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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록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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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개요
신자유주의는 단순한 경제 정책이 아니다. '사회 따위는 없다, 있는 것은 개인뿐이다'라는 슬로건 아래 우리의 삶과 감수성을 통째로 재편한 삶의 양식이다. 이 강의는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우리 삶의 형태를 바꾸었는지, 그리고 그 이후 어떤 삶의 전략이 가능한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무한 반복되는 의자 뺏기 게임. 신자유주의 사회는 이 잔혹한 게임으로 설명될 수 있다. 승자독식의 룰 속에서 의자를 차지한 자도, 탈락한 '잉여 인간'도 모두 불안에 떨어야 하는 시스템이다. 88만원 세대, 청년 실업, 비정규직 문제는 개인의 무능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의자가 부족한 사회의 민낯이다.
이 강의는 소위 '인간의 죽음과 속물화/동물화'의 경향이 스펙타클 사회와 맞물려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그 결과 우리가 어떻게 '일체의 질서 없음'의 상태, 폭력과 야만의 사회로 진입했는지를 분석한다. 신자유주의가 낳은 동물, 속물, 괴물만이 살아남는 세계에서 인간적인 삶은 가능한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함께 모색한다.
■ 강의특징
이 강의의 가장 큰 특징은 추상적인 이론이 아닌 구체적인 일상의 예시로 신자유주의를 해부한다는 점이다. 슈퍼스타K 같은 서바이벌 프로그램, 미래소년 코난에서 원피스로의 전환, 장기하와 얼굴들부터 브로콜리 너마저까지의 노래 가사 분석을 통해 시대의 감수성 변화를 포착한다.
강사 엄기호는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의 저자로, 20대와 함께 쓴 성장의 인문학으로 조용한 바람을 일으킨 바 있다. 그는 단순히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프니까 청춘이다'류의 베스트셀러가 어떻게 신자유주의의 룰을 강화하는지 근본적으로 질문한다.
신자유주의는 개인의 죄책감을 끌어올리는 불안 마케팅으로 작동한다. 태어날 때부터 죄책감을 짊어지고 항상 노력하고 자기개발해야 하는 개인들. 강의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메커니즘을 폭로하고, 의자가 애초에 부족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케인즈주의의 몰락, 제로 톨레랑스 정책, 통치의 군사화, 성채도시의 탄생 등 복잡한 개념들을 쉬운 언어로 풀어내며, 신자유주의와 법치주의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한다.
■ 추천대상
현재 취업 준비나 경쟁 사회에서 지쳐 있는 20-30대에게 이 강의는 위로이자 각성의 계기가 된다. 나의 방황이 개인의 무능이 아니라 사회적 의미를 갖는다는 강사의 메시지는 자기혐오에 빠진 이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더러운 갑이 되느니 차라리 가난한 을이 되겠다'는 냉소적 관조에 머물러 있는 이들, 신자유주의의 문제를 알면서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한 이들에게 '공명'과 '증언'이라는 실천적 대안을 제시한다.
교육자, 사회운동가, 정책 입안자 등 사회 구조를 이해하고 변화시키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유익하다. 학교 폭력의 변화 양상, 정치 냉소주의의 배경, 노동권의 변화 등 구체적인 사회 현상에 대한 분석은 현장에서의 실천에 도움이 된다.
인권, 복지, 노동 문제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시민권을 차등 분배하고, 예외를 일상화하며, 타자에 대한 위협을 정당화하는지 이해할 수 있다.
■ 수강팁
총 4강 16교시, 약 6시간 38분의 강의는 짧은 호흡으로 압축되어 있다. 각 강의가 다루는 주제가 방대하므로, 한 번에 몰아듣기보다는 한 강씩 듣고 자신의 경험과 연결해보는 것이 좋다.
1강에서는 의자 뺏기 게임의 비유를 중심으로 신자유주의의 기본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2강에서는 동물/속물/괴물이라는 개념으로 인간성의 변화를 파악한다. 3강의 법치주의와 무관용 통치, 4강의 통치의 군사화와 대안 모색까지 순차적으로 이해의 깊이를 더해간다.
강의 중 언급되는 미래소년 코난, 원피스, 장기하와 얼굴들, 브로콜리 너마저 등의 문화 콘텐츠를 미리 접해본다면 강사의 분석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특히 '싸구려 커피', '졸업' 같은 노래를 들어보면 시대의 감수성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강사가 제시하는 '공명(우정)'과 '증언'의 개념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실천의 방법이다. 강의를 들으며 나는 어떤 방식으로 타인과 연대할 수 있을지, 신자유주의가 나를 어떻게 망가뜨리고 있는지 증언할 용기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해보길 권한다.
■ 수강후기에서
"의자 뺏기 게임으로 신자유주의를 설명한 비유가 정말 명쾌했다. 승자도 패자도 모두 불안한 상태라는 분석에 깊이 공감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류의 책들이 신자유주의의 룰을 인정하고 개인에게만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판이 속 시원했다. 우리의 방황에 사회적 의미를 부여해주셔서 감사했다."
"공명과 증언에서 희망을 발견했다. '이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해'라는 노래 가사처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연대하고 용기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가슴에 와닿았다."
"동물, 속물, 괴물이 지배하는 세상이라는 진단이 신랄하고 적확했다. 정치 냉소주의가 팽배하고 법치주의가 무너진 야만의 시대라는 분석에 현 주소를 깨달았다."
"편집 문제로 중간중간 끊기는 부분이 있어 집중이 어려웠다. 내용은 정말 좋았지만 기술적인 수정이 필요하다."
"4강으로 짧게 압축되어 신자유주의의 극복 방안을 더 깊이 논의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 통치의 군사화, 성채도시 개념 등 흥미로운 주제가 많았는데 더 긴 심화 강의가 있으면 좋겠다."
■ 마치며
"당신은 신자유주의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오직 돈이 가치 기준이 되는 이 경쟁 사회에서 당신의 삶은 아무리 발버둥쳐도 포박당하고 맙니다." 이 외침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계속 의자 뺏기 게임에 갇혀 살게 된다.
신자유주의는 우리를 학생이자 소비자로만 정체화하고, 예측 가능성을 급격히 떨어뜨리며, 내러티브를 에피소드로 파편화한다. 미래소년 코난의 세계에서 원피스의 세계로 전환된 것처럼, 우리는 장기적 통찰력보다 단기적 아이템만을 쫓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희망은 있다. 관조에서 공명으로, 고백에서 증언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우정을 통해 타인과 부딪혀 소리를 내고, 신자유주의가 우리를 어떻게 망가뜨리는지 용기 내어 폭로하는 것이다. 자신을 희생하여 사회의 부조리를 보여준 전태일 열사처럼 말이다.
자유란 소유의 개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출발한다. 내가 아프면 네가 아프고, 네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는 의식. 너를 위한 외침이 곧 나를 위한 외침이라는 깨달음. 이것이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극복하고 새로운 공동체를 만드는 첫걸음이다.
국제가톨릭학생운동과 반세계화운동을 경험하고, 인권연구소 '창'에서 인권을 급진화하는 일을 하며, 덕성여대와 연세대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공부해온 엄기호 강사가 안내하는 이 여정에 동참해보길 권한다. 이 미친 세상 속에서도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할 수 있는, 그런 동료를 만나게 될 것이다.
엄기호(인문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