자기 돌봄)를 중심으로 서구 주체성이 변화해온 역사를 탐구했고, 그 문제의식이 잘 드러나는 두 개의 강의가 바로 『생명관리정치의 탄생』과 『주체의 해석학』이다.
통치성과 자기돌봄
역사적 접근법과 화려한 글쓰기로 인해 조명을 덜 받기는 하지만, 푸코의 철학적 탐구란 결국 현실의 비판과 새로운 저항적 실천이라는 문제의식의 산물이다. 따라서 통치성과 자기돌봄은 반세기라는 간극을 뛰어넘어 푸코와 우리를 연결시켜주는 현재성의 코드이기도 하다. 서구 근대 통치성의 계보를 읽는 푸코의 철학은 결국 당시의 신자유주의 질서에 대한 비판적 독해였듯이 우리의 현재인 코비드 시대를 읽어낼 유용한 도구가 아닐까. 그리고 그가 말하는 자기돌봄의 윤리, 자기의 테크놀로지 역시 우리에게도 ‘이후’의 새로운 삶을 만들어 내기 위한 실천의 첫걸음일 것이다.
역자와 함께 읽는 강의
강사인 심세광 선생은 저명한 푸코 연구자이기 이전에 교재인 두 책의 번역자이다. 그의 강독은 푸코의 강의를 충실하게 풀어내는 나무의 층위와 그 강의와 주제가 푸코 철학의 발전 과정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며 어떻게 우리의 현재성과 이어지는지 보여주는 숲의 층위를 모두 아우른다. 푸코를 이해하는 것과 함께 푸코와 함께 하고 그를 사용하는 것이 푸코 읽기의 목적이라면, 이 강좌가 그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심세광(불문학자, 철학자)
성균관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한 뒤,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Histoire, Discours, Litterature chez Michel Foucault(미셸 푸코에 있어서 역사•담론•문학)」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성균관대학교, 건국대학교, 서울여자대학교 및 철학아카데미 등 다수의 교육기관에서 강의해 왔다. 푸코를 주제로 한 주요 논문과 다수의 역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