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세계 문학사가 거두어들인 기적의 작품이다. 모두 7부 40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세기의 대하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프루스트는 코르크로 벽을 쌓은 침실에서 천식과 싸우며 14년의 세월을 은거했다. 이 전설 같은 이야기는 20세기 문학사의 가장 극적인 창조 과정으로 기억된다.
나일 강의 홍수처럼 전대미문의 메타포들이 페이지마다 범람하는 이 대하소설의 핵심 테마는 시간과 기억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사랑과 질투, 죽음과 부활, 삶과 예술, 사회와 문화, 정치와 역사 등 생의 모든 기표들과 19세기의 모든 징후들이 페르시아의 양탄자처럼 빈틈없는 직조를 이루면서 프루스트적 우주의 마술적 문양을 짜고 있다.
'프루스트 이전의 소설들은 모두 여기로 도착하고 이후의 소설들은 모두 여기서 출발한다'고 E. R. 커티스는 말한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 프루스트를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만이 있을 뿐이다'라고 A. 모로아는 말한다. 이 강의는 프루스트의 문학 세계를 체계적으로 고찰하고, 프루스트의 영향을 받은 아도르노, 벤야민, 들뢰즈 같은 사상가들의 독법도 함께 살펴본다.
■ 강의특징
이 강의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프루스트의 문학적 테마들, 프루스트의 예술론, 그리고 프루스트에 대한 훌륭한 독서들이다. 11강에 걸쳐 프루스트 소설의 핵심 요소들을 체계적으로 탐구한다.
1-2강에서는 프루스트의 삶과 그의 소설 속 공간들을 다룬다. 유년의 침대 공간, 레오니 고모의 방, 살롱의 공간, 마들렌의 구강 공간 등 프루스트에게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기억과 시간이 응축된 존재론적 장소다. 3강에서는 현대소설의 가장 중요한 테마인 시간을 다룬다. 잃어버린 시간, 찾아가는 시간, 다시 찾은 시간이라는 삼중 구조를 통해 프루스트가 어떻게 시간의 문제를 소설적으로 형상화했는지 탐구한다.
4강에서는 19세기 소설의 욕망 구조와 살롱을 다룬다. 귀족 살롱과 부르주아 살롱의 대립, 스노비즘과 집단 무의식, 세상의 법칙을 통해 프루스트가 포착한 19세기 사회의 풍경을 읽어낸다. 5-7강에서는 사랑과 죽음이라는 양대 테마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자기애, 동성애, 이성애의 복잡한 변증법, 사랑과 질투의 역설, 그리고 할머니의 죽음과 베르고트의 죽음을 통해 프루스트가 사유한 생의 근원적 문제들을 마주한다.
8강에서는 프루스트 문학의 가장 핵심적인 장치인 기억을 다룬다. 의지적 기억과 무의지적 기억의 차이, 망각과 우연과 감각의 연금술을 통해 프루스트가 어떻게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는지 이해한다. 유명한 마들렌 체험은 바로 이 무의지적 기억의 대표적 사례다.
9-11강에서는 프루스트의 예술론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문학과 베르고트, 회화와 엘스티르, 음악과 뱅퇴유를 통해 프루스트가 사유한 예술의 본질과 예술가의 정체성을 탐구한다. 마지막 강의에서는 아도르노, 벤야민, 지라르, 들뢰즈 같은 20세기 위대한 사상가들이 프루스트를 어떻게 읽었는지 살펴본다. 이들의 독법은 프루스트를 이해하는 또 다른 열쇠가 된다.
김진영 강사는 문학과 철학을 넘나들며 텍스트를 재해석하는 독서 강좌로 지속적인 호평을 받아왔다. 프루스트라는 난해한 작가를 접근 가능하면서도 깊이 있게 다루는 그의 강의는 '생각을 바꿔주는 강의', '인문학의 정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 추천대상
프루스트는 어렵다. 4000페이지가 넘는 분량도 부담이지만, 한 문장이 한 페이지를 넘나드는 독특한 문체, 끝없이 이어지는 메타포의 향연, 복잡한 인물 관계와 사회적 풍경은 독자를 압도한다. 하지만 바로 그 어려움 속에 프루스트 문학의 진정한 매력이 있다.
본격적인 문학 읽기에 도전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강의는 필수적인 길잡이가 된다. 프루스트를 읽으려 시도했다가 좌절한 경험이 있는 이들, 혹은 읽고는 있지만 무엇을 읽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는 이들에게 이 강의는 명확한 지도를 제공한다. 소설의 구조와 주요 테마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면, 프루스트 독서는 훨씬 수월해진다.
문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는 필수 강의다. 프루스트를 이해하지 않고는 20세기 문학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의식의 흐름 기법, 내적 독백, 심리적 리얼리즘 등 현대 소설의 주요 기법들은 모두 프루스트를 경유한다. 조이스, 울프, 무질 같은 모더니즘 작가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도 프루스트는 피할 수 없는 준거점이다.
철학과 학생들에게도 유익하다. 베르그송의 시간론, 들뢰즈의 기호론, 벤야민의 아우라 이론은 모두 프루스트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문학 텍스트를 통해 철학적 사유를 심화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프루스트만큼 좋은 대상은 없다.
예술 일반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도 적절하다. 프루스트의 소설에는 회화, 음악, 건축 등 모든 예술 장르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담겨 있다. 특히 음악과 문학의 관계, 예술의 자율성과 예술가의 정체성 같은 주제는 현대 예술론의 핵심 쟁점이다.
무엇보다 깊이 있는 독서 경험을 원하는 모든 이들을 환영한다. 프루스트를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한 권의 소설을 읽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우주 전체를 경험하는 일이다.
■ 수강팁
이 강의를 듣기 전에 프루스트를 읽어야 할까? 이상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4000페이지를 모두 읽고 강의를 듣기를 기다린다면, 평생 듣지 못할 수도 있다. 차라리 강의를 먼저 들으면서 전체 구조와 핵심 테마를 파악하고, 관심 가는 부분부터 읽어나가는 것이 현실적이다.
적어도 1부 '스완네 집 쪽으로'는 읽고 강의를 듣기를 권한다. 특히 1부의 첫 장면인 콩브레의 유년 시절 부분과 마들렌 에피소드는 프루스트 이해의 핵심이다. 민음사판이나 펭귄클래식 번역본 모두 좋은 선택이다. 강의 중간에 김진영 강사가 번역의 문제도 다루니 참고하면 좋다.
강의를 들으면서 주요 에피소드와 인물, 테마를 정리하는 노트를 만들어라. 프루스트의 소설은 인물들이 많고 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인물 관계도를 그려두면 도움이 된다. 특히 살롱의 인물들, 게르망트 가문의 인물들은 구분이 어렵다.
각 강의에서 다루는 철학자들의 텍스트를 병행하면 이해가 깊어진다. 벤야민의 「프루스트의 이미지」, 들뢰즈의 『프루스트와 기호들』, 아도르노의 『프루스트에 대한 단상』 등은 비교적 짧고 접근하기 쉬운 글들이다. 이들의 독법을 통해 프루스트를 다르게 읽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서두르지 마라. 프루스트는 빨리 읽을 수 있는 작가가 아니다. 한 문장, 한 메타포를 음미하며 천천히 읽어야 한다. 프루스트 자신이 14년을 들여 썼듯이, 독자도 여유를 갖고 오랜 시간에 걸쳐 읽어야 한다. 이 강의는 그 긴 여정의 동반자가 될 것이다.
■ 수강후기에서
"프루스트를 세 번 시도하고 세 번 좌절했는데, 이 강의를 듣고 나서야 비로소 읽을 수 있었다. 공간, 시간, 기억이라는 핵심 테마를 이해하고 나니 프루스트의 미로 같은 문장들이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의지적 기억과 무의지적 기억의 차이를 다룬 8강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마들렌 에피소드가 왜 문학사적으로 중요한지, 그것이 베르그송의 시간론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프루스트의 독자들을 다룬 마지막 강의가 특히 좋았다. 들뢰즈가 프루스트를 기호론으로 읽어낸 방식, 벤야민이 프루스트에게서 발견한 아우라의 문제는 그 자체로 훌륭한 철학 강의였다."
"김진영 강사님의 강의는 단순히 내용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프루스트를 사유하게 만든다. '독서는 무목적적 목적성'이라는 말처럼, 이 강의는 정답을 주기보다 각자의 프루스트 독서를 가능하게 한다."
■ 마치며
그 어떤 철학도 생의 비의를 체험케 할 수 없듯이, 그 어떤 강의도 프루스트의 독서를 대신할 수는 없다. 이 강의의 의미는 프루스트의 문지방까지 안내하는 일에 그친다. 그 문지방을 넘어서 프루스트의 세상 속으로 들어서는 일은 각자의 몫이다.
프루스트를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한 권의 소설을 읽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과 기억에 대한, 사랑과 질투에 대한, 예술과 삶에 대한 가장 깊은 성찰과 마주하는 일이다. 페이지마다 범람하는 메타포의 향연 속에서 우리는 언어가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먼 지점을 목격한다.
코르크로 벽을 쌓은 침실에서 천식과 싸우며 14년을 바쳐 완성한 이 기적의 작품은,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살아 숨 쉰다. 마들렌을 홍차에 적시는 순간 유년의 콩브레가 펼쳐지듯, 프루스트를 읽는 순간 우리는 잃어버렸던 시간을 되찾는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 프루스트를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만이 있을 뿐이다.' 이제 당신도 프루스트를 읽은 사람이 될 차례다. 이 프루스트 문지방으로의 여행에 함께 하기를 기다린다.
강사소개
김진영(인문학자, 철학아카데미 대표) 고려대 대학원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그 대학(University of Freiburg)에서 아도르노와 벤야민, 미학을 전공하였다. 바르트, 카프카, 푸르스트, 벤야민, 아도르노 등을 넘나들며, 문학과 철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많은 수강생들로부터 ‘생각을 바꿔주는 강의’, '인문학을 통해 수강생과 호흡하고 감동을 이끌어 내는 현장', ‘재미있는 인문학의 정수’라 극찬 받았다. 또한 텍스트를 재해석하는 독서 강좌로도 지속적인 호평을 받았다. 현재 홍익대, 중앙대, 서울예대 등에서 강의했으며, (사)철학아카데미의 대표를 지냈다. 2018년 작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