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개요
이 강좌는 19세기부터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다섯 명의 여성 시인 에밀리 디킨슨, 뮤리얼 루카이저, 에이드리언 리치, 앤 섹스턴, 오드리 로드의 시 세계를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조망한다. 단순히 시를 감상하는 수준을 넘어, 시인들이 살았던 시대적 맥락과 페미니즘 운동의 흐름 속에서 그들이 가부장제, 몸, 젠더, 모성, 인종, 폭력 등의 문제에 어떤 시각을 가졌는지 탐구한다.
여성 시인들의 목소리는 그 자체로 정치적이다. 사적인 목소리가 공적인 언어와 충돌하고, 만나고, 확장되는 과정을 추적하며, 경험적 언어와 이론적 언어, 시적 언어가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는 양상을 살핀다. 시인 나희덕은 자신의 시 창작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 시인들의 정치적 선언뿐 아니라 대시(-), 실험적 시행 배열, 문법 파괴, 여백 활용 등 다양한 언어적 실험이 갖는 의미와 효과까지 세밀하게 분석한다.
■ 강의특징
이 강의의 가장 큰 특징은 '시인이 시인을 읽는다'는 점이다. 시인 나희덕이 직접 시를 낭송하고 해설하기 때문에, 문학 연구자의 분석과는 다른 생생한 감각과 통찰이 전달된다. 시를 쓰는 사람만이 포착할 수 있는 언어의 결, 리듬의 의미, 침묵의 무게를 함께 느낄 수 있다.
매 강의는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뉜다. 전반부에서는 시인의 일생, 시대적 배경, 정치적 상황을 개괄하고 국내에 번역된 시집과 산문집을 소개한다. 특히 각 시인의 작품에 나타나는 주요 쟁점을 정리하고, 함께 읽으면 좋을 페미니즘 이론서나 참고 도서를 풍부하게 제안한다. 케이트 밀렛의 『성 정치학』,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트러블』, 미셸 푸코의 『성의 역사』 등 관련 이론과의 연계를 통해 시적 의미를 사회학적·철학적 차원으로 확장한다.
후반부에서는 시인의 대표작들을 찬찬히 읽는다. 에이드리언 리치가 에밀리 디킨슨을 '집 안의 활화산'이라 평가한 맥락, 뮤리얼 루카이저의 증언과 침묵의 문제, 앤 섹스턴의 고백과 분노, 오드리 로드의 교차성 담론까지, 각 시인의 고유한 목소리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강의 중간중간 나희덕 시인 자신의 작품도 함께 읽으며, 한국 시인이 미국 여성 시인을 어떻게 탐독하고 영감을 주고받았는지 보여준다.
■ 추천대상
이 강좌는 시와 페미니즘의 교차점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유익하다. 특히 페미니즘 이론을 공부했지만 실제 문학 작품을 통해 이를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싶은 사람, 시를 좋아하지만 여성 시인의 정치적 목소리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 없는 사람에게 권한다.
또한 글을 쓰는 사람, 특히 자신의 사적 경험을 언어로 표현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여성 시인들이 억압된 경험을 어떻게 시적 언어로 전환했는지, 사적인 목소리가 어떻게 공적인 힘을 얻게 되었는지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 내 부당한 경험, 모성의 무게, 몸의 변화, 인종이나 성정체성으로 인한 차별 등 각자의 억압된 경험을 발견하고 넘어서는 계기를 찾는 사람들에게도 유용하다.
2020년대 이후 미국 여성 시인들의 시집이 좋은 번역으로 국내에 출간되고 있어, 이 강의를 들은 후 다른 시집들을 스스로 읽어나갈 수 있는 기초를 다지고 싶은 사람에게도 적합하다.
■ 수강팁
강의에서 다루는 시인이 다섯 명, 관련 이론서와 참고 도서도 상당히 많기 때문에 사전 준비가 있으면 더욱 효과적이다. 각 강의 전에 해당 시인의 번역 시집을 미리 구해 읽어보면 좋다. 에밀리 디킨슨의 『고독은 잴 수 없는 것』, 에이드리언 리치의 『공통 언어를 향한 꿈』, 앤 섹스턴의 『밤엔 더 용감하지』, 오드리 로드의 『블랙 유니콘』 등은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강의 자료는 수강회원에 한해 이메일로 제공되니, 수강 신청 후 바로 요청하여 시편과 참고 자료를 미리 확보하는 것이 좋다. 강의를 들으며 시인이 낭송하는 부분을 따라 읽어보면 시의 리듬과 호흡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각 강의는 시인의 배경 설명과 시 낭독·해설로 구성되는데, 전반부의 시대적·이론적 설명이 다소 압축적일 수 있다. 19-20세기 미국사나 페미니즘 운동의 큰 흐름에 대한 기초 지식이 있으면 이해가 한층 수월하다. 강의 중 언급되는 페미니즘 이론서들을 병행해서 읽으면 시의 정치적 의미가 더욱 풍부하게 다가온다.
■ 수강후기에서
수강생들은 무엇보다 '시인이 직접 읽어주는 시'의 힘을 강조한다. 혼자 읽을 때는 막연했던 시가 시인의 목소리로 낭송될 때 완전히 다르게 다가온다는 평이 많다. 에밀리 디킨슨을 단지 '은둔형 시인'으로만 알았는데 '집 안의 활화산'이라는 재해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는 반응, 앤 섹스턴의 '마흔의 월경'을 읽고 울컥했다는 고백, 오드리 로드의 '분노의 활용'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창조적 힘으로 바꿀 용기를 얻었다는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페미니즘 이론과 시의 연계가 흥미로웠다는 의견도 많다. 케이트 밀렛, 주디스 버틀러, 미셸 푸코 등의 이론을 시 해석에 자연스럽게 녹여내 문학과 사상의 입체적 이해가 가능했다는 평가다. 특히 '사적인 경험이 어떻게 공적인 언어로 확장되는가'라는 강좌의 핵심 질문에 대한 답을 충실히 얻었다는 반응이 많다.
일부 수강생은 강의 자료를 미리 제공받지 못해 불편했다는 점, 시인의 배경 설명이 다소 압축적이라는 점, 오디오 상태가 고르지 않은 구간이 있다는 점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나희덕 시인의 차분하고 깊이 있는 해설, 가끔 터지는 유머, 한국 시인으로서의 공감과 해석이 강의를 더욱 생생하게 만든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 마치며
여성의 목소리는 오랫동안 침묵 속에 갇혀 있었다. 그 침묵을 깨고 사적 경험을 공적 언어로 전환한 여성 시인들의 용기와 언어적 실험은, 오늘날 우리가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데 여전히 중요한 영감을 준다. 에밀리 디킨슨의 대시가 담아낸 긴장, 뮤리얼 루카이저의 증언이 드러낸 현장, 에이드리언 리치의 공통 언어를 향한 꿈, 앤 섹스턴의 고백이 폭로한 폭력, 오드리 로드의 분노가 만들어낸 힘. 이 모든 것은 시가 단순한 미적 대상이 아니라 정치적 실천임을 보여준다.
이 강좌는 시를 읽는 것이 곧 우리 안의 억압을 발견하고 넘어서는 과정임을 일깨운다. 여성 시인들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내적 에너지와 마주하게 된다. 오드리 로드의 말처럼 '시는 사치가 아니다'. 시는 우리가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언어이며, 우리 안의 활화산을 깨우는 힘이다.
나희덕(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창과 교수)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조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2001년~2018년)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2019~)로 재직 중이다.
198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 「뿌리에게」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뿌리에게』, 『그 말이 잎을 물들였다』, 『그곳이 멀지 않다』, 『어두워진다는 것』, 『사라진 손바닥』, 『야생사과』,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파일명 서정시』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반통의 물』, 『저 불빛들을 기억해』,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 『예술의 주름들』 등이 있다.
또한 시론집으로 『보랏빛은 어디에서 오는가』, 『한 접시의 시』 등과 편저로 『아침의 노래 저녁의 시』, 『유리병 편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