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의개요
21세기는 문화의 시대, 예술의 시대다. 이 강좌는 '철학, 삶 그리고 예술'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미학과 예술철학의 근본문제를 탐구한다. 김상현 교수와 함께 우리가 통상적으로 가진 미의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고찰한다.
서양철학에서 미 또는 예술이 하나의 학문 대상으로 다루어진 것은 칸트의 『판단력 비판』 덕분이다. 칸트의 미학은 고전주의 미학을 대표하면서도 낭만주의로의 이행을 예고한다. 고전주의와 낭만주의의 대결은 오늘날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대결의 원형이다. 이 강좌는 칸트를 통해 고전과 근대 미학의 정수를 맛본다.
플라톤의 에로스론부터 플로티누스의 빛의 형이상학, 칸트의 숭고론을 거쳐 현대 미학까지, 2천5백 년 미학사를 관통한다. 미와 숭고라는 두 범주로 예술을 이해하고, '선하기 때문에 아름다운가, 아름답기 때문에 선한가'라는 근본 물음을 던진다.
■ 강의특징
이 강의의 핵심은 미학의 두 축인 미와 숭고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미는 조화와 균형, 형식의 완전함에서 오는 쾌감이다. 반면 숭고는 거대함이나 무한함 앞에서 느끼는 압도적 감정, 두려움과 경외가 뒤섞인 복합적 감정이다.
플라톤의 에로스론은 육체적 욕망이 어떻게 정신적 사랑으로 승화되는지 보여준다. 에로스는 결핍에서 시작한다. 아름다운 육체에 대한 욕망이 점차 아름다운 영혼으로, 나아가 미 자체에 대한 관조로 발전한다. 육체적 욕망은 선의 원동력이며, 도덕성의 상징으로서 미가 작동한다.
플로티누스는 일자유출설을 통해 빛의 상징주의를 전개한다. 미란 무엇인가? 단순성의 미학은 빛이 어떻게 존재의 완전성을 드러내는가를 설명한다. 최고의 쾌락은 엑스타시, 즉 자기를 벗어나 일자와 합일하는 경험이다. 이에 이르는 또 다른 길이 바로 숭고다.
칸트는 숭고 개념을 근대적으로 재정립한다. 숭고는 자연의 거대함이나 위력 앞에서 느끼는 감정이지만, 동시에 이성의 우월성을 자각하게 만든다. 자연은 우리를 압도하지만, 우리의 이성은 자연을 초월한다. 이러한 역설적 경험이 숭고다.
■ 추천대상
미학과 예술철학에 관심 있는 사람, 특히 철학적 관점에서 예술을 이해하고 싶은 이들에게 적합하다. 미술관이나 콘서트홀에서 작품을 감상할 때 단순한 감각적 쾌감을 넘어 철학적 깊이를 더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유익하다.
칸트 철학에 관심 있지만 『순수이성비판』이나 『실천이성비판』은 어렵게 느껴졌던 사람이라면 『판단력 비판』부터 접근하는 것도 좋다. 미와 예술이라는 구체적 대상을 다루기에 칸트 철학 입문으로 적절하다.
예술가나 디자이너, 문화 기획자 등 창작 활동을 하는 이들에게도 권한다.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미학적 차이를 이해하면 자신의 작업에 철학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선하기 때문에 아름다운가, 아름답기 때문에 선한가'라는 화두에 관심 있는 사람, 윤리와 미학의 관계를 탐구하고 싶은 이들에게도 흥미로울 것이다.
■ 수강팁
플라톤이나 칸트를 미리 읽을 필요는 없다. 강의에서 필요한 부분을 발췌해 설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서양철학사의 큰 흐름, 특히 플라톤과 칸트의 기본적 입장을 알고 있으면 이해가 수월하다.
미학 용어가 다소 생소할 수 있다. 숭고, 엑스타시, 일자유출설 같은 개념들이 처음엔 추상적으로 느껴지지만, 강사가 구체적 예술 작품을 통해 설명하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강의를 들으면서 자신이 감동받았던 예술 경험을 떠올려보면 도움이 된다.
강의록이 제공되므로 복습하며 개념을 정리하자. 특히 칸트의 미와 숭고 개념은 여러 번 반복해서 익혀야 한다. 미술관이나 공연장을 방문할 때 강의 내용을 떠올리며 작품을 감상하면 실질적 도움이 된다.
■ 마치며
현상과 실재, 진리와 가상은 철학 및 미학의 영원한 주제다. 고전적 미 관념과 삶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이 강좌는 단순히 미학 이론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예술을 통해 삶을 성찰하게 만든다.
칸트의 판단력은 인식과 도덕을 매개한다. 미적 판단은 주관적이면서도 보편타당성을 요구하는 독특한 판단이다. 아름다움은 개인의 취향이지만, 동시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역설. 이 역설 속에서 우리는 인간 공동체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철학자의 눈으로 삶의 예술을 바라보자. 미와 숭고를 이해하고, 에로스의 상승을 경험하며, 빛의 형이상학을 음미하자. 예술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삶의 본질을 드러내는 철학적 활동이다.
김상현(성균관대학교 교수)